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치 통화기록으로 내 머리를 재단해보겠다고, 몇년치 이메일 기록 정도로 나를 평가해보겠다고, 너무하다고 했다
나의 과거를 캐려면 최소한 저 고비사막 모래무지에 새겨져 있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정보 정도는 검색해와야지 저 바닷가 퇴적층의 몇천미터는 채증해 와 대놓고 얘기해야지 저 새들의 울음, 저 서늘한 바람결 정도는 압수해놓고 얘기해야지 그렇게 나를 알고 싶으면 사랑한다고 얘기해줘야지, 이게 뭐냐고.
* 송경동 시인은 그동안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에 적극 참여해왔으며 특히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더불어 농성장을 떠나지 않았다. 최근 용산참사가 발생하자 범국민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꿀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