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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처음 산행 계획을 세울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차장 → 헬기장 → 정상 → 말갈기능선 → 산등선 갈림길 → 차갑고개(소골 하산로) → 성인봉 → 월령봉 → 안자봉 → 주차장'의 7.5km 코스를 4시간 30분 동안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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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기산
높이: 595m
위치: 충북 영동군 양산면
갈기산은 말갈기와 흡사하다 하여 갈기산이라고 이름 지어졌는데, 바위가 많은 산으로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으며 능선은 반원형으로 가운데가 깊숙한 골을 이루고 있다. 갈기산은 암벽등반 산으로 제격이며 이곳의 암벽은 산기슭을 감돌아 흐르는 금강 줄기와 어울려 흔치 않은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 – 한국의 산하
월영산
높이: 529m
위치: 충남 금산군 제원면
월영산은 달을 맞이하는 산이라는 뜻으로 대보름날 이 곳에 뜨는 달을 보고 풍년을 점쳤다고 한다. 금산의 명산 월영산(529m)의 주봉에 오르면 내로라하는 주변의 산들이 고개를 내밀어 반긴다.
이번 주 화요일 오를 예정인 충북 영동의 갈기산은 2018년 '한국의 산하' 선정 인기 산을 순서별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높이 595m, '한국의 산하' 인기 서열 207위에 불과한 산을 주목한 건 단 두 줄에 불관한 산 소개의 마지막 줄인 '갈기산은 암벽등반 산으로 제격이며 이곳의 암벽들은 산기슭을 감돌아 흐르는 금강 줄기와 어울려 흔치 않은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라는 글 때문이다. 암봉과 암벽 산행을 좋아하는 자칭 산꾼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구절이라, 천고지와 백두대간, 인기 100 산행이 끝나거나, 중간에 갈 만한 산이 없을 때 가기 위해 아꼈다. 물론 그동안 몇 번 대안이 없을 때 카드로 꺼내 들었다가, 다시 집어넣어 지금까지 히든카드로 남았다. 정확히는 10km가 채 되지 않는 코스에, 까만 소를 비롯한 명산을 선정하는 어떤 기관도 선택하지 않아, 안내산악회가 찾지 않는 산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을 한 거지, 교통이 편리한 건 아니라,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기를 반복했다.
지난 5월 21일 오른 아미산, 고양산 연계 산행기에서도 언급했지만, 까만 소가 명산 100에 이어 2020년 4월 명산 100 플러스라는 프로그램으로 100 산을 추가 선정하고 발표했다. 그중에는 꼭 가고 싶었으나, 대중교통으로는 당일 산행이 어려웠던 많은 산이 포함돼 개인적으로 그 프로그램을 열렬히 환영했다. 갈기산 또한 그 추가된 산 중 하나라, 잘 찾아보면, 최소 격주 단위로 안내산악회 버스가 출발한다. 그런데, 문제는 가성비를 따지는 인증꾼 덕분에 한 산 인증 후 버스 편으로 다른 산으로 옮겨 인증하는 1+1 산행이 대부분이다. 싫어하는 산행 방식이라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획에 갈기산만의 단독 산행을 발견하고 신청했다. 와중에 화순의 모후산과 중복돼 갈기산행을 취소했는데, 모후산이 2명이 부족해 성원 미달로 취소되는 바람에 다시 신청한 아픔이 있는 산행이다.
빈하늘 덕에 석탄일 대체 휴일 포함 황금연휴 내내 비가 내려, 외출을 삼가야 정상이나, 코로나 시기 놀지 못한 것에 한 맺힌, 한국인들이 여기저기 놀러 가느라 고속도로 정체가 엄청났었다. 하지만, 안내산악회 산행은 비 소식에 취소자가 속출해 산행 자체가 취소되는 사태가 모든 안내산악회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했다. 요즘은 날씨 예보만 조금 이상해도 주시해야 할 정도로 비에 민감한 게 등산객이다. 다행히 비는 월요일 오전까지만 내리고, 산행 당일인 화요일은 비록 흐리기는 하나, 비 소식은 없다. 원래 출렁다리 스타일의 긴장감을 좋아하지는 않으나, 뭐 가라면 가야지! 그리고 이 산행은 짧은 산행 코스라 남는 시간은 맛 탐방으로 채운다는 게 마음에 든다. 인솔 대장이 나름 맛집을 선정했겠지만, 지도로 날머리 주변의 식당도 미리 탐색했다. 기타 산행 준비는 기존의 일반적인 산행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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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역에서는 김밥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아, 지난주 아내의 무릎 수술을 위해 병원으로 가며 확인한바, 듣던 대로 승차장 통합판매대에서 김밥을 팔고 있어, 그동안 양재에서 탔던 산악회 버스를 기점인 사당에서 타기로 했다. 고로 양재보다 10분 일찍 출발해야 해 모든 준비를 마치고 5시 50분에 숄더힙색을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그동안 3호선을 탔으니, 이제는 6호선이다. 6시 44분 양재역에 도착해 통합판매대로 가니, 등산객 서너 명이 김밥과 떡을 사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김밥을 하나 집어 들며, 가격을 보니, 1,500원이다. 김밥 전문점의 60% 수준의 양이나, 엄청나게 싸다. 와중에 양재에서 사라진 '애란네 김밥'이라 반가웠다. 위로 올라와 개찰하고, 버스 출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통합판매대의 노파가 안 나올 때를 대비해, 혹시 다른 집에서도 김밥을 파는지 확인했다. 있다. 가격은 2,000원이다.
물론 일요일도 영업하는지는 다시 알아봐야 하나, 두 집에서 김밥을 파는 걸 확인하고, 1번 출구로 나와 산악회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는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그런데, 차가 안 보인다. 그럼, 주차장 내가 아니라, 주변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주변 여기저기를 다 둘러봤는데, 역시 없다. 차고지에서 출발한 버스가 아직인가? 해서, 인솔 대장에게 연락하니, 공영주차장 끝으로 오란다. 다시 주차장으로 가, 끝에서 우회전하자. 버스가 있다. 이렇게 숨어 있으니, 못 찾지. 어쨌든 내가 버스에 타자, 차가 출발한다. 고로 처음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버스를 발견했으면 더 일찍 출발했을 거라는 얘기다. 사당을 떠난 버스는 양재와 죽전에서 승객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려, 8시 40분경 휴게소를 들어가는데, 인솔 대장이 20분이 아닌 25분의 시간을 준다. 그러자 승객이 왜 25분이냐고 묻자, 목적지가 가까워서라고 답한다.
그 말을 듣자, 대장이 실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5분 더 주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깝다고 생각하는 게 실수다. 볼일을 본 후 구경할 것도 없고 해서 버스로 돌아왔는데, 옆에 주차한 버스의 LED가 심상치 않다. '여자들만의 여행'이다. 그런데, 그 버스에서 남자가 내린다. 처음에는 기사? 했는데, 좀 있으니, 기사가 내린다. 다른 남성은 없고, 승객들의 복장이 등산복인 걸 보면 인솔 대장이다. 여성 대장도 많이 있는데? 당장 이번 갈기산행도 여성 대장 인솔이다. 주차장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니다가 출발 5분 전에 버스에 탔다. 그리고 버스는 공지보다 3분 빠른 8시 52분경 휴게소를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특별히 길을 혼동할 만한 산은 아니고,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1.6km가 급경사라 쉽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산이 높지는 않으나, 조망은 최고인 조망 맛집이라고.
끝으로 원래, 9km가 조금 넘어, 5시간 30분의 소요 시간을 책정하는데, 날머리에 어죽마을에서 어죽이나, 도리뱅뱅이 맛볼 시간 30분을 더해 6시간을 주겠다는 말로 얘기를 끝냈다. 그러자, 앞에 앉은 등산객이 대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산악회 공지는 6시간 30분이라는 거다. 위 사진의 공지를 보면, 코스는 9km에 5시간 30분, 시간 계획을 보면, 10시 도착 16시 30분 출발이다. 고로 전체 소요 시간에 이미 1시간의 맛 기행이 포함되어 있다. 인솔 대장이 코스만 확인했지, 시간 계획을 확인하지 않았다. 어쨌든 차는 4시가 아니라, 4시 30분 서울로 출발이다. 그렇게 마감 시간이 결정되고, 버스가 고속도로를 벗어나, 50분가량 달리자, 강을 건너는 출렁다리가 보인다. 생각보다 길고, 높다. 그리고 아래로 금강이 흐를 거라곤 생각 못 했다. 강 건너에 주차장이 있다면, 싫으나, 좋으나, 출렁다리를 건너야 한다. 건널 상황이면 건너야지! 그리고 조금 더 가자, 들머리다. 적어도 집이 몇 채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강변의 허허벌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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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준비라는 게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를 신으면 끝나는 거라, 다른 일행이 버스에서 내려, 등산지팡이를 조립하는 등 준비하는 동안, 들머리 주변을 훑어봤다. 금강을 따라 달리는 68번 지방도에 붙어 있는 들머리는 서너 대의 차량이 주차할 만한 공간이 있고, 등산 지도와 해충기피제를 분사하는 도구가 있다. 먼저, 지도를 보며, 오늘 산행 코스를 확인했으나, 없다! 차갑고개 이후 월영산과 출렁다리는 아예 지도에 없다. 당시에는 오래된 지도라 최신 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거로 생각했다. 결과적인 얘기나, 산행이 끝나고, 지자체별로 관할 구역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들머리에서 월영봉까지는 충북 영동, 거기서부터 월영산을 거쳐 출렁다리는 시·군이 바뀌는 정도가 아니라, 도가 바뀌는 충남 금산이다. 당시는 지도에 출렁다리 방향이 없어, 제대로 된 등산로가 조성되기 전이거나, 막 조성이 끝난 거로 알았다. 전자라면 산행이 쉽지 않을 거라 각오를 단단히 하며,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91m, 생각보다는 높다!
버스에서 준비가 끝난 일행은 벌써 들머리를 지나, 위로 올라가고 있어, 그 뒤를 따라, 바로 시작되는 급경사 등산로로 올라갔다. 그런데, 간밤에 비가 내렸는지, 등산로의 낙엽이 젖어 있고, 평소라면 물소리는커녕 바짝 말라 있을 확률이 높은 능선 옆 작은 계곡의 물소리가 요란하다. 하지만, 풀잎이 젖어 있지 않은 걸 보면, 그것도 아니다. 며칠 전 내린 비의 영향으로 보인다. 암릉을 우회하도록 만들어진 등산로를 버리고, 암릉으로 오르며 가끔 뒤돌아보면, 비의 영향으로 누런 흙탕물이 도도하게 흐르는 게 보인다. 당시에는 작은 강이 폭우의 영향으로 큰 강처럼 보인다고 여겼다. 그런데, 저 누런 게 비단을 펼쳐놓은 거처럼 아름답다는 금강(錦江)이다.
이름 모를 강 건너의 산세를 기록으로 남기며 오르는데, 왼쪽으로 쌍봉이 보인다. 산세나 이어진 능선으로 보면 우리가 가야 할 봉우리다. 그럼, 저게, 갈기산? 대장 말로는 들머리에서 1.6km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저 봉우리는 아무리 가깝게 잡아도 3km 이상이다. 그렇다고 월영봉은 더 아니고, 봉우리의 정체를 고민하며, 거의 칼등 능선을 오리다가, 가끔 전망대가 등장하면 그 방향을 기록으로 남겼다. 앞으로 어떤 절경이 기다리는지 모르겠지만, 산행 시작 40분, 거리로는 1km가 조금 넘었는데, 대장 말 그대로다. 조망 맛집! 누런 흙탕물이 굽이치며 도도하게 흐르는 이름 모를 강의 모습에 감탄하며 파노라마로 담기도 했다. 그렇게 전망대마다 뛰어올라가 기록을 남기며 오르자, 저 위로 정자가 있다. 쉼터이자 조망터가 아닐까?
정자에 도착했으나, 정자보다 더 눈길을 끈 건 그 옆의 바위라, 정자는 무시하고 그 바위로 뛰어올라가, 이번에는 올라오는 동안 오른쪽을 지키고 있던 쌍봉 방향의 산세와 능선을 살피고, 기록으로 남겼다. 전면의 높은 봉우리가 갈기산이고, 쌍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말갈기 능선이다. 역시 전경을 파노라마로 남기고, 정자를 떠나, 정상으로 향하는데, 칼등 능선답게, 좌·우 번갈아 가며 계속 전망대다. 좌는 이름 모를 강, 우는 말갈기 능선과 그 뒤로 물결처럼 파도치는 능선들. 그것들을 감상하며, 등산로 위 바위에 올라서자, 봉우리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갈기산이다. 물론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혹시 놓치는 장면이 있을까 동영상을 찍으며 가는데, 앞에 맨발의 청춘이다. 가끔 산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맨발의 청춘을 볼 때마다 과연 건강에 효과가 있을지 궁금했는데, 이번에도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건강에 좋으면, 우리 조상들은 왜 신발이라는 걸 만들었을까?
맨발의 청춘의 뒤를 따라가다가, 전망대가 있으면, 그 방향으로 빠져, 주변 경치를 조망했으나. 이미 올라오며, 본 그대로다. 확확 바뀌는 조망이라면 산행이 아니니 당연하다. 고로 사진 찍기도 지쳐, 혹시 아래에서 사각이라 못 본 모습이 있나만 유심히 살펴다. 그렇게 정상으로 향하자,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지금까지도 동영상을 찍었으나, 다시 촬영 상태를 확인하고, 위로 가다가, 정상의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 대장이 버스에서 갈기산 정상에 관해 설명할 때 암봉으로 정상에 오르려면, 정상석에 묶인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한다고 해, 직벽에 밧줄이 매달린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는. 왜? 저기다 밧줄을 설치했는지 궁금할 뿐이다. 그런데,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오르려고 보니, 그 밧줄을 타고 여성 산꾼들이 내려온다. 해서 처음에는 우리 일행이 아니라, 반대편에서 산행을 시작한 산꾼으로 알았다. 그리고 다 내려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밧줄이 없어 한가한 옆으로 올랐다.
날카로운 암봉 정상은 서 있기도 불편할 정도인데, 서너 명의 일행이 인증을 찍느라 정신없다. 와중에 조금 먼저 도착한 맨발의 청춘이 정상석만 사진 찍더니, 나를 보고 찍어줄까 물어, 두말 안 하고, 핸드폰을 넘겼다. 덕분에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길 수 있었다. 정상석과 가야 할 말갈기 능선만 기록으로 남기고 속속 도착하는 일행으로 위험하기까지 한 정상에서 떠나려는 데, 내려갔던 여성 산꾼들이 다시 올라온다. 알고 보니, 우리 일행으로 정상에는 길이 보이지 않아, 말갈기 능선으로 향하는 길이 아래에 있을 거로 생각하고 내려갔던 거다. 그런데, 정상석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 옆의 뾰족하고 날카로워 정상석을 설치할 수 없는 곳에 올라서서 가야 할 능선을 보면, 아래로 설치된 밧줄이 보이나,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만 찍어 그걸 못 봤다.
암봉에서 밧줄 사용이 미숙한 일행으로 정체되는 구간이 아니라, 그 옆의 밧줄이 없는 방향으로 내려서니, 계속 암릉에 밧줄 구간이다. 밧줄이 오히려 산행에 방해만 되는 구간이라는 게 내 생각이라, 그 옆으로 빠른 속도로 내려가자, 다시 전망대라, 거기서 정상과 강, 가야 할 능선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전망대를 떠나, 큰 기대를 안고, 말갈기 능선으로 향했다. 와중에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파, 오이 꺼내 먹으며. 여성 산꾼의 뒤를 따라가, 11시 14분에 말갈기 능선 초입부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앞이 또 봉우리다.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희미하고, 우회하는 등산로는 인적이 뚜렷하다. 물론 다들 우회 등산로를 선택했으니, 나는 희미한 등산로로 정상으로 향해, 11시 17분에 도착했다. 정상에 도착해 보니, 삼거리로, 말갈기 능선의 대가리 부분이다. 그리고 반대편은 관광농원으로 향하고, 가야 할 능선은 우회전이다. 물론 정상석 따위는 없는 무명봉이다.
좌우의 경치를 감상하며, 말갈기 능선을 달리는데, 앞에 맨발의 청춘이다. 그와는 성인봉까지 계속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성인봉 이후 산행을 끝날 때까지 못 봤다. 어쨌든 아직 점심시간은 아니나, 하산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양재에서 산 김밥을 먹기로 하고, 그걸 꺼내 먹으며, 능선을 달렸다. 얼마 만에 먹는 애란네 김밥인지 기억이 안 나, 앨범을 찾아보니, 3월 30일 지리산 불무장등 능선의 황장산을 달릴 때[산행기] 이후 처음이니, 거의 두 달만이다. 김밥을 먹으며 능선을 달리는 중에 가끔 뒤로 돌아 지나온 갈기산과 무명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걸 잊지 않았다. 그런데, 초반에 세 봉우리 중 가장 높아 보이는 가운데 있는 걸 갈기산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 그 모습을 다양한 위치에서 확인하고, 왼쪽 끝이 갈기산, 가운데가 말갈기의 대가리 무명봉, 오른쪽도 역시 무명봉이라는 걸 깨달았다.
11시 34분 두 번째 삼거리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의 이정표에 따르면, 직진은 '위험 구간' 월영봉은 우회전으로 2.7km의 거리다. 그럼, 등산을 시작할 당시 오른쪽으로 보였던 봉우리가 월영봉이 맞는다는 거로 보이는 것보다, 거리가 멀다. 그런데, 눈에 먼저 띄는 건 월영봉이 아니라, '위험 구간'이다. 그 방향이 궁금했으나, 일단 오늘 산행의 목표는 월영봉을 거쳐 출렁다리까지 가는 거라, 궁금증을 품은 채 우회전해 삼거리를 떠나, 10분가량 가자, 전면에 말 그대로 말갈기처럼 보이는 바위 능선이 나타났다. 즉 실제 말갈기는 아주 짧은 구간에 불과하다. 굳이 말 대가리를 찾자면, 정상 옆 무명봉이 아니라, 갈기가 끝나는 지점의 정상이다. 무명봉의 이정표에 오해했다. 고로 여기까지 오는 동안의 칼등 능선은 말갈기가 아니다. 혹시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동영상이 아니라 마지막 사진의 능선!
동영상을 찍으며, 말갈기 능선을 지나, 정상에 도착하니, 여기 또한 삼거리지만, 나무에 매단 이정표에 의하면, 왼쪽에 분명 길은 있는데, '갈기산 등산로 아님'이라 쓰여 있다. 차갑고개와 성인봉은 우회전으로, 말 대가리지만, 역시 무명봉이다. 등산로가 아니면, 산책로? 등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대가리를 떠나, 앞에 보이는 봉우리, 월영봉이 아닌, '성인봉'으로 향했다. 산행 시작 때 본 쌍봉이 갈기산에서 월영봉, 월영봉에서 성인봉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산행 이 끝난 후 괘적을 확인하니, 월영봉이 맞다! 그리고 월영봉 전에 성인봉이 있다. 그 성인봉으로 향해, 11시 53분에 소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인 ‘차갑고개’에 도착했다. 이정표에는 주차장으로 표기돼 있는데, 버스가 정차했던 곳이다. 1+1 산행으로 갈기산과 천태산을 묶는 산행 때, 능선으로 올라, 계곡으로 하산하는 환 종주하는 게 아닐까? 궁금한 건 못 참는 인간이라, 안내산악회의 산행 계획을 찾아봤다. 예상대로다! 그런데, 그 환 종주 거리가 5.8km, 소요 시간 3시간이다. 현재 시각 11시 53분, 마감까지 한 시간 남았다.
성인봉까지 얼마나 고도를 높여야 하는지 궁금해 등산 앱으로 차갑고개의 높이를 확인했다. 475m로 생각보다 높다. 성인봉이 갈기산 수준의 높이라면, 수직으로 120m 조금 넘게 올라가야 한다. 산의 최고 높이를 고려하며, 꽤 표고차가 크다. 어쨌든 힘든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급경사를 오르자, 등산 앱이 성인봉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현재 시각 12시 4분. 그리고 실제 정상에 도착한 건 2분 후인 12시 6분이다. 정상에 도착해 보니, 맨발의 청춘을 비롯해 너덧이 쉬면서 점심을 먹고 있다. 해서 먼저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기고, 식사 중인 일행에게 부탁하기 어려워 삼각대를 설치하고 타이머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다. 그런데, 정상석에 음각된 높이가 625m다. 525m의 오기다. 그렇게 인증을 남긴 후 반대편에 있는 돌탑을 기록으로 남기고 성인봉을 떠나, 월영봉으로 향했다.
성인봉을 떠난 후 첫 전망대에서 왼쪽을 보니, 갈기산 삼봉이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산행을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저쪽에서 여기를 봤던 것과 같다. 그런데 좀 전까지 무명봉 부근의 전망대에서 볼 때와는 달리, 확실히 갈기산이 다른 봉우리에 비해 높다. 역시 위치에 따라 사물이 달라 보인다. 그 모습을 파노라마로 남기고, 월영봉으로 향하다가, 정규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지름길이 보여 그 방향으로 올라가니 왼쪽으로 전망대가 있다. 그 바위로 올라가자, 갈기산의 주 능선뿐만 아니라, 주변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 또한 사진 찍은 후 전망대에서 내려와, 다시 급경사를 올라가니, 등산 앱이 고지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월영봉이다. 현재 시각 12시 55분, 그리고 존경해 마지않는 '준·희'가 만든 정상석이 있는 정상에 도착한 시각은 3분 후인 12시 58분이다. 인솔 대장이 월영봉에는 정상석이 없다고 했을 때, 정상석은 몰라도, 이정표 정도는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의 정상석을 보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 사진을 부탁할 수 없어, 삼각대를 설치하고 타이머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다. 인증을 찍고, 월영봉을 떠나, 출렁다리 방향으로 가자, 왼쪽으로 이름 모를 강이 보이기 시작하고, 이 코스의 마지막 봉우리로 생각되는 게 전면에 우뚝 서 있다. 물론 그 강 건너 이름 모를 봉우리와 능선도. 앞의 봉우리를 향하자, 전면에 밧줄이 설치된 암봉이 가로막고 있다. 이 바위 봉우리의 밧줄 또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네발로 기어 정상으로 올라 정상에 도착하니, 최고의 전망대다. 그리고 정상에는 일행 둘이 주변 절경을 사진 찍고 있고, 내 뒤로는 그 여성 산꾼이 올라오고 있어, 곧 전망대를 비워줘야 할 분이기다. 해서 서둘러 파노라마를 찍고, 전망대를 떠나 봉우리로 향했다.
1시 23분경 정상에 도착해, 두 가지 이유로 놀랐다. 첫째는 전망대를 넘겨줬다고 생각한 여성 산꾼이 먼저 도착해 있었고, 둘째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정상석 때문이다. 등산 앱 또한 고지라면 당연히 알려주는 메시지가 없었다. 앞선 봉우리가 ‘월영봉’이고. 이 봉우리는 ‘월영산’으로 봉과 산으로 구별하고 있다. 사실 전국 각지의 산을 다니다 보면, 바로 이웃한 봉우리에 같은 이름이 붙어 있거나, 아니면, 동봉, 서봉 등으로 구분하고, 각자 정상석이 있는 걸 보는 건 어렵지 않다. 경기도의 운악산 동봉에는 포천, 가평에서 각각 세운 정상석이 두 개다. 지자체의 고향 사랑이 너무 강해서다. 월영봉은 충북 영동, 월영산은 충남 금산이다. ‘금산문화원(인삼대장)’이 정상석 뒤의 나무에 매단 '금산둘레 산길 월영봉 528.6m'라는 명패를 보면 명확하다.
이제야 모든 게 설명된다. 이번 산행 코스는 충북 영동에서 시작해 충남 금산에서 끝난다. 고로 들머리의 지도가 '차갑고개'에서 끝난 이유도 간단하다. 애향심이 도를 넘었다. 어쨌든 궁금증을 해결하고 정상석 사진을 찍고 있는데, 왼쪽으로 내려갔던 여성 산꾼이 다시 올라오며, 나를 보더니, 인증을 찍어 줄까 물어 핸드폰을 넘겨줬다. 그렇게 인증을 남기고, 좌회전이 아니고 우회전해 내려갔다. 급경사 돌길로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하는데, 정상에서 4분 정도 내려오자, 저 밑으로 누런 황토물이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건너는 다리 두 개가 보인다. 하나는 4개 이상의 다리로 강바닥을 굳건히 딛고 선 거고, 다른 하나는 두 발만으로 양 끝만 버티고 있는 흔들다리다. 물론 그걸 사진으로 찍고, 그 자리를 뒤에서 따라오던 일행에게 넘겨주고 밑으로 가자, 가면 갈수록 전망이 좋다. 가까워지니 당연한가? 어쨌든 사진은 잔뜩 찍었으나, 다 비슷하다.
바위 전망대로 뛰어올라가 파노라마를, 뒤로 돌아, 금산 월영봉? 월영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아래로 가자, 등산 앱이 고지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응? 여기에 웬 고지? 깜짝 놀라, 핸드폰을 꺼내 보니, '월영산 출렁다리' 배지로 그 시각이 1시 47분이다! 별게 다 인증 대상이라고 생각하며, 아래로 내려가니, 정확히 출렁다리가 아니라, 전망대다. 당연히 거기서 다리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내려가자, 갈지 자를 그리는 대단히 긴 갑판 계단이다. 그리고 그 끝부분 왼쪽에 다리가, 오른쪽에는 전망대 겸 쉼터다. 당연히 먼저 전망대로 갔지만, 출렁다리 외에는 볼만한 게 없다. 그리고 그 모습도 이미 위에서 본 것과 다르지 않아, 사진만 찍고, 바로 전망대를 떠나, 다리로 가며 아래를 보니, 주차장에 서 있는 3대의 버스가 보인다. 가운데 있는 게 산악회 버스다. 그리고 출렁다리 입구다.
출렁다리와 같은 긴장감을 즐기지 않아, 애초 그걸 건널 생각이 없었으나, 들머리로 향할 때 본 다리가 강은 건너는 걸 보고, 어쩔 수 없이 건너야 하는 상황이라 판단했다. 당시에는 버스가 대기하는 주차장이 강 건너에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아니다. 고로 다리를 건널 필요가 없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사진이나 몇 장 찍자는 생각에 다리로 갔다. 그리고 거기에 들어서서 보니, 아래가 뻥뻥 뚫린 철 다리다. 그런데, 의외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데도 흔들림이 적어, 계속 갔다. 물론 중간에 멈춰 주변의 경치를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건너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대로 계속 가면 안 된다. 버스가 이쪽에 있으니 건너가면, 다시 건너와야 한다. 해서 그 자리에서 발을 돌려 돌아왔다.
동영상을 찍으며, 입구로 돌아와 반대편을 다시 조망하는데, 갈 때는 미처 보지 못한 폭포로 보이는 게 다리 왼쪽 100여 미터 지점에 있어, 입구에 있는 관리자에게 물었다. 예상대로 인공폭포다. 다리를 건너야 할 이유가 생겼다. 돌아올 때는 두 다리가 아니라, 네 다리의 다리를 건너기로 하고, 동영상을 찍으며, 다리를 건너며 보니, 강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은 부엉산이다. 고로 월영산과 부엉산을 연결하는 다리다. 반대편에서 월영산과 출렁다리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갑판 계단으로 인공폭포로 가며 이정표를 보니, 부엉산 정상까지 700m, 왕복 1.4km다. 다시 올 확률은 0에 수렴하는데, 시간도 많이 남았고, 다녀올까 하다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왕복 1km가 넘는 곳은 가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깰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무시하고 인공폭포로 향했다.
강변에 놓인 갑판 산책로로 인공폭포로 향해 가며, 강 상류를 보니, 잠수교 수준의 다리가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출렁다리와 가까운 차량용 다리를 건너는 게 마뜩잖았는데, 위에 보이는 저 다리로 건너기로 하고 계속 가, 2시 17분에 인공 폭포에 도착했다. 그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긴 후, 갑판 산책로를 따라가자, 그 끝 오른쪽으로 식당이다. 평일임에도 자가용이 꽤 많은 게 맛집으로 통하는 거 같다. 어차피 이번 산행 코스에는 ‘맛 기행’이 포함되어 있고, 그만큼 시간도 주어졌으니, '어디'가 아니라 '뭘' 먹느냐가 문제라, 나란히 붙어 있는 식당의 메뉴를 봤다. 완전 똑같다. '어죽, 어탕국수, 매운탕!' 예상했던 바지만, 물고기가 아닌 다른 걸 먹고 싶어, 일단 강을 건너면 아예 '어죽마을'이나, 하나 정도 다른 메뉴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고, 강을 건넜다.
다리를 건너며 산악회 코스에 관해 기억을 더듬자, 출렁다리를 건너, 인공폭포, 이후 세월교다. 그리고 지금 건너고 있는 다리가 세월교다. 말인즉 순간순간 상황을 판단하고 선택해 여기까지 왔으나, 산악회가 계획한 동선대로 움직이고 있다. 세월교를 건너며 그걸 깨달았다. 남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건 나만의 문젠가? 어쨌든 세월교에서 출렁다리 등 주변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다리를 건너, 2시 26분에 기러기 공원 제2주차장에 도착했다. 사실상 산행이 끝난 시간이다. 그런데, 어죽 마을이라고 해서, 식당이 꽤 많을 거로 생각했는데, 몇 집 안 돼 실망했다. 식당이 많으며, 메뉴도 다양하기 마련인데, 몇 집 안 되는 식당에서 다른 메뉴를 찾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3
세월교를 건넌 후 어죽이나 매운탕, 도리뱅뱅이가 아닌 메뉴가 있는 식당이 있나, 찾으며, 기러기 공원의 어죽마을까지 왔으나, 달리 어죽마을이 아니다. 없다! 애초 관광객에게는 메뉴 선택권이 없다. 해서,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 방향으로 향하며, 그나마 맛있게 잘할 거 같은 식당을 찾았다. 그러다, 어죽마을에서는 이단으로 보이는 수제 돈가스 메뉴의 '원골 도깨비 식당'이 눈에 띄었다. 주차장까지는 200~300m의 거리 같다. 버스에서 신발을 갈아신고, 올까 하다가 왕복하는 게 귀찮아 그대로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는 도리뱅뱅이를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는 한 사람이 유일한 손님이다.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을 본 후 벽에 붙은 차림표로 눈을 돌렸다. 어차피 주문하지도 않을 거지만, 다행히 어죽이나 어탕은 2인 이상 주문이다. 그리고 민물고기가 아닌 메뉴로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한 돼지두루치기가 있다. 해서 도리뱅뱅이와 두루치기로 고민하고 있는데, 유일한 손님이 아는 체를 한다.
알고 보니, 우리 일행으로 자기는 B 코스를 돌고 막 도착했는데, A 코스를 이렇게 빨리 끝냈냐고 감탄하더니, 도리뱅뱅이 맛이 좋다고 칭찬한다. 그때 막 주문받기 위해 옆으로 온 주인장에게 도리뱅뱅이를 시키자, 더덕 막걸리를 권한다. 난 소주를 마실 생각이었다고 하며, 이슬이를 주문했다. 그리고 술과 안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옆 손님이 막걸리 맛이 좋다며 계속 권해, 이슬이와 밑반찬을 가져온 주인장에게 더덕 막걸리는 싫고, 금산에 왔으니, 금산 막걸리를 달라고 했다. 어느 산인지는 기억이 안 나나, 금산 막걸리 맛이 좋았다는 기억이 있다. 그런데, 금산 막걸리는 먼저 온 손님을 끝으로 떨어졌다는 말에, 인삼 막걸리를 주문했다. 그리고 막걸리를 가져온 주인장이 이슬이를 가져가려는 걸 막고, 도리뱅뱅이가 나오기 전, 생각지도 못한 밑반찬인 번데기를 안주로 막걸리 한잔하려는 데, 바로 도리뱅뱅이가 나온다.
도리뱅뱅이를 안주로 인삼막거리를 마시려 하자, 옆 좌석의 일행이 막걸리를 한잔씩 바꿔 마시자고 제안한다. 애초 금산을 마실 생각이었고, 그게 아니어도 마다할 이유가 없어 한잔씩 나눠 마셨다. 그런데, 냉동인지, 말린 빙어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도리뱅뱅이 맛이 완전 고추장 멸치조림으로 익숙한 맛이다. 어쨌든 고추장 빙어조림을 안주로 인삼을 마시고 있는데, 옆 테이블의 손님이 금산을 다 마시고, 주인장이 맛있다고 적극 권한, 더덕막걸리를 주문했다. 그런데, 병 크기가 다르다. 가격이 다른 이유가 있었다. 어쨌든 더덕막걸리를 가져온 주인장이 자기도 한잔 달라고 해 한 잔 따라주고, 그사이 도착해 어탕국수와 인삼막걸리를 마시고 있던, 일행에게도 한잔, 물론 나도 한잔! 그리고 세 명이 팀을 이뤄 들어온 일행에게 금산, 인삼, 더덕 다 마셔본바, 더덕이 제일 맛있다고 적극 권장해 그들도 어죽 셋에 도리뱅뱅이 하나, 더덕막걸리를 주문했다.
금산막걸리를 다 마시고, 이슬이를 마시고 있는데,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여성 산꾼이 다른 여성과 짝을 이뤄 들어왔다. 산을 많이 다녀서인지, 노련하다. 지방의, 그것도 오지에 가까운 지역의 식당에서 혼밥은 쉽지 않다는 걸 알고 급조한 팀으로 어죽을 주문한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더니, 도리뱅뱅이를 보고 맛만 보자고 해, 어차피 다 먹지 못할 거 많이 덜어줬다. 그 말을 듣고 옆에 있던 산꾼은 막걸리 한잔씩은 물론, 빙어조림을 통째로 넘겼다. 그렇게 떠들썩하게 한잔하고 있는데, 우리 일행 중 한 명인 여성 산꾼이 홀로 들어와 어죽을 주문한다. 주인장이 그 주문을 받는다. 어탕국수 때도 1인이라 궁금했는데, 어죽도 1인이다. 나만 궁금한 게 아니었던지, 급조한 팀원 중 한 명이 물었다. 그러자, 휴일 바쁠 때는 1인은 주문은 안 되는데, 평일 한가할 때는 받는다고 해, 진작 알았으면 나도, 어죽 주문했을 거라고 농담했다. 그러자, 그 팀에서 계속 사양하는데도, 어죽을 떠서 맛보라고 준다.
결과적으로 막걸리 3종에, 이슬이와 어죽에, 도리뱅뱅이까지 깨끗이 비우고, 4시 11분경 자리에서 일어섰다. 2시 30분경 식당에 들어갔으니, 1시간 40분가량 있었다. 식당에서 나와 금산 월영산을 바라보며, 주차장으로 향해 마감을 7분 남긴 4시 23분에 도착하니,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버스가 서 있어, 그것도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아직 도착하지 않은 승객에 언제 떠날지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라,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비닐봉지에 넣고 꽉 묶은 다음, 슬리퍼를 신고 화장실로 갔다. 거기서 발을 깨끗이 씻고 돌아왔으나, 아직 대장도 보이지 않는다. 안내산악회 인솔 대장은 남녀를 불문하고 이른 귀가를 싫어하는 듯하다. 주차장에 막 도착하자, 예상대로 출렁다리에서 주차장을 봤을 때 3대였던 버스가, 우리 차마 유일하게 남아있는 상황인데도. 그나마 다행은 마감보다 많이 늦지 않은 3시 35분경 주차장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비록 코스가 짧고, 해발 600m가 채 안 되는 산이지만, 토요일 산행 후 이틀 쉬고 강행한 산행이고, 술과 안주를 위를 가득 채워,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잠이 들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휴게소다. 천안삼거리, 현재 시작 5시 45분. 8시에 은평구민 단합대회에 참석하기로 했는데, 아슬아슬하다.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면서 또 바로 잠이 들어 죽전에서 승객이 내릴 때 깼다. 그리고 하차 준비를 해, 6시 57분에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 내려서, 지하철로, 은평구청 부근의 대회장으로 향해, 7시 53분경 도착하는 거로 갈기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집에서 또 뭔가를 먹은 거 같은데, 기억이 없다!
안내산악회 계획대로 '바깥모리 주차장 → 헬기장 → 갈기산 → 말갈기능선 → 차갑고개 → 성인봉 → 월영봉 → 월영산 → 출렁다리 → 인공폭포 → 세월교 → 기러기공원 → 출렁다리 주차장'의 8.82km(트랭글) 코스를 4시간 31분 동안 즐겼다. 이동 29분, 휴식 2분!
인솔 대장 말 그대로 조망 맛집이다. 폭우로 누런 황토물이 도도하게 흘렀던 강이 금강이라는 건 이 글 쓰며 알았다.
아기자기한 바위 능선도 좋았다.
8km가 조금 넘는 거리라, 출렁다리와 연계해 가볍게 다녀오기 좋은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