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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6일 점심으로 약속된 ‘명사의 단골집’ 탐방에 동행한 사람은 홍 의원과 취재기자 2명 그리고 국회 의원회관 비서 4명(박윤서 허정윤 김정일 이석주)과 인턴 직원 장유정씨였다. 식당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50분쯤.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도 1~3층의 식당 중 1~2층은 이미 예약한 자리를 제외하고는 빈자리가 없었다. 이 식당의 공식명은 ‘등촌 버섯매운탕 칼국수’. 홍 의원은 비서실 직원들과 평균 한 달에 두 번꼴로 찾는다고 했다.
“10년 전에 당시 허경만(許京萬) 의원과 김포공항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마침 점심 시간과 겹쳐 허 의원이 잘 아는 집이 있다며 안내한 곳이 이 식당이었습니다. 당시는 현재의 식당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단층 건물이었는데 바람을 비닐로 막고 있었습니다. 제가 ‘바쁜데 줄을 서가면서까지 먹을 필요가 있느냐’고 했더니 허 의원이 ‘여긴 줄서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죠.”
이 식당의 메뉴는 버섯매운탕 칼국수 하나뿐. 버섯매운탕, 칼국수, 볶음밥을 차례대로 먹고 값은 단돈 5000원. 홍 의원은 “나같이 맛을 모르는 사람도 맛이 있다고 10년째 찾고 있으니 한번 먹어보고 평가해 보세요”라고 말했다.
미나리와 느타리버섯이 가득 담긴 전골그릇이 놓여졌다. 뚜껑을 덮은 채로 5분여 끓였다. 먼저 앞접시에 느타리버섯과 미나리를 건져 먹어보았다. 수북한 야채 사이로 감자와 길이 3cm 정도로 길쭉하게 자른 소고기가 조금 들어 있는 게 보였다. 천천히 음미해보니 재료가 무척 신선했다. 느타리버섯과 미나리를 어느 정도 먹고는 우러난 국물을 조금 떠먹었다. 마늘을 많이 갈아넣었기 때문일까. 국물은 무척 되직했고 색깔은 진한 주황색을 띠었다. 국물맛은 얼큰하면서도 담백했다. 몇 숟가락 국물을 떠먹고 나니 어느덧 콧잔등과 이마에 땀이 배어나온다.
홍 의원은 물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면서 “땀이 나는 것은 아무래도 마늘을 많이 넣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얼큰했지만 이상하게 맵지는 않았다. 속이 달아오르는 느낌은 없었다. 얼큰함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미각은 얼큰한 맛 다음에 오는 국물의 참맛이 무엇일까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좋은 재료를 써 잘 끓여낸 생선매운탕의 맛 같기도 한, 오묘한 맛이었다. 마치 여름철 냇가에서 천렵을 한 뒤 자갈밭에 솥을 걸어놓고 땀을 흘리며 어죽을 끓여먹는 그 맛이었다.
버섯과 미나리를 거의 다 먹었을 때쯤 여종업원이 칼국수와 미나리를 넣었다. 이제는 칼국수를 먹을 차례. 면발은 무척 굵었다. 닭칼국수든 버섯칼국수든 모든 칼국수집의 칼국수 중에서 가장 굵어 보였다. 하지만 면을 씹어보니 혀끝에서는 그렇게 굵게 느껴지지 않았다.
칼국수를 거의 다 먹어가자 여종업원이 전골냄비의 국물을 그릇에 덜어냈다. 국물을 조금만 남긴 뒤 미나리, 파, 김, 밤, 계란 등을 넣고는 밥을 볶았다. 얼큰한 맛에 비하면 볶음밥은 심심한 맛이었다. 얼큰함을 중화시켜주려는 것 같았다. 홍 의원은 웃으면서 “이 집의 한 가지 흠은 버섯칼국수를 배부르게 먹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배가 일찍 꺼져 오후 3시쯤이면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는 점”이라면서 “그만큼 소화가 잘 된다는 뜻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시내에 유사 칼국수집이 있어서 가끔 들어가보곤 하는데 맛이 영 달랐어요. 어떤 데는 아예 등촌칼국수라는 간판을 건 데가 있어서 혹시나 하고 들어가 먹어보면 영 그 맛이 아닙니다. 이 집 칼국수 맛은 독특한 데가 있습니다.”
신선한 재료와 얼큰한 국물맛은 최고였지만 다른 집의 버섯칼국수를 먹어본 적이 없는 기자로서는 과연 어떤 평점을 내려야할지 잠시 망설였다. 옆에 있던 사진기자가 명쾌한 해답을 내렸다.
“광화문에도 버섯칼국수집이 있어요. 그동안 그 집 칼국수가 맛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집 칼국수를 먹어보니 여기가 훨씬 더 맛있네요.”
●주차할 곳은 없어
이 식당의 사장은 최월선(崔月仙ㆍ55)씨. 여사장 최씨는 충남 대전 출신이다. 19년 전 버섯칼국수를 개발해 허름한 단층집에서 식당을 시작해 지금은 1~3층으로 커졌다. 지금 서울을 비롯한 전국 여러 곳에 있는 버섯칼국수는 이 식당을 모방한 것이라고 한다. 최씨는 최근 맛을 보존하기 위해 ‘최월선 칼국수’로 특허등록을 마쳤다. 식당의 주방은 1층. 최 사장의 오빠 최천연(崔天連ㆍ57)씨는 식당 관리와 재료 구입을 책임지고 있다.
최씨는 매일 새벽 가락시장에 나가 느타리버섯, 미나리 최상품을 경매로 구매한다. 최씨는 “최상품을 쓰지 않으면 국물맛이 안난다”고 말한다. 오묘한 국물맛의 비법은 육수와 양념 배합. 최씨는 “양념 배합과 육수는 여동생만이 안다”고 입을 꾹 다물었다.
이 식당의 결정적인 흠은 주차할 곳이 없다는 사실. 여기저기 골목 한편에 세워두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맛이 있다.
(조성관 주간조선 차장대우 mapl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