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이 있지요. 최근 소셜미디어 사용이 늘어나면서 우리 모두 배가 아파지는 순간이 늘어났어요.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 더 맛있는 걸 먹는 사람, 더 아름다운 곳으로 떠난 사람들의 사진을 하루 수백 장씩 볼 수 있게 됐으니까요.
미국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Festinger)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생각이나 능력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어요. 오늘은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심리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
은메달을 딴 선수보다 동메달을 딴 선수가 더 환하게 웃는 이유미국 심리학자 빅토리아 메드벡(Medvec) 연구팀이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의 시상식 표정을 분석했어요. 금메달을 딴 선수가 가장 환하게 웃었죠. 그런데 흥미롭게도 2위인 은메달리스트보다 3위인 동메달리스트가 더 기뻐했다고 해요.
은메달이 동메달보다 더 좋은데 어찌 된 일일까요? 메드벡은 "기쁨은 절대적인 성적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누구와 비교하느냐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어요. 은메달을 딴 선수는 금메달을 딴 선수와 자신을 견주며 '아쉽다'고 느끼는 반면 동메달을 딴 선수는 아쉽게 메달을 놓친 4위 이하 선수와 자신을 비교하며 '하마터면 메달을 못 딸 수도 있었는데 잘됐다'고 흡족해한 거죠.
-
- ▲ 그림=박다솜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아모스 티버스키(Tversky)와 대니얼 카너먼(Kahneman)은 '간발의 차이'에 초점을 맞춥니다. 은메달 수상자는 간발의 차이로 금메달을 놓쳤다고 생각하지만, 동메달 수상자는 간발의 차이로 메달을 땄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간발의 차이로 무엇인가를 하지 못할수록 더욱 연연해 하고 그것이 이후의 행동, 심지어 인생 전반에 영향을 주는 현상에 '간발 효과(nearness effect)'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이런 심리를 이용한 광고가 논란이 된 적이 있어요. 1996년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는 '당신은 은메달을 딴 게 아니라 금메달을 놓쳤다(You Don't Win Silver. You Lose Gold)'라는 도발적인 광고 문구를 선보였어요. 나이키는 "'더 노력하자'는 메시지"라고 설명했지만, 상당수 소비자는 "금메달만 의미 있다고 강조하는 편협한 광고"라고 반발했어요.
◇남과 비교하는 세 가지 방식
비교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어요. 먼저 나와 비슷한 사람과 비교하는 '유사 비교'가 있어요. 예를 들어 수술 날짜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비슷한 수술을 해본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경험과 자신의 상황을 견줘보려 해요. 불확실한 상황에서 유사한 상황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평가하려는 행동입니다.
둘째는 자신보다 못한 대상과 비교하는 '하향 비교'랍니다. 동메달을 딴 선수가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와 자신을 비교하는 게 하향 비교의 일종이에요. 사람들은 주로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하향 비교를 하는데, 그래야 불안감을 줄일 수 있어서랍니다.
셋째는 자신보다 뛰어나거나 더 나은 상황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는 '상향 비교'입니다. 사람들은 주로 자신을 더 발전시키고 싶을 때 상향 비교를 합니다.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상대와 자신을 비교함으로써 분발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되지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멋진 몸매의 모델 사진을 보며 자극을 받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다만 상향 비교를 할 때는 조심할 점이 있어요. 자신보다 너무 뛰어난 상대를 비교 대상으로 삼으면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좌절감과 우울감이 커질 수 있어요.
☞'이만하면 다행이지' 생각하기
매사에 남과 자신을 비교하다간 자칫 자신이 보잘것없다는 생각에 빠질 수 있어요. 그럴 땐 '더 나쁜 일이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의 틀을 바꿔보세요. 행운을 잡지 못했다고 우울해하는 대신 더 불행해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면 안도감과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거예요.
우리는 가끔 자신에게 지나치게 혹독해지곤 합니다. 사람들은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자신에 대해선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고 과하게 속상해하고, 타인에 대해선 '저 정도로 그쳐 다행'이라고 관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행복해지려면 남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너그러워야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