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습니다. 커피 원두는 기본적으로 **커피 체리의 과육과 껍질 등을 제거한 씨앗**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로스팅 전 생두와 로스팅 후 원두의 물성이 상당히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 1. 생두도 그라인딩은 가능합니다
과육을 제거하고 건조한 **생두(green bean)**는 상당히 단단하지만, 그라인더로 분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생두는 대체로
* 단단하고 질김
* 탄성이 있음
* 분쇄할 때 칼날이나 버에 상당한 힘이 필요함
* 일반 가정용 커피 그라인더에는 부담이 될 수 있음
* 분쇄 입자가 로스팅 원두처럼 균일하게 나오기 어려움
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말리면 너무 딱딱해서 절대로 못 간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생두를 바로 갈아 마시지는 않습니다.**
### 2. 로스팅하면 왜 잘 갈릴까요?
로스팅 과정에서 생두 내부의 수분이 빠지고 여러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조직이 부서지기 쉬운 구조로 변합니다.**
대략적으로 보면:
**커피 체리**
↓
과육 제거
↓
**생두**
↓ 건조
↓
단단하고 질긴 상태
↓ **로스팅**
↓
수분 증발 + 내부 구조 변화 + 팽창
↓
**볶은 원두**
↓
버 그라인더로 분쇄
로스팅 과정에서 원두가 팽창하면서 내부에 작은 기공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생두보다 훨씬 쉽게 깨지고 분쇄하기 좋은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용하는 커피 그라인더는 기본적으로 **로스팅된 원두를 분쇄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 3. 재미있는 점은 로스팅 정도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는
**약배전 → 중배전 → 강배전**
으로 갈수록 원두가 더 많이 팽창하고 구조가 취약해집니다.
따라서 강배전 원두는 비교적 쉽게 부서집니다.
다만 이것을 단순히
> "강하게 볶을수록 무조건 그라인딩이 좋다"
라고 이해하면 안 됩니다. 로스팅 정도에 따라 **경도, 밀도, 취성(잘 깨지는 성질)**이 달라지고, 그라인더에서 필요한 힘과 분쇄 특성도 달라집니다.
### 4. 생두를 실제로 갈아보면?
생두를 분쇄하는 것 자체는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생두를 분쇄해서 커피 추출을 연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커피 제조에서는
**생두 → 로스팅 → 분쇄 → 추출**
순서가 표준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사용자께서 앞에서 말씀하신 **커피 펄퍼(pulper)**와 연결하면,
**커피 체리 → 펄퍼 → 과육 제거 → 발효/세척 → 건조 → 생두 → 로스팅 → 그라인딩**
입니다.
즉 **펄퍼는 "그라인딩하기 좋게 만드는 기계"가 아니라, 커피 씨앗을 과육에서 분리해서 생두를 얻는 기계**이고, **로스터가 생두의 물성을 바꾸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원두 분쇄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용어상 주의할 점은, **로스팅하기 전에는 '생두', 로스팅한 후에는 흔히 '원두'라고 부른다**는 것입니다. 엄밀하게 보면 둘 다 커피 씨앗이지만 커피 업계에서는 이렇게 구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