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隨筆로 읽는 東洋古典 > -誠-
誠
安 秉 煜
儒敎가 가장 강조하는 倫理的 德目의 첫째는 仁이요, 둘째는 誠이다. 論語에는 誠이라는 글자가 보이지 않는다. 中庸과 孟子에 誠이라는 글자가 비로소 登場한다.
誠者天之道也 誠之者人之道也.(中庸 20章)
참은 하늘의 길이요, 참을 실천하는 것이 사람의 길이다. 天地自然은 誠의 원리로 되어있다. 천지자연에는 추호도 거짓이 없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되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온다. 春夏秋冬의 네 계절의 변화와 交替는 永遠不變하다.
조금도 錯誤가 없다. 種豆得豆 種瓜得瓜, 콩을 심으면 콩이 나고, 오이를 심으면 오이가 난다. 콩을 심었는데 오이가 나고, 오이를 심었는데 콩이 나는 일이 없다. 많이 심으면 많이 나오고 적게 심으면 적게 난다. 사람은 자기가 심는 만큼 거둔다. 심지 않고는 거둘 수가 없다. 하늘이 거짓말을 하던가, 땅이 거짓말을 하던가. 天地自然은 추호도 거짓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천지자연을 믿고 안심하고 농사를 짓는다.
誠은 天之道요, 天之道는 誠이다. 人之道란 무엇이냐. 참을 實踐하는 것이다. 하늘을 본 받아 참되고 誠實하기를 힘쓰는 것이 사람의 길이다. 人之道는 誠이요, 誠은 人之道다.
그러나 사람의 行爲에는 거짓이 많다. 그러므로 虛僞의 僞字를 보라. 사람 人 변에 行爲의 爲字를 쓴다. 中庸은 또 이렇게 말했다.
誠者物之終始 不誠無物(中庸 25章)
참과 誠實은 모든 일의 시작인 동시에 끝이요, 알파(α)인 동시에 오메가(Ω)다. 始終과 終始는 같은 뜻이다. 참과 성실은 萬事의 根本이다. 그러므로 성실성이 없으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성실성이 없는 사랑은 참된 사랑이 아니다 성실성이 없는 友情은 眞正한 우정이 아니다. 성실성이 없는 信仰은 깊은 信仰이 아니다. 성실성이 없는 敎育은 올바른 교육이 아니다.
성실성이 없는 人格은 믿을 수가 없다. 성실성이 없는 행동은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그러므로 中庸은 다시 이렇게 외쳤다.
君子誠之爲貴(中庸 25章)
君子는 誠實을 가장 尊貴하게 생각한다. 성실은 인간의 最高의 가치다. 우리는 저마다 성실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성실하여라. 이것이 인간의 道德의 첫째 原則이다. 東西古今의 모든 책 중에서 성실의 원리를 가장 강조한 것은 中庸이다. 誠實은 中庸의 中心思想이요, 核心原理다.
中庸은 성실을 인간의 道德原理인 동시에 도덕원리를 넘어서 天地自然을 構成하는 形而上學的 原理로 보았다.
誠實은 成物의 원리인 동시에 成己의 원리라고 中庸은 갈파했다. 훌륭한 物件을 만들려면 성실한 마음으로 만들어야 한다. 心血을 기울이고 精誠을 쏟을 때 좋은 製品이 만들어진다.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만들면 절대로 좋은 제품이 나오지 않는다. 名品은 精誠의 産物이다.
誠實은 또한 成己의 원리다. 내가 나의 自我를 完成하고 品格을 높이려면 성실한 마음, 성실한 태도, 성실한 姿勢로 나의 人格과 精神을 열심히 갈고 닦아야 한다.
不誠實과 無責任과 放縱한 생활을 할 때 나의 自我는 타락하고 나의 人格은 破滅한다. 뛰어난 人品은 성실한 修養의 결과다. 誠實은 成物과 成己의 원리다. 誠實主義의 人生觀과 世界觀을 역설한 中庸은 人類의 가장 탁월한 名著의 하나라고 아니할 수 없다.
中庸을 쓴 學者는 孔子의 孫子인 子思다. 孟子는 子思의 제자한테서 학문을 배웠다. 그러므로 孟子는 誠實主義의 철학을 가장 강조했다.
誠者天之道也 思誠者人之道也(孟子 離婁上)
참과 성실은 하늘의 길이요, 참과 성실을 생각하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사람의 길이다. 이 말은 中庸에 나오는 말과 거의 흡사하다. 맹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至誠而不動者未之有也(孟子 離婁上)
至誠에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至誠이란 무엇이냐. 至極한 精誠이다. 至極한 정성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면 누구든지 感動한다. 至誠人이 되어라. 이것이 人生의 大業을 成就하는 비결이다. 인간은 어떤 존재냐, 정성에 감동하는 동물이다.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는가. 정성이다.
至誠은 사람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하늘도 움직인다. 至誠感天이란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中庸에는 이런 말이 있다.
至誠如神(中庸 24章)
至誠은 神과 같은 偉大한 힘이 있다. 지성은 인간 最高의 힘이요, 인간 最强의 武器요, 인간 最大의 德이요, 인간 最上의 資本이다. 돈이 많고 권력이 막강하고 재주가 있다고 사람은 감동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至誠 앞에 감동하고 感激한다.
西洋의 哲學者들 중에서 誠實을 가장 강조한 것은 프랑스 가톨릭의 實存主義 哲學者 가브리엘 마르셀이다. 그는 「나와 너와의 誠實한 만남」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誠實이 없는 곳에 存在가 없다.
내가 성실한 人間이 될 때 나는 떳떳한 人格 存在가 될 수 있다. 내가 거짓말과 腐敗와 墮落의 인간으로 전락할 때 나는 사람 앞에 堂堂한 자세로 설 수 없다. 그는 또 말했다.
誠實의 程度가 存在의 程度를 決定한다.
내가 얼마큼 성실한가에 따라서 나의 존재의 가치가 결정된다.
天地神明 앞에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양심과 人格을 갖출 때 나의 存在에서는 밝은 빛과 강한 힘과 뛰어난 人品이 빛날 수 있다. 그러나 나의 存在가 不正과 罪惡과 卑賤으로 汚染되었을 때 나는 사람들 앞에 떳떳하게 고개를 처들 수 없다. 성실한 人格에서 빛과 힘과 香氣가 솟구친다.
중국의 유명한 역사가를 들라고 하면 누구나 史記를 쓴 司馬遷과 資治通鑑을 쓴 司馬光을 든다. 이 두 책은 중국 史學의 二大名著다. 司馬光은 宋나라 때의 뛰어난 政治家요, 大學者다. 資治通鑑이란 말의 뜻은 政治를 하는데(治) 좋은 資料(資)가 되는 훌륭한 거울(通鑑)이란 뜻이다.
司馬光의 弟子인 劉安世가 스승에게 물었다. "선생님, 우리가 一生 살아가는데 인생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글자 한 字만 말씀해 주십시오." "그것은 誠이다." "선생님, 誠이란 무엇입니까?" "眞實無妄이다. 참되고 虛妄하지 않은 것이다." "성실한 사람이 되려면 무엇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까?" "不妄語, 거짓말하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正直은 誠實의 根本이다. 성실이란 무엇이냐 眞實無妄이요, 참되고 거짓이 없는 것이다. 공자의 말씀 중에서 이 말에 가장 가까운 문장을 들라면 "言忠信 行篤敬"(論語 衛靈公篇)의 여섯 글자가 適切할 것 같다. 誠實은 말이 참되고 행동이 篤實한 것이요, 精誠스럽고 信義가 있는 것이다.
최근 百餘年 동안에 우리 나라의 指導者들 중에서 誠實을 가장 강조한 어른이 島山 安昌浩 선생이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했다.
큰 일이건 적은 일이건 네가 하는 일을 정성껏 하여라. 남의 일을 自己 일처럼 熱心히 하여라. 죽더라도 거짓이 없으라. 네가 가죽 속과 내 가죽 속에서 거짓을 떼어버리고 우리의 마음을 참과 眞實로 가득 채우자고 거듭거듭 맹세합시다.
眞理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正義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
島山의 이런 말씀 속에 성실의 정신이 가장 잘 나타나 있다. 誠實韓國의 建設, 이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