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기후행동】매너 있는 기후 포틀럭(Potluck) 파티기자명 서산시대 webmaster@sstimes.kr
방석준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교육팀장
각자 음식을 조금씩 마련해 함께 나눠 먹는 소박한 파티를 ‘포틀럭(Potluck) 파티’라고 한다. 2015년의 파리기후협정은 지구촌의 포틀럭 파티였다. 세계 각국이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국의 정책을 갖고 이 협상장에 모여 어떻게 지구의 기온 상승을 막을지 토론하고 협정까지 맺었다.
파리협정은 교토의정서의 뒤를 잇는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로, 세계 195개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기로 한 최초의 세계적 기후합의이다. 1997년의 교토의정서는 유럽연합(EU) 등 37개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했었고, 선진국 중에서도 온실가스 대량 배출국인 미국은 비준을 거부하고, 일본·캐나다·러시아·뉴질랜드 등이 잇따라 탈퇴하거나 기간 연장에 불참했다. 반면, 파리협정은 선진국의 선도적 역할을 강조하는 가운데, 모든 국가가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참여한다고 선언했다. 온실가스 배출 1, 2위인 중국과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국가의 실질적 참여를 이끌어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31쪽 분량의 최종 협정문에는 장기 목표, 감축, 이행 점검, 재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파리협정은 국제사회 공동의 장기 목표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의 상승폭(2100년 기준)을 섭씨 2도보다 훨씬 낮게(well below 2℃) 유지하고, 더 나아가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strive)을 추구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어떻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탄소중립을 이루어갈지 스스로 정한 국가별 기여방안(INDCs)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 방안들은 자국의 산업에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해지면서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에 대해서는 아직은 회의적이다.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아예 파리협정을 또 탈퇴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쳐온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은 물론 기후 위기 극복이라는 인류의 과제를 두고도 우선 미국부터 잘 살아야겠다는 식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들도 일정 부분 이런 자국 이익 우선주의가 밑에 깔려있다 보니 각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대책들이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1.55도나 상승했다. 임계점 1.5도를 넘어섰지만 일단 한 해만 넘은 것이기 때문에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책을 서둘러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다가 지구 기후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 : 남을 희생시켜서라도 자기의 이익과 권리를 극대화하려고 할 경우, 결과적으로 자신을 포함한 공동체 전부가 피해를 보게 되는 현상)’을 맞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다행히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될 것으로 보여 국가 에너지 정책이 기후를 고려하는 데 방점이 찍힐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나라 경제는 산업과 기후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하는 숙제가 있다. 그렇더라도 ‘기후악당국가’라는 이미지를 벗고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득이 된다. RE100(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에너지 100%를 재생에너지화)은 이제 국제 무역에서 여권과도 같은 중요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지구촌 기후 포틀럭 파티에는 음식이 충분하지 않다. 각국이 식탁 위로 올린 음식으로는 모자란다. 특히 가장 큰 탄소배출국들은 제 몫을 가져오지 않고 먹으려고만 하는 부유한 구두쇠들이다. 함께 탄 자동차는 벼랑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 그 안에서는 서로 자기의 이익만 탐하며 싸우고 있는 꼴이다.
우리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온도계의 눈금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기후 위기는 단지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식량 위기가 시작됐고, 건강, 물, 경제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전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인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는 “(기후변화의) 전체 이야기는 아직 다 쓰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펜을 쥐고 있다”고 말했다. 전 인류가 각성하고, 자국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21세기 인류는 재앙으로 치닫던 기후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후손들에게 회복된 지구를 물려준 위대한 세대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의 손에 아직 들려 있는 펜으로 기후변화 이야기를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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