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과 더불어 춤추는 삶
출연진
▲ 밀양검무
▲ 오성희 여검객의 ‘덕만’
▲ 김윤정의 ‘비달 꽃’
▲ 김진홍 류 ‘동래검무’
▲ 윤자경의 ‘검녀 – 칼이 날자 꽃잎이 부서지고’
▲ 박희량의 ‘낙랑의 자명’
▲ 신미경의 ‘검무낭’
▲ 명승무예단의 ‘진격’
예술단 ‘결’이 주최하는 제3회 한국검무축제 ‘劍器舞’ 공연이 5월 29일(일) 오후 7시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열렸다. 검무축제는 2014년 제1회 ‘춤추는 검(劍)’을 시작으로, 2015년의 제2회 '뚝제'를 거쳐 제3회 ‘검기무(劍器舞)’에 이르기까지, 춤과 칼의 예술적 자아 확인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예술단 ‘결’은 전문 춤꾼이며 무예 연구가인 신미경 단장이 설립한 단체이다. 전통 춤의 연구와 전승뿐만 아니라, 우리의 예술 혼을 일깨우고 대중과 함께하려는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일무이한 우리 춤 단체이며 검무 연구 단체이다. 전통 검무의 맥을 확인하고 무예의 정신을 예술로서 승화시키기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전통 무용 검무를 대표하는 여성 춤꾼들과 여검객 4인방인 김유정, 박희량, 유자경, 오성희 무사들의 무용과 무예가 어우러진 무대로서 연출되었으며 연극배우 한정현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밀양검무보존희의 ‘밀양검무’를 시작으로, 여검객 오성희의 ‘덕만’, 여검객 김윤정의 ‘비달꽃’, 김진홍류 ‘동래검무’, 여검객 윤자경의 ‘검녀’, 여검객 박희량의 ‘낙랑의 자명’, 신미경의 ‘검무낭’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명승무예단의 ‘진격’으로 대미를 장식하였다.
▲ 밀양검무
‘밀양검무’는 조선 영조시대에 활동한 밀양기녀 운심(雲心)의 검맥을 김은희 밀양검무보존회 회장이 전승하고 있는 밀양 고유의 민속예술이다. 보존회의 노한나 이사와 하서정 회원이 열연하여 검무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대무(對舞)를 이끈 춤꾼 노한나의 검기와 춤사위가 돋보였는데, 그녀는 「밀양검무의 춤사위 분석에 따른 미학적 성격 연구」로 성균관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재원이다. 긴 칼을 사용하는 밀양검무의 현란한 검기와 고혹적인 자태가 두드러진 작품이었다.
▲ 오성희 여검객의 ‘덕만’
‘덕만(德曼)’은 신라 진평왕과 마야부인의 맏딸인 선덕왕(善德王)의 이름이다. 성품이 너그럽고 어질며 명석하고 민첩하였다 하며, 신라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여군주라 전해진다. 여검객 오성희가 선보인 ‘덕만’은 나라를 위해 전장에 선 여심을 춤으로서 승화시키려는 작품으로, 칼의 강인함과 여심의 애절함이 교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성희는 수윈대학교 스포츠산업연구소 실장과 국민대학교 글로벌스포츠학부 실기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정통 무인으로, 용맹을 대변하는 초기의 검무 재현에 노력하고 있다.
▲ 김윤정의 ‘비달 꽃’
여검객 김윤정의 ‘비달(備達) 꽃’은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땀 흘리고 애쓰는 무예인의 검무 혼을 그린 작품이다. 비 오면 달 그리는 애련의 꽃말이 아니다. 그녀의 검무는 시연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옷을 입히고, 음악의 흐름대로 칼에 몸을 맡긴다. 김윤정은 무예공연예술단 ‘지무단’의 대표이며 해동검도 정무본관 관장으로 무예와 예술의 조화를 추구한다. 사단법인 한국기록원의 100타 진검 베기 기록 보유자로서, ‘비달 꽃’에서 칼의 강하고 화려함을 보여주는 진검 베기 검무를 시연하였다.
▲ 김진홍 류 ‘동래검무’
김진홍류 동래검무는 기녀들을 중심으로 가무를 관장하던 옛 동래부 교방(校坊)의 칼춤을 부산 춤의 대부인 김진홍이 복원하고 무대화한 검무이다. 장중미와 상대방 무용수를 마주 대하고 추는 대무(對舞) 형식미가 돋보이는 춤이다. 부산시 무형문화제 제10호 동래 고무(鼓舞) 이수자인 춤꾼 강미선과 김진홍 전통춤보존회의 지영숙, 황지인, 김연선 등이 열연하였다.
▲ 윤자경의 ‘검녀 – 칼이 날자 꽃잎이 부서지고’
‘검녀’는 조선 후기 학자 안석경(安錫儆)의 삽교집(霅橋集) 별집에 수록된 한문 단편소설 ‘검녀 이야기’를 토대로 여검객 윤자경이 연출한 검무이다. 변화무쌍한 검술의 빛과 모양을, 고독하면서도 애절한 칼의 미학으로 승화시킨다. 춤이 전개될수록 차갑고 날카로운 검기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소설 속의 범부 소응천이 놀라 혼절한 강렬함이 느껴진다. 이 춤에서 윤자경은 “검녀의 손에 쥐어진 검은, 현실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녀의 정신적 압박감과 슬픔을 쏟아내는 매개물인 동시에, 칼의 미학을 통해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한 인간의 정신적 해탈을 상징하는 도구”라고 말한다. ‘검녀’에서 윤자경은 칼과 춤의 하나 됨을 엿볼 수 있는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였다. 윤자경은 사단법인 한국해동검도협회 검무단 단장과 ‘예지(sword art)’ 대표로서 활동하고 있다. 2004년 WCO 세계문화오픈 전통무예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06년에는 대통령 취임 중앙경축식에서 ‘평화를 위한 비상의 몸짓’을 안무하고 출연한 바 있다.
▲ 박희량의 ‘낙랑의 자명’
‘낙랑의 자명’은 낙랑의 신고(神鼓)인 자명고 앞에 선 낙랑공주의 비련을 여검객 박희량이 연출하고 선보인 검무이다. 박희량은 자명고를 찢을 수밖에 없었던 공주의 내면적 갈등을 무사의 칼춤으로 표현한다. 차가운 검기에서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여인의 사랑이 오열한다. 전해 내려오는 비극적 낭만극을 칼춤으로 표현한 수작이다. 박희량은 전통무예, 검무전문공연단인 기예무단의 대표이며 기무예 해동검도 해외 지부장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신미경의 ‘검무낭’
‘검무낭’은 전문 춤꾼이며 무예 연구가인 신미경이 ‘어느 새벽 무예와 검법에 능한 한 기녀의 검 수련 모습’을 상상하며 창작한 무용이다. 그녀가 오랜 기간 연마한 전통산중무예 ‘국자랑 기천’과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쌍검무를 바탕으로 연출하였으며, 2012년 신미경이 직접 초연하였다. 그녀에 의하면 검무는 무예에서 시작된 것으로, 살상무기인 검의 움직임과 협의 정신을 무대화 시킨 예술로서, 무예의 몸 수련과 정신 및 춤의 기예가 한 몸에 조화되어야 하는 예술이다. 예술단 ‘결’의 단장인 신미경은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이며, 한국전통춤협회 감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전통무예학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검무 이론 연구가이기도 하다.
▲ 명승무예단의 ‘진격’
‘진격’은 용맹과 강인함으로 전장에 임하는 선봉부대를 상징하며, 적진에 뛰어들어 승리의 깃발을 쟁취하는 환희를 표현하는 작품이다. 여검객 이창경의 연출로 명승무예단의 김설운, 이민선, 최준섭, 김수진, 정문경, 김용기, 곽민용 검사들이 열연하였다. 칼의 마음을 군무로서 노래한 역동적이고 활기찬 균제가 돋보이는 군무이다. 이창경은 명승무예단 단장과 해동검도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통 무예인이다.
/ 문화비평가(서경대학교 교수, 한국전통무예진흥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