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의 생활정보
뉴질랜드에 갓 도착한 사람이라면 뉴질랜드 음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수많은 이민자가 함께 살고 있는 나라인만큼 식문화는 복합적이지만 항이(Hangi)와 같은 전통 마오리 음식이나 영국에서 못지 않게 사랑받는 피쉬 앤 칩스(Fish and Chips) 등은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뉴질랜드 대표음식이다.
그런데 '베지마이트'(Vegemite)라면 어떨까? 키위들의 아침 식사시간에 빵, 버터와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스프레드, 그러나 처음 먹어보는 외국인들은 질색하는 맛이라는 베이마이트에 대해 알아보자.
따뜻한 빵에 버터와 베지마이트를 발라서 먹는 아침식단은 뉴질랜드만의 것이 아니다. 뉴질랜드에서 처음 접한 사람들은 뉴질랜드에서 탄생한 음식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베지마이트의 고향은 호주. 호주에서 탄생했고 호주의 크래프트(Kraft)사에서 독점 생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호주에서는 캥거루 못지 않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기에 베지마이트는 사실 호주의 대표음식이라 할 수 있다.
최초의 베지마이트는 현 크래프트사의 전신인 프래드 워커 치즈 컴퍼니(Fred Walker Cheese Company)시릴 칼리스터(Cyril Callister) 박사가 개발한 혼합 스프레드 '순수 야채 추출물'(Pure Vegetable Extract)이라는 식품이었다.
베지마이트라는 이름은 야채(Vege)에 친구(Mate)의 호주식 발음인 마이트(Mite)가 결합된 것으로 공모를 통해 선택됐다. 1923년에 출시된 이 스프레드는 처음에는 별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비타민B를 비롯해 많은 좋은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다고 알려지면서 판매량이 늘어났고, 1960년대 이후로는 호주의 일반 가정의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이 되었다.
진한 갈색을 띠고 있는 베지마이트는 겉보기엔 달콤한 초컬릿의 맛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야채에서 추출한 즙에 소금과 이스트 추출물을 넣어 만들었기에 막상 맛을 보면 아주 짠맛이 나고 약간의 쓴맛도 가진데다 향도 무척 특이하다. 어릴 때부터 베지마이트와 성장한 호주나 뉴질랜드 사람들은 베지마이트를 토스트나 비스킷에 발라서 맛있게 먹지만 한국인을 비롯한 다른 외국인들은 생소한 맛에 오묘한 표정을 짓기 일쑤. 된장을 처음 맛보는 외국인들이 짓는 표정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먹다보니 특유의 맛에 익숙해지고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처음 맛보는 음식에 대한 거부감만 넘어선다면 베지마이트의 매력이라는 것이 있을 법하다.
그런 베지마이트가 지난 85년간 고수해오던 한결같은 맛에서 변화를 주겠다고 해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베지마이트 소비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은 베지마이트를 버터나 치즈와 함께 발라먹는다고 대답하면서 스프레드 여러 개를 꺼내지 않고 베지마이트 하나에 함께 들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크래프트사의 발표에 의하면 그래서 베지마이트의 새 버전은 크림 치즈가 섞인 모습에 훨씬 부드러운 질감과 맛을 가질 것이라고.
호주에서는 7월에, 뉴질랜드에서는 8월에 출시되는 크림 치즈 베지마이트가 오리지널 베지마이트만큼 인기를 끌지 궁금해진다. 뉴질랜드에 살면서도 베지마이트를 한번도 맛보지 않은 이가 있다면 뉴질랜드인이 사랑하는 음식을 경험한다는 차원에서라도 한번쯤 빵에 발라 먹어보는 것이 어떨까? 맛은 어떨지 모르지만 당분과 열량 덩어리이기 일쑤인 일반 스프레드에 비한다면 티아민, 리보플라빈, 나이아신, 엽산, 그리고 비타민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베지마이트는 영양면에서는 존재를 뽐낼만하다.
출저:굿데이 뉴질랜드 김지영의 생활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