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목적
석지명 큰스님께서는 지난 10월 말에 2박3일 예정으로 지월보살님과 안면암 불자들을 대동하고 대마도를 찾으셨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지월 홍명숙님이 2012년 10월 5일, 세계한민족대회에서 봉사부분 대통령상을 받으신데 대한 축하의 뜻으로 마련하신 여행이었다. 명분은 "수상 축하"지만 이 여행은 지월보살님이 지난 날 스님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신데 대한 보은의 성격이 짙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또, 안면암 불자님들이 여러 그룹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미국 여행을 하면서 지월보살님의 보살피심을 받은데 대하여 감사 표시를 하려는 보살님들의 모임이기도 하였다. 나를 제외한 참가자 다섯 분 모두가 미국에서의 추억담을 나누며 홍보살님에게 감사를 전하고 있었다.
아무 연고 없는 나는 통역 하라시는 큰스님의 하명을 거역할 수 없어 몸을 추스르며 따라 나선 길이었다.
* 출발
우리 일행은 10월 30일 12시 정각에 과천 포교당을 떠나 청주에서 대기하고 있던 원만행, 정법행, 호법심 세 보살님들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하였다. 전날 강원도 상원사와 적멸보궁을 참배하고 돌아오신 지월, 각운행, 청정심 보살님들의 체력을 배려하여 부산에서 일박하기로 하였다. 부산을 떠나 대마도로 가는 배편이 하루 한편 밖에 없는데다가 출항 시간도 일러서 부산 일박은 필수라 할 수 있다.
스님께서 몸이 시원찮은 나를 위해서 타고 내리기 좋은 자리를 정해 주셨다. 홍보살님에게도 그 분이 원하시는 자리를 지정석으로 해 주시면서 65세 이상에게 주는 예우라며 일행의 이해를 구하신다. 그 외의 분들에게는 휴게소에 설 때마다 자율적으로 자리를 바꾸도록 하셨다. 둘째 줄과 뒷줄 가운데 자리의 불편함을 감안하신 것이다.
짐을 최소화하였는데도 내 가방은 '스님의 기준'을 초과하고 있었다. "누구 짐이 저렇게 크냐?"는 첫 호령이 떨어졌다.
* 깜빡 사고
칠곡을 지날 쯤, 스님께서 국제 운전 면허증을 두고 오신 생각이 나셨다. 배편 시간상 도저히 서울로 되돌아갈 수가 없었다.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양산경찰서 민원실에서 면허증을 재발급 받았다. 이때 담당경찰관은 퇴근시간을 3시간이나 넘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었고 야근 담당경찰관들까지 모두 한결같이 성실하고 친절하게 도움을 주었다. 스님께서 가상히 여기시고 이 분들의 근무태도를 칭찬하는 글을 상급기관에 올리라 하셨다. 귀국 즉시 양산경찰서장과 경남지방경찰청장에게 감사의 뜻과 아울러 "유념하셨다가 좋은 기회에 크게 격려해주시라"는 청을 올렸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모두 그분들 같으면 우리 국민은 정말 행복할 것이다.
스님께서 감사의 뜻으로 마트에 들려서 쵸콜렛을 커다란 쇼핑백 가득히 사다 주셨다. 통 큰 홍보살 조차 너무 많다고 하였으나 스님께서는 여러분이 나누면 적다고 하셨다. 민원실 분들이 극구 사양하였지만 홍보살님의 재치있는 설득으로 쵸콜렛을 두고 올 수 있어서 마음이 가벼워졌다.
스님께서 "내가 치매 걸렸나 보다"라고 탄식하신다. 각운행보살님이 "치매는 내가 무얼 하는지도 모르는 것이고, 이렇게 깜빡 잊는 것은 건망증입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위로 드리려는 뜻인데 모두 그 말이 맞다고 수긍하였다. 금방 여기 둔 것 같은데 안경 둔 데를 잊어버리곤 하는 내 경험에서 보면 지극히 공감이 간다. 매사 치밀하게, 빈틈 없으신 스님으로서는 씁쓸한 여운을 안고 계시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좋은 자료라 퍼 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