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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10
삼도화합제의 날은 10월 10일이다.
그래서 일명 쌍십제(double10祭)다.
(중국 신해혁명일이며 대만 건국기념일인 중국의 쌍십절은 음력이다)
22번째인 올해는 (20)10년 10월 10일, 즉 삼십일(triple10)로 특별한 해다.
제례(祭禮) 시간을 12시에서 10시로 앞당기면 더욱 특별하겠기에 작년에
제언하였건만(우리의이야기들 363번참조) 유감스럽게도 유사(有司)측은
물론 3도의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듯 했다.
올해가 '트리플10의 해'라는 나의 환기(喚起)에 해인산장 장주(김용원)가
1천년 만의 희귀일이라며 소스라치듯 놀랐다.
섬광처럼 번득이는 젊은 두뇌들이 늙은 이의 생각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지역적 한계라고 그는 개탄했다.
홍보관계자들이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져 있기 때문 아닐까.
전야제
김천역 광장으로 달려온 최동진은 백두대간이 맺어준 인연이다.
비단봉~금대봉에서 교행중 내게 초코파이 몇개를 건네고 간 목포인이다.
한라산길(목포발카페리편)과 택리지길에 재회했는데 정이 많은 분이다.
KTX김천구미역 공사에 참여중이라는 그는 자기와 전야제를 갖잔다.
해인산장으로 가야 하는 사정에 그가 양보는 했지만 버스를 놓쳤다.
해인리행 버스가 열차로부터 바통터치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갖고
왔지만 실랑이로 바재는 동안을 그 버스가 기다려줄 리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히치 하이크(hitch-hike)의 대가가 2시간 반 후의 버스를 타기
위해 옹색한 터미널 대합실에 갇혀 있겠는가.
자주 있는 지례, 대덕행편으로 지례에 도착한 후 해인리로 가는 부항길을
걸으며 두번의 편승으로 해인리에 도착했다.
오미자터널을 통과할 때는 이미 어둠이 나래를 폈고 얼마쯤 걸어 당도한
해인산장 가족의 반가움과 놀라움이 반반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그들도 내가 히치 하이크의 달인이라는 것을 깜박했을 테니까.
대간 종주자들의 오아시스인 해인산장에 마침 선착해 있는 한 종주자와
함께 이미 언급한 트리플10 이야기가 삼도화합전야제의 주제가 되었다.
필수 메뉴인 김천흑돼지의 약식바비큐 덕인지 어지간히 마셔서는 취기가
오르지 않는 밤이 깊어갔다.
어이없는 2시간 알바의 득실
대찰, 명찰인 합천 해인사의 전신이라고 구전(口傳)되고 있다는 해인사지
(海印寺址)의 유혹에 이른 아침부터 홀렸는가.
편히 오를 수 있는 머구막골 삼도봉길을 버리고 절터골로 접어들었다가
2시간여의 시간과 체력을 낭비했다.
그러나 수확이 더 컸다.
백두대간을 좀 더 탐은 물론 코레일 김천역팀과 인연을 맺게 되었으니까.
김천역장과 두 간부인데 절터골에서 만난 그들은 앞에서 길을 열며 늙은
나를 크게 배려했고 대간에 올라서도 내게 극진했다.
또한, 늘 좋은 인연만 맺어 주는 산에 대한 예찬을 아끼지 않을 뿐 아니라
범절이 바른 젊은 그들이 고맙기 까지 했다.
제례가 시작된 정오에 그들(Korail팀)과의 재회를 기약하고 석기봉~민주
지산~각호산 길을 재촉했다.
1.000m넘는 7개봉인데도 아기자기한 고저에 긴장지대를 적당히 배치해서
감칠맛 나는 능선이지만 아침결의 알바가 대미지(damage)로 반응하는가.
오르막에서 속도가 현격히 떨어져 갔다.
특히 500m를 앞둔 각호산 된비알은 버거울 정도였다.
그래도 지나온 능선과 봉우리들, 가야 할 산과 능선들을 거침 없이, 시원
스레 보여주고 있어 모처럼의 긴 산행인데도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더구나 서서히 펼쳐가는 가을의 대향연(단풍)이 시작되어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석기봉과 민주지산 밑에는 대피소가 있다.
사후약방문의 표본에 다름 아닌 시설들이다.
동계훈련중이던 특전사요원들의 겨울 참사 이후에 들어섰다니까.
특전사가 예사로운 곳이며 그들은 또 예사 사람들인가.
그들이 당했다는 것은 무얼 뜻하는가.
예방의 뜻은 무엇이기에 지키기가 그리도 지난할까.
유비무환 말이다.
삼도화합의 날이니까 삼도봉 일대로의 집중이 지극히 정상이다.
석기봉은 덤으로 올라보는 곳이고 민주지산은 준비된 산행지일 것이다.
험상인 각호산은 멀고 벅차다고 판단되어서인가.
뿔달린 호랑이 같아서 겁이 나기 때문인가 인적이 드문 산이다.
화합의 한마당 삼도봉에서 석기봉과 민주지산의 능선과 백두대간 연능의
현란한 춤은 각호산 정상의 암봉에 올라서야만 감상할 수 있건만.
게다가, 도마령을 날머리로 하는 것은 교통사각지대라 모두 기피하는가.
한 젊은 팀이 늙은 이의 고집스런 선택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지만 히치
하이크의 대가에게 개의되겠는가.
오히려 덕분에(?) 독점한 도마령 내리막길이 백미였다.
더구나 도마령까지 픽업하러 오겠다는 분까지 등장했음에랴.
어느 새 낙엽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늙은山나그네여! 그대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구르몽이 내게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No다.
가차없이 버려진 신세도 서러울 텐데 마구 밟아대는 것은 잔인한 짓이다.
그 비명을 어찌 즐길 수 있단 말인가.
(실은, 낙엽 속에 숨어있는 함정들을 경계하는 것이 밟지 않으려는 더 큰
이유임을 고백한다)
그래서 낙엽을 피하거나 헤치며 가야 하는 것 말고는 마냥 행복로였다.
늙은山나그네의 사모곡이 대간에서 정맥으로, 산에서 산으로, 길고도 긴
옛길들로 울려 펴지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9시간 길이었으니까.
또한, 피레네산맥을 넘고 대서양연안을 따르는 4천리 산티아고 길에서도
(Camino de Santiago) 그럴 것임을 확신하게 하는 시간이었으니까.
실은, 교통사고 후유증이 가시기도 전에 나무에서 떨어져 바느질집(정형
외과)과 침집(한의원)을 번갈아 들락거리고 있어 낙담(discourage) 상태
인데 말끔히 털어버리게 된 것 같다.
뒤풀이
최동진은 김천 동쪽 농소의 숙소에서 서쪽으로 1시간여를 달려 충북 영동
상촌면 도마령까지 나를 마중나왔다.
그의 운전을 고려해 그의 숙소가 있는 농소에서 막걸리 파티가 벌어졌다.
전야제가 뒤풀이로 바낀 것.
비록 솔로(solo) 마운투어지만 입석 심야열차도 행복여정이었다.
게다가 어제의 김천역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백두대간은 김천에 김용원(해인산장)과 김용환에 이어 또 하나의 인연을
선물로 주나 보다.
김천역 광장의 멋장이 소나무가 시름시름하는 듯 해서 짠했는데 원기를 회복했나.
윤기가 흐르는 듯 해서 안도감이 든다.
해인리 명물 오미자터널
부항댐 건설로 부항면 저지대 대부분이 수중에 들게 되었다.
미구에 기후변화에 이어 생태계의 변혁이 오면 생업에도 변종바람이 불 것이다.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는 오미자 생산에는 지장이 없을까.
해인사는 합천 가야산록에 있는 우리나라 삼대 사찰중 하나다.
본래 여기에 있던 해인사를 옮겨 갔다는 입증되지 않은 구전을 이 지역민들은 믿고 싶어 할 것이다.
해인마을은 해인사 사찰을 전제로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며.
절터골도 같은 뜻으로 지어진 이름일 테고.
해인사지로 오르는 절터골에서 합류한 후 늙은 이에게 각별했던 김천역팀(상.중)
절터골에서 벅차게 올라 대간에서 잠시 휴식중(상) 간식과 막걸리가 내게도 돌아왔다.
삼도봉 정상 화합의 탑에는 제례상이 차려져(아래) 뒤 암봉에서(중.하)
석기봉과 민주지산 등 몇곳에 대피소가 들어섰다.(위)
유비(有備)했더라면 무환(無患)이었을 것이련만.
특전사 젊은이들의 참사 말이다.
무비(無備)라면 자연 앞에 겸손하기라도 했어야 하는데 특전사 요원답다는 것이 참사인가.
해발1.200m 석기봉(위)은 이름처럼 참으로 기이한 암봉이다.
뽀쪽하기가 첨탑같기도 하고 촛대봉 유형이기도 한.
해발1.242m 민주지산 정상(상.하)이야 말로 밋밋하다.
용맹무쌍한 특전사요원들의 자존심에 여지없는 상처를 준 산이라기에는...
각호산은 내 몸에 가려졌으나(상) 석기봉과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연릉이 뱀처럼 꿈틀거린다(하)
저 아래 용화에서 상촌으로 넘어가는 도마령이 마치 똬리 튼 백사(白蛇) 같아 디카에 담았는데
아무리 뒤져도 없다.
하는 수 없이 빌려왔다.(아래1)
각호산(맨끝)이 순한 듯 보이지만 실은 험상이다(아래2)
각호산 험상의 암봉 아래 바위틈에 뿌리박고 가냘프게 매달려 있는 구절초(들국화)의 사명은?(1)
각호산 이정표가 왜 엉뚱한 곳에 서있을까.(2)
뿔 난 호랑이 같아 각호산이라 했다던가.
그래서 험상이라야 하는가.
해발1.176m 각호산 정상(3.4) 오르기가 호락락하지 않다.
민주지산과 석기봉,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 뒤로 희미하나마 대간이 들어온다(4)
도마령에서 40m계단을 오르면 해발840m 상룡정이다.
상촌면(上村)과 용화면(龍化) 경계지역이라 해서 머리자를 따 상룡정(上龍亭)이란다.
건립 취지와 달리 조망권이 잘 확보되지 못해 아쉽다.
도마령에 오른 운전자들의 휴식공간으로 각광받기 바라는가.
고개 양쪽에 충분한 주차장을 조성한 것 처럼 계단 높이를 낮춰 운전자를 배려해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통과 차량이 가물에 콩나듯 해 모든 차량이 다 멎고 정자에 오른다 해도 한산함을 면치 못하겠다.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아직은 말이다.
고산심곡(高山深谷)에 맹수와 산적이 득실거리는 고개라면 명(命)을 재촉하는 길이기도 했을 것이다.
한데, 상촌과 용화의 면계인 해발800m 이 고개가 행정자치부 주관 '제2회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지역
자원 경연대회'에서 전국 100선에 선정됐단다.
충북 영동과 전북 무주(30번국도)를 잇는 49번지방도로 업그레이드도 되었는데 어느 쪽이 먼저?
칼 든 장수가 말 타고 넘었다 해서 도마령(刀馬嶺)이라는데 '都馬嶺'(안내판)이 어인 이름인가.
고갯길은 굽이굽이, 산줄기는 첩첩이 이어져 아름다운 경관이라 자랑하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드문
인적을 해결할 수 없나 보다.
내가 머문 1시간쯤에 지나간 차량이 5지에도 들지 못하니 말이다.
아스팔트 바닥이 기름냄새를 맡지 못해 아사지경이라며 투덜대고 있는 건 아닐까.
도마령에 오른 최동진의 애마 57나 7441.
연 이틀 나를 위해 많이 달렸다.
첫댓글 안녕하세요? 백암선생님!
ktx 김천구미역 직원입니다.
선생님을 산에서 처음 뵙고 사진도 같이 찍어서 올려주신데 대해 너무나 감사하고 즐겁네요
김천에 오시면 꼭 역무원에게 "이진" 이라는 사람을 찾는다고 말씀해 주세요
지난 10월 10일은 저에게 너무나 뜻깊은 날이였습니다.
내년 4월 산티에고에 가신다고 하셨죠? 즐거운 산행을 하시고 후기 꼭 남겨주세요 !!
건강하세요
그리고 지난 10일날 해인산장 방장님 못뵙고 내려왔어요
다음에 가면 꼭 선생님 말씀 전할께요
건강하세요! 일찍 들어오지 못해서 죄송하군요......
하찮은 카페지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트리플10일의 삼도화합제가 특별한 인연을 선물해서 저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서울의 삼각산(북한산)도 함께 오를 기회가 오면 참 좋겠습니다.
산티아고 길은 장장 2달 반의 대장정이므로 성패도 하늘의 뜻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