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찔레꽃 엄마엄마 기러기 이연실 ◎
1. 엄마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2. 밤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3. 엄마엄마 나죽거든 앞산에 묻지말고
뒷산에도 묻지말고 양지쪽에 묻어주
비오면 덮어주고 눈오면 쓸어주
내 친구가 날 찾아도 엄마엄마 울지마
4.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러기 기럭기럭 날라갑니다.
가도가도 끝도 없는 넓은 하늘을
엄마 엄마 찾으며 날라 갑니다.
5.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시골집 뒷산길이 어두워질 때
엄마품이 그리워 눈물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아주 심하게 짬뽕이 된 이 노래를 샅샅이 해부해 본다.
며칠 전에 내가 아침마다 애청하는 KBS CLASSIC FM에
파격적으로 이 노래가 나왔기에 상당한(?) 의무감으로
이 노래를 언급해본다.
이 노래만큼 설이 난무하는 노래도 드물것이다.
나는 2000년 초반에 가요 동호회에서 3년 정도 활동한 적이 있어서
우리나라 가요에 대한 꽤 많은 고급 정보를 알고 있다.
우리나라 포크송 1세대는 여전히 활동하고 계시는 할배들인 이른바 ‘
쎄시봉’ 팀들이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으로 알려진
이른바 ‘쎄시봉’ 팀들이다.
막내인 김세환씨가 몇 일 전에 TV에 나와서 70세 생일이
지났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추가로 서유석, 이필원, 한대수 등 남성들이고
여성 1세대는 대체로 양희은, 박인희, 은희, 이연실 같은 분들이다.
박인희는 이필원과 ‘뚜아에 무아’, 은희는 한민과 ‘라나에 로스포’
혼성 듀오로 활동한 분들이다.
이 여성분들은 전부 목소리가 맑고 청아한 특징이 있다.
이들이 솔로로 독립하면서 음반을 내고 활발히 활동했는데,
재미있는 게 동요를 가요로 많이 편입시켰다.
박인희는 ‘섬집아기’, ‘봄이 오는 길’을, 은희는 ‘등대지기’를
이연실은 ‘찔레꽃’ 과 ‘가을 메들리’를 힛트시켰다.
가장 대표적으로 가요에서 힛트한 동요가 서수남, 하청일 듀오가 히트시킨
과수원길 구름 이다.
오늘은 전라북도 군산에서 1950년에 출생한 포크 1세대 가수
이연실의 ‘찔레꽃’을 알아본다.
출처 - 다움백과 http://cafe.daum.net
이연실은 군산에서 대학교수인 아버지 슬하에서 유복하게 자라나
군산여고를 거쳐 홍익대 미대에 입학한다.
1970년 스물 한 살에 가요제에 전북 대표로 나와서 실력을 인정받는다.
그리고, 조선호텔 뒤 ‘포시즌’에서 아르바이트로 노래를 부르다가
당대를 휘저은 작사가 ‘전우’에게 발탁되어 1971년 가수로 데뷔한다.
이연실은 제대로 음악과 인생을 알기 위해 대구로 내려가
다방 레지’ 생활을 거치면서 몸으로 익혔다고 전한다.
지금 세대들이야 ‘다방 레지’ 가 무언가 싶겠지만,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어른들의 기본 사교장은 ‘茶房(다방)’이었다.
그야말로 커피를 파는 곳이었는데,
여기에서 커피를 내오는 여종업원을 ‘레지’로 불렀다.
아마도 영어인 '레이디(Lady)' 가 변형된 것 같다.
변두리 다방에 가면 할 일 없는 어른들이 ‘레지’를 앉혀놓고
같이 이야기꽃을 피웠다.
물론, 레지 몫으로 커피 한 잔을 시켜야 했다.
일종의 접대부였던 셈으로 매상을 올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
당연히 ‘레지 들은 커피 배달을 겸한 출장을 다니기도 해서
다방순 오봉순 등의 별칭으로도 불렀다.
오봉’ 은 찻잔을 담아내 오던 커다란 양은 쟁반의 일본식 발음이다.
이 ‘레지’ 생활을 몸으로 부딪혀보았다는 것은
이연실의 강단을 엿볼 수 있는 일화이다.
달걀노른자를 띄운 모닝 커피 비엔나 커피 등이 우리나라 다방 문화가
만들어낸 특이한 커피들이다.
이게 점차로 호텔식의 ‘커피숍’ 에 밀려 레지가 없어지고,
커피 전문점으로 바뀌어간 것이다.
지금이야 익숙한 ‘셀프 서비스’ 도 맥도날드 같은 햄버거가 들어오면서
우리 생활에 밀착된 것이다.
이연실은 자존심도 무척 강했다고 알려졌다.
양희은 인지 노사연 인지 정확치 않으나 이연실에 대해 증언한 적이 있다.
노래하다가 시비거는 취객과 정면으로 맞붙어 싸울 정도로
노래에 대한 자존심이 꼿꼿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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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실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홍익대 미대를 중퇴하고
1971년 MBC 콘서트에서 자작곡 ‘조용한 여자’ 로 데뷔했다.
그리고, 그해 11월 ‘새색시 시집가네’를 타이틀로 데뷔앨범을 발표한다.
1972년 이연실은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과 컴필레이션 음반을 발표하면서
찔레꽃’을 음반에 싣는다. 1975년에 이연실은 이연실 고운 노래 모음집’
이라는 독집음반을 히트레코드사에서 발매한다.
승승장구하던 ‘싱어 송라이터(Singer, Song Writer:자작곡이 가능한 가수)’
이연실은 1975년 겨울 대마초 사건으로 자수한다.
경미한 사안이라 훈방된 이연실은 한 동안 주춤하다가 1981년
목로주점 으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다.
1985년 이연실은 남편인 김영균과 ‘잠실 야구장’ 이라는
프로 야구에 관련한 노래를 발표한다.
1989년 ‘이연실 고운 모래 모음집 제2집’을 한국음반에서 발매한다.
이 음반은 얼마 후 CD로도 제작되어 이연실의 히트곡 대부분이 수록된다.
그 이후 이연실의 행적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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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찔레꽃‘ 에 대해서 알아본다.
우선 이 노래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맨 처음에 나오는 가사를 기준으로 1,2절만 실린 게 1972년 첫 발표 버전이다.
1975년 ‘고운 노래 모음집’ 에서는 조금 긴 버전으로 나온다.
위에 보이는 가사가 1~5절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편의상 ‘오리지널 버전’과 ‘메들리 버전’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1989년 ‘고운 노래 모음집 제2집’ 에 있는 버전은 오리지널 과 같다.
오리지널’ 버전은 3~4분의 길이의 노래이다.
메들리 버전은 무려 6분에 육박하는 긴 노래이다.
우리나라 가요로 ‘찔레꽃’을 치면 3곡의 노래가 나온다.
우선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백난아 의 찔레꽃 이다.
이제는 거의 국민 가요가 되었고, 북한의 김정일의 애창송으로 더 잘 알려진 곡이다.
봄이 되면 ‘KBS 가요무대’ 에 단골로 나오는 노래이다.
그 다음이 이연실의 ‘찔레꽃’이며, 마지막으로는 늦깍이로 가수가된
歌客(가객)’ 장사익이 자작곡으로 만든 ‘찔레꽃’이 있다.
백난아의 ‘찔레꽃’은 다음에 다시 설명하련다.
오리지널 버전’을 먼저 보자.
우리나라 동요를 대표하는 곡은 아무래도 고향의 봄 이 아닐까 싶다.
혹시, 다른 견해를 가진 분들도 계시겠지만 대체로 그렇게 보는 게 적절하다.
이 곡은 이원수 작시/홍난파 작곡이다.
아동문학가로 우뚝 선 큰 봉우리 이원수(李元壽:1911~81) 선생이 1920년 열아홉에
신소년’ 이라는 잡지에 ‘찔레꽃’이라는 동시를 발표한다.
1980년에 촬영된 최순애(왼쪽), 이원수? 선생 부부 (경남도민일보 사진)
부인 최순애 선생도 유명한 동요 '오빠생각' 의 작사자이다.
1. 찔레꽃이 하얗게 피었다오. (엄마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언니 일 가는 광산길에 피었다오.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찔레꽃 이파리는 맛도 있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배고픈 날 따먹는 꽃이라오. (엄마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2. 광산에서 돌깨는 언니 보려고 (밤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해가 저문 산길에 나왔다가 (하얀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찔레꽃 한 잎 두 잎 따 먹었다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꿈)
저녁굶고 찔레꽃을 따 먹었다오.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이원수 선생의 원시 옆에 괄호로 굵은 글씨가 이연실의 개사 버전인데
비교를 위해 같이 적어 보았다.
이 가사가 이해가 되는가? 가난과 배고픔을 체험하지 않은 세대나
사람들에겐 그닥 가슴에 와닿는 내용이 아닐게다.
나는 촌넘이라 나이보다 좀 더 많은 곤궁한 삶을 체험했다.
그래서, 살아온 이야기를 하려면 지방 도시출신이면 10년,
서울 사람이면 20년 더 나이 많은 분들과 이야기가 통하는 깡촌 출신이다.
1920년대는 찔레꽃도 따먹었다는데,
우리는 1960~7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찔레순만 꺾어 먹었다.
이원수 선생의 동시를 이연실이 改詞(개사)한 것이 1, 2절의 가사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이 이른바 오리지널 버전 의 찔레꽃 으로
3~4분 정도의 길이이다.
자, 지금부터는 메들리 버전 을 살펴보려는데, 1, 2절은 동일하다.
메들리 버전' 으로 이름붙인 것은 이연실이 동요를 모아
가을 메들리' 라고 불러 힛트한 데서 착안해 붙여보았다.
3절의 가사는 조금 뜬금없다.
이 동요는 작자 미상의 우리나라 전래 동요의 가사이다.
음악은 미국민요 ‘클레멘타인(Oh! My Darling Clementine)이다.
1849년 미국 서부에는 금광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름하여 ‘포티나이너(forty-niner)’들로
열악한 환경에서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며 自嘲的(자조적)으로 부른 노래이다.
우리나라에는 3.1운동 이후 대구출신 음악가 박태원 선생이
우리실정에 맞게 번안해서 널리 보급되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처음 도입된 번안동요이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로
그리 슬픈 가사의 노래가 아니지만 원곡은 매우 슬픈 가사를 가진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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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4절로 넘어 가면 또 뜨악스럽다.
1928년에 윤복진이 발표한 동시 ‘기러기’ 가 있다.
그리고 곡은 대구 출신 박태준의 곡으로 알려져 있는데, 모두 다 잘못이다.
가사를 쓴 윤복진 시인이 월북한 사람이라 금지곡이라 그런 신세가 되었다.
윤복진은 1907년 대구 출생으로 ‘동무생각’ 의 작곡가
박태준의 후배로 대구 계성학교를 나왔다.
일제강점기에 맹활약했지만 자진 월북해서 1991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요 기러기 는 아동문학가 윤석중 버전과 윤복진 버전이 있다.
내가 배운 것은 윤석중 버전이고 윤복진 버전은 1990년대에 들어와 알게 되었다.
기러기 윤석중 버전
1. 달 밝은 가을밤에 기러기들이
찬서리 맞으면서 어디로들 가나요
고단한 날개 쉬어 가라고
갈대들이 손을 저어 기러기를 부르네.
2. 산 넘고 물 건너 머나먼 길을
훨훨 날아 우리 땅을 다시 찾아 왔어요
기러기들이 살러 가는 곳
달아달아 밝은 달아 너는 알고 있겠지.
기러기 윤복진 버전
1.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길을 잃은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넓은 하늘로
엄마 엄마 찾으며 흘러갑니다.
2. 오동잎이 우수수 지는 달밤에
아들 찾는 기러기 울며갑니다.
엄마 엄마 울고 간 잠든 하늘로
기럭기럭 부르며 찾아갑니다.
이 두곡의 음악은 미국의 대표적인 가곡 작곡가
스티븐 포스터(Stephen Foster:1826~64)’ 의
Massa’s in de cold ground.(주인님은 차가운 땅 속에 계시네요)’의
곡을 이용했다. 이연실은 이 곡에서 가사만을 빌려왔는데,
그것도 조금씩 고쳐서 썼다.
이제 5절을 분석한다. 5절이야 말로 박태준(1900~86) 선생이
작곡한 노래가 나온다. 동요 ‘가을밤’ 인데, 동요인지 가곡인지 헷갈린다.
가사는 ‘이태선(1915~2002)’ 선생이 쓴 것이다.
아동문학가 이태선 선생은 충남 서산출신이다.
몇 해 전부터 이태선 선생을 기리는 예술제가 서산에서 열리고 있다.
가을밤 이태선 작사/박태준 작곡
1.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길 어두워 질 때
엄마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2. 가을밤 고요한 밤 잠 안오는 밤
기러기 울음 소리 높고 낮을 때
엄마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이 곡이 바로 이연실 버전 ‘찔레꽃’ 의 음악이다.
대구 출신으로 숭실전문학교를 졸업한 작곡가 '박태준' 선생의 동요 작품이다.
그나마 가사 몇 부분을 고쳐 썼는데,
내 생각으로는 이연실이 의도적으로 고친 게 아니라 1970년 초까지만 해도
기록들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뒤죽박죽이라 이런 일이 벌어진 것으로 해석한다.
자! 결론을 맺자면 이 노래는
이원수/전래동요/윤복진/이태선/이연실의 합동 작사에 박태준 작곡의 노래이다.
어떻게 들어보던 이연실의 노래는 구성지고 처연하다.
새색시 시집가네, 타박네, 희망가, 고향꿈, 스텐카 라친 등등
참으로 옛 추억과 아련함이 느껴지는 노래들이다.
우리가 통상 들을 수 있는 이연실의 '찔레꽃'은 내가 편의상
'오리지널 버전' 이라고 이름붙인 노래이다.
'메들리 버전' 은 아주 가끔씩 가슴 저릿하게 들어볼 만하다.
출처 - 다움백과 http://caf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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