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텃 다낭(다낭을 좋아합니다)
소봉
여행의 설렘은 젊음을 되돌려주는 마법 같다. 생각만 해도 활기가 넘친다. 동작 문인협회에서 다낭 여행 공지가 뜨자 벌써 여행지에 간 듯 파란 하늘과 검푸른 파도가 아른거린다.
‘우리는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라고 누가 말했던가. 탑승 시간이 오후라 일단 알람을 켜고 밤잠을 설치지 않아서 좋고 느긋하게 출발하니 이 또한 즐거운 삶의 여유다.
공항에 도착하니 안철환 사무총장님이 7번 게이트 제네시스 전시장 앞에서 일일이 일행을 맞이한다. 은학표 회장님은 김밥과 작은 여행가방까지 준비해 오셨다. 정말 '리더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으로 감사와 뿌듯함이 공존해 흐뭇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우리는 다섯시간을 비행하여 다낭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우리를 호텔까지 픽업할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3일간 묵을 스테이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우리 일행의 단체 사진
돌아와 앉은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소개하려 한다.
**다낭 대성당
다낭 대성당은 일단 외벽이 파스텔 톤 분홍빛이라 관광객의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지붕이 뾰족한 고딕 양식인데, 첨탑 끝에 수탉 모양의 풍향계가 있다. 얼마 전 파리 노트르담대성당 화재 폐기물 더미에서 극적으로 찾아낸 수탉 청동 조상과 같다. 수탉은 프랑스의 국가적 상징이다. 프랑스 식민지를 거치던 그 시절 다낭에 세워진 유럽풍 가톨릭 성당이니 수탉 모형이 당연하다.
처참한 식민지 생활도 때로는 주둔국 문화나 건축 양식 등을 배웠으니 나라 발전에 조금은 영향을 끼쳤다는 생각으로 쓴웃음을 짓는다.
36년이란 긴 세월을 식민지로 살았던 우리와 비교하며 동병상련의 아픔에 가슴이 스산하다. 지금은 관광명소가 되어 외화를 벌어드리니 이 또한 슬픈 아이러니가 아닌가.
**린 응 사원
우리의 뇌리에 익숙한 월남 전쟁을 일컫던 곳이 바로 이곳 베트남이다. 우리 청년들이 목숨을 잃기도 하고 달러를 벌어 가정 경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월남 파병의 조건으로 외국 차관을 얻어 경부 고속도로가 생기고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진입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 한국 전쟁이 일어났듯이, 베트남 전쟁 후 캄보디아와의 전쟁으로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보트를 통해 망명을 시도했지만,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이 많았다. 이들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보트피플’이다. 외국에 망명을 갔다가 성공한 자들이 부를 이루어, 안정된 베트남에 돌아와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지은 사원이 린 응 사원이라고 한다. 아직 지은 지 14년밖에 안 된 사원이지만, 베트남에서 가장 크다는 해수관음상이 있다. 65m로 건물 30층 높이라니 상상을 해 보시라. 장미와 연꽃을 딛고 세상 모든 것을 포용할 것만 같은 표정으로 미소 띠고 서 있다. 불교 국가라 자국민들도 많이 기도하러 오는것 같다.
기도발이 가장 잘 듣는 곳이라고 하니 여기저기 두 손 모으는 관광객이 많다.
** 바니산 국립 공원 (다낭 바나힐 케이블카)
베트남의 하와이라는 세계적인 휴양지란다. 케이블 거리가 생각보다 너무 길어서 안내판을 보니 기네스북에 2번째로 길고 높은 케이블로 등재되어 있단다.
다리 아프고 더위에 지친 어떤 일행은 계속 케이블카만 탔으면 좋겠다고 하며 시원한 바람을 만끽했다. 아래로는 쥐라기 공원에나 나올듯한 정글이다. 스필버그 감독이 욕심 낼 원시림이다. 공룡이나 호랑이가 포효할 듯한 착각에 빠진다. 올라 갈수록 안개가 자욱해지면서 한폭의 수묵화를 연상케한다. 내가 화가가 되지 못한 게 후회스러울 지경이다. 발아래 시퍼런 숲에다 가슴의 찌꺼기를 다 뱉어버릴 요량으로 떠들고 웃는다. 세 곳에서 오가는 케이블카는 어림잡아 일백 대는 되지 싶다. 이렇게 많아도 케이블카를 타기 직전까지는 앞 사람 엉덩이만 보고 올라가는 아비규환 상태라, 전 지구촌의 바이러스가 다 모인 것 같고 국적을 알 수 없는 세균이 득실거릴 것 같아 화장실만 보면 뛰어가 손을 씻게 된다. 또한 툭하면 멈추는 에스컬레이터 때문에 기분 업 다운이 잦았다. 아직은 기술이 완전하지 못 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나라보다 살기 좋고 기술이 뛰어난 곳도 없지 싶다. 자부심으로 간혹 어깨에 부질없는힘이 들어가기도 한다.
** 골든 브릿지
케이블카를 타고 골든브릿지에 간다. 사람이 많아 다리를 한 눈에 볼 수도 없고 밀려가면서 한 발짝씩 떼어 놓을 수 있는 터라 사진도 찍기 어렵다. 외관을 금색으로 도색해서 골든브릿지라고 명명한 것 같다.
현지 가이드 님의 고구마 화법과 투 머치 토크로 인해 안내가 속속 입력되지 않아 더욱 어리둥절하다. 이 다리에 왜 왔는지 어떤 다리인지 알지도 못한 채 인간 파도에 떠밀려 일행을 놓치지 않으려는 일념으로 앞으로 전진할 수밖에 없다. 겨우 내려와서 일행을 만나고 한 시름 놓으며 나머지 일행을 기다린다. 저 큰 손으로 다리를 받치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가 잠시 개미가 된 착각에 빠지며 허탈한 웃음으로 마무리한다.
** 다낭의 랜드마크 한강 용다리
서울에만 한강이 있는 줄 알았더니, 다낭에도 한강이라는 이름의 강이 있다. 서울이 한강을 중심으로 강북과 강남이 구분되듯이 다낭 시내도 도심과 미케비치가 있는 해안지역으로 구분된다.
관광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차를 멈추고 내렸다. 시시각각 요란하게 조명이 바뀌는 다낭의 야경 포인트인 용다리를 보는 횡재를 한다. 가이드의 순발력이 돋보인다. 어쩜 이렇게 시간을 정확히 맞출수 있단 말인가.
잠시 후 용의 입에서 검은 연기가 쏟아져 나오더니 붉은 불을 폭포수처럼 뿜어낸다. 불을 뿜는 장면을 동영상 촬영하느라 여기저기 웅얼웅얼 야단이다. 일행은 환호성을 지르며 아름다운 밤을 만끽했다.
** 호이안의 코코넛 광주리배
다낭 남쪽에 있는 호이안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2017년에는 아펙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미군 기지가 있었고 우리 해병 청룡부대가 인근에 주둔했던 곳이다.
소위 광주리배는 2인용이며 사공이 따로 있어 세 명이 한 배를 타는 셈이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한국 가요가 흥겹게 울려 퍼진다. 사공이 코코넛잎으로 꽃반지를 만들어 양손가락에 끼워준다.
중간중간 무대를 장치해 두고 남자들이 분위기 조성을 하며 고래고래 한국 가요를 불러제킨다. 사공이 우리 광주리를 무대 앞에 바짝 매어둔다. 일행 모두 일어서서 춤을 춘다. 누구는 때깔에 살고 때깔에 죽는다는데, 기분에 살고 기분에 죽는 내 짝꿍은 팁 십 불을 던진다. 객관적 멘탈이 비교적 강한 나지만, 일불을 줬으니 민망하다. 단체 여행에서 팁 문제는 언제나 일행간에 미묘한 갈등을 일으킨다. 십 불을 본 사공의 눈빛이 형형해지며 반지와 여치를 또 만들어주며 길게 노를 젓는다.
**다낭 전통 쑈
태국 알카쟈 쑈나 성인 쑈에 비하면 너무나 평범한 쑈였지만, 아름답고 곱기는 해서 눈은 즐거웠다. 좀 더 앞서가는 쑈를 벤치마킹해서 관객과 하나되는 퍼포먼스가 있어야겠다. 관객과의 유일한 소통은 무희들과 사진찍기인데, 일찌감치 사진 질이 나빠서 시간이 지나면 팔 다리가 지워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사양했다. 예쁜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스토리가 있어야겠다. 중앙에 연두색 전통의상을 입은 분은 우리 악기 해금같은 소리를 내는 악기를 연주한다. 조명 기술이 무대를 압도한다. 경쾌한 멜로디가 나오면 관객 모두 박수 장단을 맞추며 그들을 응원했다.
** 모닝글로리와 호텔 조식
식당 가는 곳마다 모닝글로리가 중심이다. 금방 요리한 따뜻한 것은 정말 맛있었다. 몇 번이나 '플리즈'를 외치며 추가 써비스를 받았다. 위에 것은 점심 메뉴인데, 커피 색깔 꼬치에 끼워진 것은 떡갈비와 어묵의 중간 쯤 되는 맛이다. 노란 원형은 계란 찜이고 수육 한 접시가 보인다.
아래 것은 호텔 조식 때 바나나잎에 쌓인 것이 생경해서 하나 집어 와서 펼쳐보니 속에 이런 떡이 있었다. 맛은 밍밍한 채 재료가 뭔지 가늠이 가지않아 직원을 불렀다. 이것의 재료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쌀과 돼지고기로 만든거란다. 어쩐지 비릿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다시마로 싼 것인 줄 알았다. 요리 이름을 물으니 직원도 모른다고 해서 여운을 남긴 채 나올 수밖에.
**야시장 등
야시장에는 특히 등을 파는 곳이 많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입구에서 포기하고 돌아섰다. 국적을 알수 없는 세균에 감염되면 치료가 불가하다는 설을 익히 들은지라 염려스러웠다. 저녁 먹은 식당 앞에 나와 앉아서 일행을 기다렸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청정 지역을 다녀오니, 베트남에서 유명하다는 건강 열매 노니를 먹은 것보다 만병통치 나무인 침향을 먹은 것 보다 더 건강해 진 듯 하다. 모두 좋은 분들과 함께한 덕분이겠지
** 다낭 풍경 이모저모
우리 일행의 이모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