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천 년 동안 종교 설립자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소유와 가족을 반대했다.
그러나 오직 살아남은 종교는 소유와 가족을 지지한 종교뿐이다. 따라서 소유와
가족을 반대하는(그리고 또한 종교를 반대하는) 공산주의의 전망은 밝지 않다.
공산주의는 한때 번성했다가 지금은 빠르게 쇠퇴하고 있는 그 자체가 종교이기
때문이다."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폰 하이에크, 『치명적 자만』
많은 종교 가운데 기독교가 세계종교로 발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 주제를 두고 10년 동안 책을 쓰고자 준비하다가 2009년 12월 『성경과 함께 떠나는
시장 경제 여행』을 펴냈다. 나는 이 책에 다음과 같은 핵심 메시지를 담았다.
"기독교가 세계종교로 발전하게 된 이유는 출발부터 인류를 잘 살게 해준 자유시장 경제
원리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자유시장 경제 원리는 사적 소유, 자발적 교환, 기업 설립의 자유, 선택의 자유, 경쟁, 작은
정부 등으로 대표된다. 그런데 하이에크는 자유시장 경제 원리와 관련하여 가족의 중요성을
"오직 살아남은 종교는 소유와 가족을 지지한 종교"라는 말로 강조하고 있다.
하이에크는 89세 때인 1988년에 치명적 자만사회주의의 오류(The Fatal Conceit: The Errors
of Socialism)』를 저술했다. 이 책은 하이에크 사상의 정수를 담고 있는 대표작이다.
이는 '사회주의는 오류였는가?'라는 주제로 1978년 파리에서 열린 학회에서 그가 발표한
사회주의에 대한 반론을 중심으로 구성된 책이다. 그의 주장은 본래 '소유와 가족, 그리고
종교를 반대하는 공산주의는 망하게 된다는 점을 밝히려는 데 있다.
하이에크는 자유시장 경제 원리로서 '가족'은 별로 강조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의 주장을
곰곰이 살펴보면, 가족이란 혈연으로 맺어진 집단이며, 자유시장 경제의 대표적 장점인
'개인의 자유'가 무조건 보장되는 집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무릎을 치며
『성경과 함께 떠나는 시장 경제 여행에서 가족을 중요하게 다뤘다.
『성경』은 '소유'부터 이야기한다. 십계명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내려준 법이다.
이 가운데 첫 번째부터 다섯 번째 계명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여섯 번째부터 열 번째
계명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보여준다. 여기서 여덟 번째 계명인 '도둑질하지 말라'는
남의 소유권을 인정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다. 열 번째 계명인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 또한 남의 소유권을 인정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다. 이는 곧 남의 소유권을 인정하면
나의 소유권도 인정된다는 뜻이다.
「성경」에서 가족은 어떻게 묘사되고 있을까. 십계명의 다섯 번째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다.
예수도 이를 강조할 만큼 기독교는 가족을 중요시한다. 「마태복음 1장 1~17절에는 예수의
계보가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여기서는 아브라함부터 예수까지 42명에 이르는 예수의
조상들의 이름이 빠짐없이 나온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에게서
솔로몬을 낳고, ・・・・・・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다.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하는 예수가 태어나셨다."(마 1:1-17)
아브라함 시대부터 예수가 활동하기까지 사이에는 약 2천년의 시간이 놓여 있다.
「성경」은 그 긴 시간을 살았던 42명의 조상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밝혀가면서 예수의 계보를
완성한다. 이는 기독교가 출발부터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한 종교임을 말해준다.
이런 까닭에 기독교는 대부분의 다른 종교와는 달리 세계종교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하이에크의 주장에 힘입어 성경 속의 가족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
-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 경제학
- 살림 간, 복거일 남정욱 엮음, ‘내 마음 속, 자유주의 한 구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