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여섯
한 소년이
십자가 앞에 꿇어 기도를 드렸습니다 :
"당신은 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 총부리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들을 보고만 계시고
세상엔 죄인들과 닫힌 감옥이 있어야만 하고 인간은 고통 속에서 번민해야 하느냐고...."
기도 중에 소년은 주님의 뜻을 헤아립니다 :
"사랑, 사랑, 사랑, 오직 서로 사랑하라고"
소년은 다짐을 하였습니다 :
"난 영원히 기도하리라, 세계평화 위해,
난 사랑하리라. 내 모든 것 바쳐"
이 기도를 마음 속 깊이 새겼던 소년은
성인이 되어 의사가 되고, 수도자가 되고, 신부가 되어
수단의 톤즈로 가서 이 기도를 살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이 기도에 동참하기 시작했지요.
전쟁으로 모든 것이 폐허가 된 그 땅에
사랑과 꿈과 웃음과 평화가 조금씩 피어나는 것을 보고
소년은 노래하였습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슈쿠란 바바)"
사랑의 다짐으로부터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
소년의 삶은 분명 그 누군가를 닮은 삶이었습니다.
이천년 전 팔레스티나 땅에서 설흔셋의 짧은 삶이었지만
자신을 모두 인간과 하느님께 바치는 사랑의 삶을 살아
온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가르쳐 주었던
예수, 그 분의 삶과 닮아있었습니다.
이태석 신부의 형, 이태영 신부입니다.
고마우신 분들이 너무나 많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참으로 많은 분들이 이태석 신부의 삶에,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기도와 나눔으로 함께 해 주심에 가족들을 대신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태석 신부를 저희 가족에게 선물로 주시어 사랑을 가르쳐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이태석 신부는 수단의 톤즈에 희망과 사랑, 평화의 씨앗을 심고 하느님 나라로 옮아갔습니다.
이제 그 씨앗을 돌보고 키워서 열매를 맺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겠지요.
이 사랑의 길에 동참할 것을 다짐하면서,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이태석 신부의 가족을 대신하여 이태영 신부 올림.
출처: 수단이태석신부님/수단어린이장학회 원문보기 글쓴이: mimb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