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금은 배, 감, 복숭아, 자두와 함께 우리의 주요한 옛 과일이었다. 세계적으로는 약 25종이 유럽, 아시아 및 북아메리카에 걸쳐 자라고 있다.
중국의 기록으로는 1세기경에 임금(林檎)이라 불렀던 능금을 재배한 것으로 되어있다. 또 능금보다 길고 큰 열매를 가진 과일나무가 남쪽에서 들어왔는데, 이것을 내(奈)라 했다 한다. 임금은 중국의 과일이고, 내는 오늘날의 서양사과를 말하는 것으로도 추정한다.
대체로 삼국시대쯤 임금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보이나, 기록으로는 송나라의 손목이 지은 계림유사(鷄林類事·1103)에 ‘내빈과(奈○果)는 임금을 닮고 크다’ 하였고 고려도경(1124) 권23 잡속(雜俗) 토산(土産)에 보면 일본에서 들어온 과일에 능금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처음이다. 동국이상국집 고율시에는 ‘… 붉은 능금 주렁주렁 매달렸는데/ 아마도 그 맛은 시고 쓰리다’
라 하여 구체적인 생김새와 맛까지 짐작할 수 있다.
조선조에 들어와서도 태종 12년(1412)과 13년 종묘에 올리는 햇과일로 능금이 등장하고, 쪼개고 깎아서 쓸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올릴 것인지를 두고 대신들의 논란이 있었다 한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능금나무에는 새가 온다고 해서 글자를 禽자 변에 쓴다는 재미있는 풀이도 하고 있다. 그 외 조선왕조실록에는 엉뚱한 계절에 능금 꽃이 피었다는 기록이 여러 번 있다.
이처럼 능금은 우리의 주요한 과일로서 명맥을 이어왔고 개화 초기까지만 하여도 개성과 서울 자하문 밖에 흔히 재배하고 있었으나 다른 과일에 밀려 지금은 없어졌다. 오늘날 우리가 능금으로 알고 있는 이 과일이 중국의 임금이 들어와서 능금이 된 것인지 아니면 경북, 경기, 황해도 등지에 야생상태로 자라는 순수 토종 능금나무의 열매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면 능금과 같은 과일로 흔히 알고 있는 사과(沙果)는 무엇인가? 훈몽자회에 보면 금(檎)은 능금 금으로 읽고 속칭 사과라고 한다 하여 벌써 500년 전에도 뒤섞어 쓰인 것 같다. 지금도 능금과 사과의 명칭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으나, 1906년 서울 뚝섬에 원예시험장을 개설하고 각종 개량 과수묘목을 보급할 때 선교사나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 ‘능금이 달리는 나무’를 일단 사과나무로 보는 것이 혼란스럽지 않다.
사과는 유럽인들이 즐겨한 과일로서 얽힌 이야기가 수없이 많다. 성경에 보면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하와는 에덴 동산에서 금단의 열매 사과를 따먹다가 쫓겨난다. 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불화(不和)의 여신 에리스가 던진 황금사과 한 개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줌으로써 급기야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분쟁을 가져오는 불씨를 ‘파리스의 사과’라고 한다. 그 외 활쏘기의 명수 윌리엄 텔의 사과,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의 사과 등 서양 문화에 비친 사과의 의미는 여러 가지이다.
능금나무는 자르지 않고 그대로 두면 키 10m 정도에 이르고 어린 가지에는 털이 많다. 잎은 타원형이고 어긋나며 가장자리에는 잔톱니가 있다. 꽃은 5월에 분홍색으로 피고 다섯 장의 꽃잎을 가지고 있다. 가을에 노란빛이 도는 열매가 붉게 익으며 겉에는 하얀 가루가 묻어 있다.
두 나무는 매우 비슷하여 구분이 어려우나 능금은 꽃받침의 밑 부분이 혹처럼 두드러지고 열매의 기부도 부풀어 있다. 사과는 꽃받침의 밑 부분도 커지지 않고 열매의 기부도 밋밋하다. 또 능금은 사과에 비해 신맛이 강하고 물기가 많으며 크기도 작다.
첫댓글 지가 어릴땐 능금나무라고 산에서 나는게 있었답니다 그걸대목으로 삼아서 접붙여서 쓴다고 어른들이 말하던데요 어릴때는 능금나무밭에서 개를 부하삼아 구르면서 자랐음....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