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9월2일
환자들과 함께하는 Q&A
군발두통이란 편측 두통이 생기고 눈물, 결막 충혈, 콧물 등 자율신경 증상이 나타나는 통증 발작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대한두통학회에 따르면, 19세 이하 청소년 시기에 발병한 경우의 90% 이상이
1년을 넘는 진단 지연을 경험했다. 군발두통은 산소치료 등을 통해 질병 부담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산소치료는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치료로 환자들의 선호도와 만족도가 높다. 조수진
두통학회장(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사진)이 최근 환자모임에서 발표한 군발두통에 관한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19세 이하 발병 땐 진단 어려워
수개월~수년 증상 없는 시기 있어
세월 지나 자연히 낫는 병 아니야
부작용 거의 없어 환자들 선호하는
산소치료 보험급여화 서둘러야
- 군발두통은 왜 생기나. 정신적 혹은 물리적인 충격으로 발병할 수도 있을까.
“군발두통은 뇌의 병이다. 특정 계절이나 시간에 통증이 주로 반복되고, 시상하부 후부의 이상활성, 혈중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티드의 증가, 뇌간 삼차신경핵의 흥분, 자율신경계의 변화 등이 주요한 발생 기전
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환자는 군 복무나 연수, 외상 등 특별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
들은 특별한 원인을 기억하지 못한다.”
- 유전되나.
“군발두통은 1000명 중 1명의 비율로 발생하고, 그중 가족성 군발두통 환자는 더 드물다. 최근 전체유전체
상관분석연구에 의하면 7가지 유전 위치가 군발두통과 연관되고, 그중 2개는 편두통도 관련되었다. 가족
중 군발두통 환자가 있는 비율은 메타분석(여러 논문 분석)에서 6.3~8.2%이다. 국내 보고는 없지만 5%
이하로 추정되고, 대부분 환자는 군발두통의 가족력이 없다. 다만 부모의 흡연 경력이 군발두통과 관련
되므로 가족의 위험도를 줄이기 위한 금연이 권고된다.”
- 자연히 좋아질 수 있나.
“군발두통은 수개월에서 수년간의 ‘군발두통이 발생하지 않는 기간’(관해기)이 있다. 국내 환자 200명의
자료에 의하면, 평균 7.3년 동안 3번의 군발기가 있어 대개 2~3년마다 군발기를 겪는다. 일반적으로
세월이 가면서 관해기간이 길어지고, 평균 관해기의 2배의 기간이 지나면 완치로 본다. 그러나 3~10년 후
재발하는 때도 있고, 80세가 다 되어서 아픈 환자도 있어 ‘세월이 가면 자연히 낫는 병’은 아니다.”
- 코로나19 감염이나 백신 접종 후 군발두통이 재발할 수 있나.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군발두통이 재발한 보고가 있다. ‘롱코비드’로 불리는 코로나19의 장기 부작용
으로 두통은 흔하며, 편두통이나 긴장형 두통 양상으로 주로 나타난다. 군발두통 환자는 코로나 예방접종
이나 감염 후 두통이 발생하면, 군발기 재발인지 파악하고 초기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
- 진통제를 많이 먹어도 될까.
“군발두통은 관해기에 두통이 없어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으므로, 약물 과용에 의한 두통 악화는 드물다.
군발기에는 두통이 심하므로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트립탄제 복용이 불가피하다. 다만 두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도 느낌만으로 복용하면 약물 사용량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 약물치료 외에 다른 방법은 없나.
“군발두통의 급성기 치료법으로 미주신경자극기가 효과적이다. 두통 시 혹은 예방 목적으로 목에 2분씩
여러 번 전기자극을 주는 방법(감마코어)인데 현재 국내 사용은 불가하다. 운동이나 이완요법이 미주신경을
자극하거나, 다른 치료 기전에 작용해 두통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과학적인 증거는 미약하다.”
- 환자에게 추천하는 생활습관은.
“생활습관은 원인 자체는 아니지만 이미 발병한 환자의 치료 경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첫째, 금연이 가장
중요하다. 흡연은 군발두통의 발병과 악화에 영향을 준다. 둘째, 술 같은 유발요인을 피하는 것이 좋다. 셋째,
규칙적인 수면이나 식사 등 건강한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넷째, 매일 30분 이상 스트레칭과 유산소운동(땀이
약간 날 정도)을 하고, 스트레스 조절과 편안한 마음 자세를 한다. 다섯째, 비만·고혈압·당뇨·고지혈증·수면
무호흡증 등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해야 한다.”
- 치료제 앰겔러티(갈카네주맙)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군발두통 환자의 고통과 고가의 치료부담을 고려하면 건강보험급여 확대가 아쉽다. 난치성 만성편두통
환자에게는 6개월간의 두통 일기, 치료 병력, 평가 후 보험급여가 적용된다. 만성편두통이 동반된 환자는
군발두통이 같이 개선될 수 있으므로 의사와의 상담을 권한다.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티드 단클론항체’
치료 중 정맥주사제인 엡티네주맙은 군발두통 예방효과에 대해 해외 임상연구 중이고, 아직 다른 신약은
없다.”
대한두통학회 임원진(위 사진)과 군발두통 환자모임 참가자들(아래 사진)이 군발두통 인식증진을
위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대한두통학회 제공
■빈도·강도 줄이는 ‘예방치료’ 권고…편두통약 ‘칼카주네맙’ 효과 입증
두통치료에는 통증이 시작하면 통증을 줄이기 위한 급성기 치료와, 잦은 두통을 예방하거나 강도를 감소시
키기 위한 예방치료가 있다. 군발두통은 모든 환자에게 군발기가 시작되면 가능한 한 빨리 예방치료를 동시
에 시작하는 것을 권고한다.
예방치료로 군발기가 시작되는 것을 예방할 수는 없지만 군발기간을 최소화하고 두통발작의 빈도와 강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 예방치료를 하는 중에 군발두통발작이 있을 때는 고유량산소요법, 트립탄과 같은
급성기치료를 병행한다.
제일 먼저 권고되는 경구예방약은 베라파밀이다. 초기용량으로 시작하여 1~2주 간격으로 증량하며, 군발기
동안 유지하다가 끝나면 서서히 감량해서 중단한다. 베라파밀의 효과가 충분히 나올 때까지 1~2주 걸리기
때문에 빠른 효과를 나타내는 경구스테로이드 치료나 후두하 스테로이드주사와 같은 단기예방요법을 병행
할 수 있다. 베라파밀은 느린맥이나 부정맥이 있는 환자에는 주의를 필요로 하며 고용량으로 증량할 때에는
심전도 확인이 필요하다. 처방하기 전에 베타차단제나 항부정맥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변비
가 가장 흔하게 동반되는 부작용이므로 변비약을 처음부터 같이 처방하기도 한다. 잇몸비대, 무력감, 혈압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베라파밀로 예방효과가 불충분할 때는 리튬을 추가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위약감, 구역, 설사
등의 다양한 부작용이 있으므로 혈중농도를 확인하면서 투여한다. 그 외에 토피라메이트, 발프로익산,
멜라토닌, 프로바트립탄 등도 유럽이나 미국 진료지침에 포함된 약제이다.
최근 편두통 예방치료제로 개발되어 좋은 성적을 보이는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 단클론항체’
중에 갈카네주맙은 삽화성(Episodic) 군발두통에도 예방치료가 입증됐다. 칼카주네맙은 비교적 효과가
빠르고 치료성적이 좋으며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장기예방치료에 스테로이드 단기예방치료를 병행하는’
기존의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움말 = 문희수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교수
문희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