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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그현장 스크랩 돈 주고 사는 `봉사활동` 시간, 필요하긴 한건가요?
익명 추천 0 조회 4 07.02.26 16:1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예전부터 학생들에게 강제 봉사활동을 시키는 것을 두고 여러가지 말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제로 해도 봉사를 하면서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것이다." 라는 찬성 의견과 "강제적인 봉사활동은 봉사활동이 아니다." 라는 반대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 과연 학생들의 의견은 어떠할까.

 

 

나는 2007년 2월 20일과 21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몇몇 학생들을 만나 봉사활동에 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여러 카페를 통해서 나는 100여명의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는데 그 중 66%가 "봉사활동은 필요하지 않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찬성론의 입장이라면 이들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봉사에 참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학생은 극히 드물었다. 왜 이런 '참담한' 결과가 나온 것일까.

 

 

이것은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시행되고 있는 현 봉사활동 정책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한 카페 댓글에 달린 봉사활동에 관한 학생들의 생각들]

 

 

내신 때문에........성적에 찌든 봉사활동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 중 첫번째는 '내신' 때문이다. '봉사활동' 은 그저 학생들에게 '내신' 의 의미밖에 없는 것일까. 온라인 댓글에 이어 평소 알고 있던 몇 몇 학생들을 만나 봉사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청주 C 여중에 재학중인 박양은 "내신 아니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좋은 고등학교 가기 위해서 시험 보는 것처럼 하고 있어요." 라고 말했다.

 

 

봉사를 하면서 느끼는 뿌듯한 감정은 전혀 없나라는 물음에는 "솔직히 애들 다 고아원, 양로원 그런데서 일하는게 아니라 동사무소 같은데서 일하잖아요. 그 분들이 저희들보다 훨씬 더 빨리 일하시고 척척척인데 무슨 뿌듯한 감정이예요? 괜히 있으면서 시간만 때우는 것 같아 오히려 죄송하죠." 라고 답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본 결과 학생들은 '봉사' 에 관한 제대로 된 동기부여를 얻기 힘든 실정이었다. 1년에 20시간씩, 3년 동안 60시간을 채워야 하는 그들의 봉사는 대부분 방학 중에 이루어지는데 3학년을 대비해서 1년에 60시간을 모두 채우는 경우도 있는데다가 학교에서 '길거리 청소' 등의 명목으로 봉사시간을 주기 때문에 굳이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돈으로 해결되는 세상? 인맥으로 해결되는 세상?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학생들이 '돈' 을 내고 봉사활동 시간을 사는 경우도 있고 관련 기관에 아는 사람을 통해 소위 '뻥튀기' 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2만원이면 10시간 채워주는 곳에 돈을 내고 봉사시간을 채우는 아이들, 적지 않은 입시 스트레스 때문에 봉사활동만큼은 돈으로 피해보고 싶다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은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 '봉사' 의 숭고함이 아니었다.

 

 

게다가 관련 업체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1시간을 10시간으로 '뻥튀기' 하는 것도 가능한 모양이었다. 자신이 한만큼의 댓가를 받고 그 속에서 보람을 느끼라는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 가족과 친척을 통해 편하게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고 있는 학생들에게서 과연 '봉사' 라는 것이 얼만큼 뼈저리게 다가갈지 생각해 보게 된다.

 

 

 

 

한정된 관련업체도 문제.

 

 

막상 '좋은 마음' 먹고 동사무소 같은 기관에 간다고 해도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청주 S 중학교에 다니는 김양은 "동사무소 가서 하루종일 그냥 앉아서 친구들이랑 놀았어요. 뭐 할거 없다고 그냥 있으라고 하더라구요, 가만히 있는게 도와주는거라고. 그냥 3시간 있다가 5시간 받아서 나왔어요." 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 설날에 동사무소에 근무 중인 친척에게 봉사활동 관련해 질문을 던져 보았더니 대뜸 "걔네가 봉사하는건지, 우리가 걔네를 위해 봉사하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런거 왜 하는거냐?" 라는 소리가 먼저 나왔다.대부분의 학생들은 동사무소, 우체국 같은 공공기관에 많이 가는데 이러한 기관에서는 잡일을 시키거나 가만히 있게 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했다.

 

 

기관 내에서 학생들이 손댈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데다가 워낙 많은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오다보니까 내주고 싶어도 내 줄수 없는 것이 공공 기관이 처한 '봉사' 의 현실이다. 고아원, 양로원 등에 2~3명의 학생이 찾아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때, 이렇게 봉사활동 '점수' 를 주는 공공기관의 한정된 수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진정한 봉사의 의미 찾아야.

 

 

탤런트 정애리씨는 봉사에 대해서 "사랑 하나를 두개로 만들어 두개 모두 내가 갖는 것" 이라는 기막힌 정의를 내렸다. 베푸는 것보다 배우고 얻는 것이 더 많기에 우리는 '봉사' 를 숭고하고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마치 시험을 치루듯이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 현 봉사활동 실태는 오히려 학생들의 의욕을 감퇴시키고 봉사의 의미를 퇴색시킬 뿐이다. 봉사가 가지고 있는 "자신의 이해를 돌보지 아니하고 몸과 마음을 다하여 일함" 이라는 뜻이 과연 우리 학생들에게 얼마나 '절실' 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봉사' 의 의미를 깨닫게 하려면 현 정책으로는 어림도 없다.

 

 

우선 입시 경쟁에 찌든 학생들에게 60시간이라는 시간은 너무 많다. 3년에 60시간이라는 시간이 어른들의 눈에는 별 것 아닐 수 있겠지만 학생들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크게 다르다. 엄청난 공부 스트레스 속에서 많은 봉사활동 시간은 그저 '짐' 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봉사' 를 시키려면 제대로 시키자.

 

 

학교 측에서 C.A 나 특별활동 시간을 통해서 학생들을 고아원, 양로원 등 사회 소외계층에 주기적으로 보내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봉사 동아리 등을 적극적으로 후원해서 봉사의 의미를 강화하는 정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 또한 청주 교육대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튜터링' 이라는 제도처럼 자신보다 못 배운 이들에게 '교육' 을 통해 봉사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저 자발적으로 시킨다고 해서 봉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를 넘어서 지역, 국가적으로 '봉사' 라는 것에 대한 의미를 찾고 아이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왜 우리 아이들은 봉사를 '봉사활동 점수' 라고 부르고 있는가. 억지로 하는 봉사는 안하느니만 못하다. 뒤에서 후원해주고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남을 위해 일하는 것에 대한 기쁨을 몸으로 느끼게 해야한다.

 

 

현 봉사활동의 문제점은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점수' 로 만들어 버린 교육의 문제다. 일년에 20시간을 채우지 않아도 단 1시간만이라도 봉사의 참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공부를 하는 와중에서도 봉사하는 이들을 보고 '아름답다' 라고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가치관을 가지게 할 수 있다면 우리 교육의 '봉사활동' 은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표적인 선행 연예인인 김장훈씨의 이야기를 적으며 글을 끝마친다.

 

 

"저 자신이 유복자로 어렵게 자랐어요. 성장기 때 받은 마음의 상처는 잘 지워지지 않아요. 아이들이 미래의 희망인데 더 과감히 지원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눔은 이벤트가 아니거든요. (중략)

 

 

모아 놓은 돈도 없는데 사랑하는 가족이 나로 인해 불행해지진 않을지 저도 불안하죠. 그래도 나누는 순간이 행복해요. 돈은 사는 데 불편이 없을 정도면 되고 시간은 잠을 줄여 마련하자고 생각하죠.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할 수만 있다면요." (가수 김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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