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경로에서도 보듯이 어지럽게도 다녔네요.. 이 모든 것이 스위스 패스의 위력..
정확히 계산해 보진 않았지만 세이버패스15일(약60만원)로 기차, 버스, 트램 타고..박물관, 미술관,
성을 무료 입장한 것을 합치면 현지 비용의 2-3배는 사용했을 것 같습니다..
단기 여행자에게도 필수이지만 10일 넘어 스위스 여행자라면 반드시 패스구입이 필요합니다..
다들 알고 있는 걸 새삼스럽게..
- 로잔의 엔티크 시장(오전)을 놓친 우리는.. 서민의 체취를 느껴보고 싶어하는 섬초 특유의 바램으로
모르쥬시장을 향합니다.. 지도를 잘 살펴보니 로잔역 반대방향 제네바쪽으로 가면 시간단축..
버스를 2번 갈아타고 모르쥬를 향합니다.. 모르쥬 거리.. 벽화로 나무를 그리거나 꽃을 그린 것을
심심치 않게 보는데.. 그 질감이 너무 감쪽 같아서.. 우리 옛날 영화간판 그리던 분들이 직업이었듯..
하나의 예술분야로 자리를 잡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 담벼락 담쟁이 잎진 자리에
잎을 그려 넣어.. 무성한 담쟁이 잎이 담장을 꾸미고.. 여름에는 새 잎이 돋아 담장을 꾸미는..
함 보세요.. 나무와 담쟁이덩쿨과 꽃이 살아 있어요..
- 성을 개조해 만든 전쟁박물관을 들럽니다..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장총(서부영화의 2배),
칼은 광화문 이순신장군이 찬 칼에 버금가는 긴 칼..그 사람들 신장이 얼마나 컸길래..
구시가의 벼룩시장이 오전에 열리다는 정보를 가지고 갔지만 역시 겨울 날씨가 따라 주지 않는 모양입니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고.. 흔적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총과 칼이 안 보이네요..
- 톨로쉐나 : 모르쥬 벼룩시장을 즐겨 찾았다는 오드리 헵번의 묘소가 가까운 곳에 있어..
맥도날드에서 산 한 짐의 햄버거를 들고(주문실수).. 정류장에서 부피도 줄일 겸.. 콜라 김 빠질까봐..
프렌취프라이를 먹으며 버스표지판을 보고 갈 길을 톺아 보는데..
초등학교 6학년 쯤 되어 보이는 꼬마가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갈 곳을 짚어 봅니다.. 잠깐 방심..
한번 더 확인하고 건너서 탔어야 되는데..
하염없이 시골길을 갑니다.. 정거장수가 틀린 것을 알았을 땐 한참을 거꾸로 간 상태..
그 꼬마가 뒤에 앉은 아가씨와 말을 주고 받는게 보입니다.. 물먹이려 했나?
다음 정거장에 내려 머뭇거리는데.. 따라내린 아가씨가 우릴 불러 세웁니다..
불어입니다.. 우리의 짧은 영어와 불어의 만남.. 단절.. 손가락방향과 버스정류장과 걷는 시늉..
그리고 차를 세우는 큰 모션.. 을 종합해보니 결국 맞은 편 정류장은 stop on request..
arrest for demands.. 여러나라 말로 기차나 버스정류장에 적어 놓은.. 손 들지 않으면
버스가 서지 않으니 손을 드세요!! 라는 말..(물론 기차에서는 미리 버튼을 눌러야만 정차..)
우릴 두고 돌아서는 그녀의 어깨 위로 한적한 시골마을 정류장의 햇살이 더욱 따뜻하게 비칩니다..
- 손들었습니다.. 과연.. 버스가 서더군요.. 한적한 시골길을 갑니다..
그러나 작은 정류장마다 내리기 전 둘러봐도 사람 흔적은 보이지는 않고 끝내 종점까지 가고 맙니다..
애초에 내릴려던 톨로쉐나로 돌아 와 일단 내린 우리는 오드리헵번의 묘를 찾아봅니다..
화단에 물청소하는 아주머니의 불어는 어찌나 시원하든지 우리가 알아듣든 모르든 전혀 상관없이
열심히 길을 가르쳐 줍니다..
고개 끄덕이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걸어 간 길 끝에 정확히 소박한 묘지가 언덕에 앉아 있습니다..
산초 염소수염이 자라듯.. 불어 hearing도 어느새 쭉쭉 향상.. 뿌듯..
20구 정도의 묘구가 매장된 묘지.. 아무리 생각해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로마의 휴일로 한 때 만인의 연인이었던 여우의 묘지가.. 그래서 더욱 애틋한 정이 갑니다.. 한 컷..
- 아침에 짐은 cheak-out시 로잔YH에 맡기고 작은배낭 하나 들고 다닙니다..
이제 로잔 거쳐 몽뜨뢰에서 거꾸로 골든패스길 따라 샤또되로 갑니다..
샤또되를 거쳐 꼭 가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하루해가 애를 먹입니다..
바삐 서둘지 말고 머물고 싶은데 마음껏 머물자.. 한참이나 머문 것이 화근이 되는거죠..
샤또되.. 아름다운 성당이 역사에서 눈에 띕니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성당..
대도시의 화려한 성당과는 달리 소박하면서도 단순한 외관..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선 모습은..
고고함보다는 외로움의 또 다른 표현인 것만 같아.. 항상 여행자에게 외경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가벼운 옷차림의 한쌍 여행자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올라간 성은 다가갈수록 회빛 외관의 단정함이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합니다.. 넓은 뜰엔 돌담이 쳐서 속과 성의 경계를 이루고.. 담장너머엔
어김없이 설산이 멀리 그림처럼 드리워져 있습니다.. 섬초는 외로운 성만 보면 눈물이 난답니다..
성이 외로워서.. 그 성에 사는 수도사의 모습이 외로워서..
아니..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수도사까지 보는 혜안을 어떻게 섬초가.. 조심해야겠습니다..
-샤또되 성..
- 샤또되를 뒤로하고 환상의 골든패스 길을 다시 내려갑니다..
며칠 전과는 달리 그새 눈이 내려 설산과 벼랑의 경계가 무너지고..
우리 산수화를 연상케하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다시 보고 싶은 곳을 마음 내키는대로 다시 올 수 있는 것은..
초기 여행계획 짤 때 동유럽의 나라들을 하나씩 제외시키는 아픔에 보상처럼 얻은 소득입니다..
첫 여행의 무리한 나라간 이동경로.. 한나라 1-2도시.. 체류시간도 오전이나 오후한 때..
차라리 이동경로도 짧고 여유시간이 많은 쪽을 택한 것은 지금 생각해봐도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샤또되-몽뜨뢰(골든패스구간)길은 이번 여행에서 맛 본 가장 아름다운 풍광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처럼.. 어린아이처럼.. 길이 꼬부라질 때마다 자리를 이동해서 레만호를 보십시오.. 해지는 레만호를..
< 레만호에 지다 > -샤또되-레만호-골든패스 길
그 길로 다시 갔었어
설산의 위용이 눈을 빼앗고
스쳐 지나가는 삼림의 행렬이 비탈진 계곡에 서고
한 길 낭떠러지 아래 계곡이 흐르는 그 길
그 길이 전부인 줄 알았어
눈 앞의 레만호에 마음을 빼앗기기 전까지는..
그 모든 것은 숨죽이고 있었던 거야
그 모든 것은 단지 산일 뿐이었어
하지만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차창 밖 오후의 해가 기울 때
지는 것은 해 만이 아니었어
난 지고 있었어
레만호에 지고 있었어
송두리째 지는 것은 해 만이 아니었어
- 몽뜨뢰, 로잔을 거쳐 시옹으로 갑니다..
로잔 호숫가 엘리제 사진 미술관에서 램브란트의 판화를 보고 싶었는데 폐관시간을 넘겨버렸습니다..
YH에서 짐을 찾아.. 시옹(시옹성은 몽뜨뢰에 있고 시옹은 다른 마을명)으로 떠납니다..
한국에서 13박중 11박은 인터넷 예약했고.. 2일은 zimmer frei라는 민박집에 자 볼 량으로 남겨뒀습니다..
하나 여행중 짐을 들고 숙소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전화 예약하고.. 짐을 맡긴 뒤..
작은 배낭 하나 들고 움직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오늘 시옹YH도 로잔YH에서 나눠준 스위스
YH지도를 받아들고 예약한 곳입니다.. 역에서 내려 역 뒤로 돌아가면 바로 찾을 수 있는 곳..(5분)..
** 3/18일
로잔YH-모르쥬-톨루쉐나-(로잔-몽뜨뢰)-샤또되-(몽뜨뢰-로잔)-시옹YH
<출처 : ★배낭길잡이★ 유럽 배낭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