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 / 2022.05.18 / 페이스북 펌)
1.
홍어좌빨이라는 말을 종종 들었습니다.
본관이 나주이니,
전남 나주가 선조의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이기는 한데,
본적이 경북 영일군이고,
부마항쟁의 빛나는 역사를 가진 부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
그런 말이 처음엔 아주 어색했습니다.
그러나, 덕분에 지역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셨던
아버지가 반성의 뜻깊은 시간을 가지게 되셨고,
저 역시 관심을 가지고 책을 찾아 읽게 되었지요.
고등학생 시절,
등하굣길이 부평동, 대청동, 남포동 언저리라
부산 카톨릭회관 근처에서 벌어진 시위를 몇 번 본 적이 있어요.
카톨릭회관에서 광주 518 사진전을 한다는 소문을 접했는데,
그때, 광주 518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지요.
뒤늦게 하나둘 알아갈수록
홍어좌빨이라는 일부 진영에서의 비아냥이
오히려 영광이란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도도한 역사의 강물이 암초를 만나 역류할 때,
그 역류에 편승하지 않고
바다로,
바다로,
피 흘리며 나아간
위대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목숨을 걸고
시대의 이정표를 지켜낸,
그리하여, 시대의 이정표가 된 분들을
기리는 날.
저 역시
시대의 역류를 혹여 마주하더라도
편승하지 않고
바다로, 바다로
씩씩하게 나아가겠노라고 다짐합니다.
2.
지난해 겨울,
광주에 다녀왔습니다.
<도가니 사건>의 인화학교 졸업생들이 운영하는 <카페 홀더> 10주년을 맞아 축하해주고 싶었거든요.
카페 가는 길.
국립 5.18민주묘지를 잠시 들렸습니다.
<도가니 사건>으로 알게 된 김용목 목사님이
518 최초의 희생자인 고 김경철 님에 대해
말씀해주신 적이 있어
따로 헌화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지난겨울, 비로소 실행하게 되었지요.
1980년 5월,
청각장애로 공수부대원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사정을 말할 수도 없었는데,
수를 쓴다고 오해한 공수부대원들의 곤봉에
결국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함박눈이 내리던 날,
늘 들리던 송건호 선생님 묘소에도 가고
김경철님께도 처음 인사드렸습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한참 못 갔는데,
역사의 역류에 부딪히더라도
굴하지 않고
바다로 향하여 나아가는 여행길에
지참할 주먹밥 도시락
한가득 받으러
광주 또 다녀와야겠어요^^
P.S. 다음주 월요일부터 대구지검으로 출근합니다.
대구도 한번 근무하고 싶었는데, 기어이 가게 되었네요.
친정인 부산과 아버지 고향인 포항이 멀지 않지요.
기쁘게 이사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