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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는 교구장이 임기를 마치기 1년 전에 후임 선출을 위한 의회를 여는데,
투표에는 성직자와 평신도로 구성된 대의원이 참가한다. 입후보, 정견발표는 없다.
대의원들은 평소 '주교감은 저 분'이라고 마음 먹은 30세 이상 사제의 이름을 적어낸다.
'당선자'가 되려면 총원 3분의 2 이상 참석한 가운데 성직자와 평신도 양쪽 모두 3분의 2 이상 지지를 얻어야 한다.
전체 투표수의 3분의 2 이상을 얻더라도 성직자, 평신도 중 어느 한 쪽의 지지가 3분의 2에 못 미치면
'당선자'가 되지 못한다. 결판이 나지 않을 경우 하루 최대 스무 번까지 투표를 한다.
그래도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두 달 후 다시 날을 잡아서 또 투표를 반복한다.
"과거엔 입후보 제도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편가르기가 생기는 부작용이 있어서97년부터 헌장을 개정해 입후보제도를 없앴다.
그러고 나니 이젠 성직자로서의 평소 삶 자체가 선거운동인 셈"(김광준 신부)이라는 설명이다.
이번에 당선된 김 신부는 서강대 화학과를 나와 가톨릭대에서 신학공부를 했고,성미가엘신학원(현 성공회대)을 졸업했다. 1980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서울교구 교무국장, 상임위원을 역임했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통일위원장·부회장을 지내며
타교단과의 일치 운동에도 참여했다.
지난 25일 성공회 서울교구 차기 주교 선거에서 대의원들이 투표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줄은 성직자들이고, 왼쪽은 평신도 대 의원들이다. 성공회 제공
또 김 신부는 외조부(이원창)와 선친(김태순)에 이은 3대째 성공회 사제이기도 하다.
그의 외조부 이원창 신부는 성공회서울대성당 주임사제를 역임했으며 광복 당시 평양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분단 이후에도 다른 사제들을 월남(越南)시키고
"사제가 하나는 남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대로 남았다. 이후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부친 김태순 신부 역시 서울대성당 보좌신부 겸 기숙사 사감을 역임했다.
김 신부는 "선친으로부터 '언제나 설교는 유언이라고 생각하면서 간절하게 해야 한다'
는 말씀을 들어왔다"고 말했다.
성공회 서울교구는 150여 교회·기관과 5만 명의 신자를 두고 있다.성공회는 '신부' '미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여성 사제, 사제 결혼 등을 허용한다.
천주교와 개신교의 중간지대적인 성격이 강하다.
"지금까지 성공회는 구교(천주교)와 개신교 사이, 세상과 종교의 경계·중간지대 역할을 해왔다"고 한김 신부는 "앞으로도 중간지대에서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서로 미워하거나 얕보지 않고
존중하고 존경할 수 있도록 교단을 이끌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