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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5.18유족 청년봉사단 원문보기 글쓴이: 장관님짱^^
임을 위한 행진곡 5ㆍ18 기념곡으로 <하> 7인에게 듣는다 창작 주역들이 말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 |
입력시간 : 2013. 05.09.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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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 김선출(57ㆍ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기반조성팀장), 김은경(57ㆍ전북 익산중앙교회 목사), 김종률(55ㆍJR 미디어대표), 오정묵(57ㆍ(주)오미디어넷 대표), 윤만식(60ㆍ광주민예총회장), 임희숙(52ㆍ여수여중교사), 전용호(56ㆍ광주ㆍ전남 소설가협회회장)씨.
매년 5월이 되면 이들은 서로에게 묻는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되는가". 3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부끄럽다.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에 대한 입장
제작참가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단순한 노래가 아닌 역사로 바라봤다.
정부의 왜곡된 시선과 달리 노래는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연대의식을 갖게 하는 노래였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민중이 만든 역사를 의도적으로 지우려는 보훈처의 행태 속에 1980년 5월 광주의 상흔이 교차됨을 느꼈다.
오정묵씨는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다. 정부가 5ㆍ18 기념식 제창을 강제적으로 막는 것은 시대의 역행이다. 부르지 말라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이미 이 곡은 광주의 상징이다. 민주화를 대표하는 '불멸의 노래'다"고 말했다.
임희숙씨는 "이 곡은 광주의 문화적 정서를 대변하는 상징곡"이라며 "기념곡 논란에 앞서 이미 민주화를 대표하는 곡임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제작참가자들은 이번 논란이 5ㆍ18과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개탄했다.
윤만식씨는 "보훈처가 유족이나 국가유공자의 보훈을 해야 하는데 국가를 위해 보훈하고 있다"며 "광주를 넘어 전국에서 부른 민중의 노래를 부인하는 것은 5ㆍ18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용호씨 역시 정부가 5ㆍ18을 부끄러운 역사처럼 숨기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나서서 오월 항쟁의 진상을 국민들에게 낱낱히 밝혀야한다. 5ㆍ18은 아직도 광주시민을 제외한 경상도ㆍ수도권 쪽에서는 '광주 폭동'으로 알고 있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못하게 하는 것도 5월을 감추려는 시도다"고 말했다.
김은경씨는 국민의 뜻을 무시한 보훈처의 처사를 비판했다.
그는 "나중에 국민 정서가 이 노래에 대한 또 다른 합의가 이뤄졌을 때 그때 (교체)해도 전혀 늦지 않는다"며 "국민은 노래를 부르기 원하는데 정부가 왜 자꾸 바꾸려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장우석 기자
김성수 기자
●언제부터 불려졌으며 기념곡 지정 이유
처음 노래를 만들고 보급시키는 작업은 비밀리에 진행됐다.
당시 서울 한신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김은경씨는 자신들이 제작한 노래가 서울 대학가에서 불리워지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기독교청년협의회를 통해 녹음테이프가 전국 사회과학서점에 배포된 것도 제작참가자들도 모를 정도였다"며 "그렇게 빠르게 보급될 지는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불리워졌던 노래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중의 노래가 됐다.
당사자들도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김은경씨는 "6월 항쟁당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전국에 울려 퍼졌다.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공공의 연대의식을 갖게 하는 노래였다"며 "이데올로기로 해석할 노래가 아니다"고 말했다. 노래가 확산된 데는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한 느낌의 멜로디도 한몫했다. 오정묵씨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멜로디에 따라 느끼는 감성이 매우 다르다. 빠르게 부르면 '행진곡'이지만 또한 느리게 부르면 매우 서정적인 노래다"며 "대중이 선택한 '대중음악'으로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노래다"고 설명했다.
역설적으로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도 노래의 생명력을 확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전용호씨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널리 불릴 수 있도록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전두환ㆍ노태우다"며 "그들이 듣지도, 부르지도 못하게 할수록 시민들이 더 들고 일어나면서 확산됐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5ㆍ18 기념곡은 죽은 노래가 아닌 시대의 아픔이 유산처럼 남겨준 살아있는 노래로 이어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은경씨는 "5ㆍ18민주화운동 때 산화해간 영령들을 기리기 위해 서슬 퍼런 군부의 눈을 피해가며 만들어졌다. 경찰의 불심검문 속에서도 가방 속에 몰래 악보를 숨겨 전달했다"며 "분노와 저항, 희생과 헌신이 만든 임을 위한 행진곡이 5ㆍ18 공식 추모곡으로 제정돼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종률씨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30여년 동안 민중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5월 정신을 이어갔다"며 "정부가 어떠한 입장을 내더라도 5월 정신을 함께한 이들과 평생 이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5ㆍ18 정신 어떻게 계승해야 하나
참가자들은 5ㆍ18 정신을 계승ㆍ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진상규명 △정부의 의지 △5월 대동정신 재발견 △전세대와 호흡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제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가장 먼저 5ㆍ18에 대한 여전한 역사왜곡이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경씨는 "국민을 위해야 할 정부가 군대를 들여보내 저지른 잔혹사를 명확하게 짚어줘야 한다. 전두환은 지금도 권력을 누리며 사는데 광주는 '주홍글씨'가 찍혔다"며 "그 시절을 보낸 이들은 5월이 되면 세상이 낯설어진다. 산 자들이 참된 길을 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용호씨는 "광주의 노력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국가보훈처, 박근혜 대통령의 절대적 지지가 필요하다"며 "5ㆍ18과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전국화를 위해 정부에서 먼저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묵씨는 "3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전세대를 아우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5ㆍ18을 폄훼하는 일도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대통합 의지가 5ㆍ18민주화 운동에서도 나타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희숙씨는 "당시의 기억은 생생하다. 하지만 5ㆍ18에 대한 진실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 이젠 제대로 알리고 홍보해야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광주를 찾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직접 현장에 와서 보고 들어야 5ㆍ18 민주화 운동을 제대로 알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문화작업에도 박차를 가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매년 판박이처럼 되풀이되는 기념행사를 바꾸고 세대 공감 노력을 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선출씨는 "5ㆍ18을 잊어버리고 버렸다는 말이 있다"며 "영화 '화려한 휴가'처럼 영화나 뮤지컬 등 문화운동을 통해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만식씨 역시 "5ㆍ18정신 선양과 계승은 문화와 접목 돼야 한다. 아시아문화전당 상설공연장에서 5ㆍ18 관련 무용극, 연극, 발레, 오페라 등의 다양한 형태로 열려야 한다. 5ㆍ18을 주제로하는 전시회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률씨는 "2008년 임을 위한 행진곡 앨범을 발매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며 "레 미제라블처럼 아름다운 뮤지컬을 통해 살아있는 역사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경씨는 "5월 광주는 군부에 대한 저항을 넘어 열흘간의 대동세상이 있었다"며 "아프지만 평화로웠던 그 정신을 알리고 추구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