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차나 한잔 마시게... | 화순 녹차 재배 맥 잇는 ‘화순 작설차 회’ | 기사등록 : 2009-02-13 오후 4:43:11 | |
| | "...아이 불러 눈뭉치 가져다가 소반 가득 옥가루 쌓아놓고 손으로 새겨 자욱내니 우뚝 솟은 산봉우리 비슷하구나 용천(龍泉)처럼 구멍을 파고 고인 물 퍼서 작설을 달이네..."
화순출신 고려시대 대선사인 진각국사 혜심스님(1178∼1234)이 지은 시의 일부이다
진각 국사는 송광사에서 어린 시자(侍者)를 시켜 눈을 퍼다가 소반가득이 쌓아놓고 고인 물로 차를 끓였다.
이 시 가운데 나오는 ‘작설’(雀舌)은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으로 알려져 있다.
‘작설’은 참새의 혓바닥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차나무의 어린 잎을 의미한다.
◇“능주 작설차가 조선 최고”= ‘화순작설차회’는 지난해 6월 화순지역 차 재배자와 제다(製茶), 연구자, 차실대표, 차를 즐기는 다인 등이 중심이 돼 ‘화순 차’의 명맥을 되살리고, 널리 알리기 위해 창립됐다. 처음 모임을 만들때는 ‘달빛차회’로 시작했다가 명칭을 바꿨다.
현재 회원은 40여 명. 전국적으로 차(茶) 모임은 부지기수이지만 화순처럼 생산자와 연구자, 다인 등 남성위주로 다양한 차 관련 인사들이 함께 자리를 한 것은 유례가 없다. 주요 회원으로는 화순녹차 재배의 맥을 잇는 조영무(62) 영농조합법인 청정골 화순녹차 회장, ‘보향’ ‘명선’ 등 신품종 녹차나무를 육성한 김정운(55) 전남도 농업기술원 녹차연구소 육종재배실장, 국내 행다(行茶)분야에서 손에 꼽는 명은당 성화자(65) 초의차 문화원장 등이 있으며 현재 조기정 (목포대 중문과·중국인문학회 회장)교수가 회장직을 맡고 있다.
“200여년 전 조선후기 여류문인인 ‘빙허각 이씨’(1759∼1825)가 팔도 특산물을 소개하는 ‘동국팔도소산’이라는 글에서 ‘조선최고의 차는 화순 능주의 작설차’라고 표현한 사실은 능주에 차나무가 어디에 자라는지 조차 모르는 우리들에게는 크나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김정운 육종재배실장) 화순작설차회는 매달 한차례(두번째 주 금요일 저녁) 모여 주제 강연을 비롯해 다시(茶詩) 낭송, 행다(行茶) 시연 등 다채롭게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정병춘 박사의 ‘의재 허백련 선생의 철학사상과 다도사상’이라는 주제강연을 가졌다. 회원들의 모임은 사랑방 화롯불가 정담(情談)을 연상케 할 정도로 정겨우면서도 화기애애하다. 옛 시절 호남지방에서 흥했던 선비들의‘풍류(風流)차’ 분위기를 오롯이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차를 마시면 나라가 흥해= 타 차 모임과 달리 각계의 차 전문가들이 ‘경계’를 허물고 차문화 발전을 위해 한마음으로 참여한 까닭에 단순히 차를 마시고 음미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차 관련 역사연구와 함께 올바른 차 문화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5∼7세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다례(茶禮) 교육 자원봉사를 해보니 산만하던 아이들도 6개월정도 지나면 눈에 띄게 달라져요.
우리 모임과 화순군, 군 교육청이 나서서 중학교 이상도 차 예절교육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청향 성경숙·52·주부) 차 속에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필요한 유익한 성분이 많다는 것. 다만 차는 ‘선택성’이 있어 모든 사람들에게 맞지는 않다는 부연설명이다.
다인들에게 차 한 잔의 의미는 무엇일까? “꽃향기를 혼자만 취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같이 느끼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안됩니다. 차를 즐기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조영무 영농조합법인 회장) 회원들은 차 정신에 ‘생명존중’사상이 담겨있어 이러한 차 문화가 널리 퍼지면 사회가 건강해지고 나라가 번창한다는 ‘음다(飮茶) 흥국론’에 공감한다.
조기정 화순작설차회장은 “올해는 광주를 비롯해 서울·부산·대구 등 4개 지역에서 열리는 차 관련 행사에 적극 참여해 ‘화순 차’를 세상에 널리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송기동기자 song@kwangju.co.kr |
화순차의 역사] 다지리·다소 등 茶 관련 지명 많아 … 조선 말기 쇠퇴 | |
화순에는 야생 녹차밭과 지명 등 곳곳에 차 흔적이 남아있다. 화순읍에 자리한 남산과 알매산을 비롯해 능주 만세동, 동복 독상리 등 도처에 야생 녹차밭이 존재하며 화순읍과 남면의 다산(茶山)마을, 화순읍 다지리(茶智里), 북면 다곡리 다소(茶所) 등 차 관련 지명도 많다. 쌍봉사에서는 차를 만들때 부르는 노래인 ‘다요(茶謠)’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또한 화순은 역사상 이름을 날린 다인(茶人)과도 인연이 깊다. “차나 한잔 마시게 (喫茶去)”라는 화두로 유명한 당나라 선승 조주스님과 동문 수학했던 철감선사는 쌍봉사를 창건했으며, ‘작설’이란 용어를 처음 쓴 진각국사도 화순출신이다. 고려말 목은 이색은 춘양 개천사 행제선사가 보내준 ‘영아차’(靈芽茶)를 먹고나서
“양 겨드랑이에 맑은 바람이 인다”(淸風生兩腋) 시로 표현했다. ‘동다송’(東茶頌) 쓴 우리 차의 중흥조 초의선사 20대 초반에 쌍봉사에서 차심(茶心)을 키웠다. 화순작설차회는 ‘빙허각 이씨’의 글로 미루어 볼때 200여년 전 까지도 화순에서
차가 널리 재배되고 생활속에 자리했으나, 조선말기와 일제 강점기 등을 거치며 쇠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화순 동면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녹차재배를 시작해 현재 22농가가 ‘청정골 화순녹차’ 영농조합법인을 결성하고 50ha 에서 연간 50t을 생산, 고품질의 녹차와 가루차를 상품화해 단절된 화순차의 명맥을 잇고 있다. [출처] <광주일보> 화순 차 (남도문화재지킴이) |작성자 바람처럼 (문의 061-371-1551)
|
작설茶/ 강성금
저토록 마른 잎도 따뜻한 물 만나면
스르르 제 몸 풀며 향기 뿜어 답하는데
하물며 사람이고서야 마음 문을 닫겠나
차의 양 조절하고 물 온도 가늠하여제
시간 잘 맞추면 그게 바로 중정(中正) 이라
넘치고모자라는 순간 순간을 차 맛보며 헤아리네
작설 향 그 속으로 스멀 스멀 다가가서
그대와 나 소원했던 쓰고 떫은 그 맛들을
간 맞는 우리 사이로 되돌이켜 볼까나
|
첫댓글 펌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