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오는데도 날궂이하듯 기어이 장날이라고 나왔다가 허탕치고 성당엘 들렀다.
입구에 조르륵 놓인 화분들을 보며
‘너희들은 참 사랑 받고있구나. ’ 생각하며 들어갔다.
제의방에서 수녀님이 나오신다.
원장수녀님은 안에 계신단다.
두분 수녀님께서 제의방을 탈탈 털며 온갖 묵은 짐들 싸악 정리하신다. 거의 끝날무렵이라 쓰레기 한번 갖다버리는 일손만 보탰다.
반질반질하다.
성모님 앞에 있던 화분도 기꺼이 바깥구경 시키신다.
보도블럭 사이의 풀도 정리하신다.
보이지 않던 손길이 보이는 순간이다.
화분의 간수방법. 꽃말들을 꽂아 두셨네. 섬세하시다.
새 오르간 받침대가 왔단다.
솜씨 좋은 형제님이 금새 뚝딱뚝딱.
오르간이 거의 막바지에 왔다는데
비싼 가격에 엄두도 못내고
이궁리 저궁리 궁색한 궁리만 하던 차에
본당 자매님의 지인분이 선뜻 봉헌해 주셨단다.
우리 본당 규모에 맞는 오르간을 고르니
더 비싼걸 하시란다.
욕심없이 적당함을 선택하신 신부님 멋지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필요하다 여기실때
필요한 방법으로 해 주십니다. “
2주전 강론 말씀이 떠오른다.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 덕분에~
우리 본당에 꼭 필요한때에!
그대도 처음 올땐 꽤 근사했을텐데
숱한 나날들 우리를 기뽀게 해 주었네.
고맙고 수고많았소.
생색내지 않는 손과 마음이 모여
시골 작은 본당은 삐꺽대는 소리를 내면서도
평화롭게 이어집니다.
비가 그칠 모양입니다.
새소리 들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