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상품을 기획했을 때에는 지역어에 대한 자료나 정보가 부족해서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응원 문구로 사용되고 있는 사투리들을 정리한 후, 사전과 주변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하나하나 정확한 표현과 의미를 확인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또한, 상품으로서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최근 들어 산업 디자인과 광고 카피 등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한글 멋글씨캘리그래피를 활용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응원 문구에 담긴 관중들의 심리를 한글 멋글씨로 적절하게 표현해 낼 수 있다면 그럴싸한 상품을 만들어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다음 단계는, 한글 멋글씨로 쓴 사투리 응원 문구를 어떤 제품에 활용하면 좋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적절한 대상을 물색하던 중, 영문 알파벳 일색인 야구 모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야구 모자는 야구장에서뿐만 아니라 평소 옷차림에도 활용 가치가 높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알파벳을 넣어 제품을 만드는 것에만 익숙한 공장 사람들에게 멋글씨로 쓴 한글 야구 모자를 만드는 것은 생소한 일이었습니다. 공모 작품을 만들 때도, 본격적으로 상품화를 할 때도 가장 고생을 한 과정입니다.
모아쓰기를 하는 한글을 조그만 야구 모자에 넣기에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았고 그러한 환경에서 가독성을 높여야 하는 어려움이 더해져서 알파벳 야구 모자에 비해 생산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멋글씨는 섬세한 작업의 공이 많이 들어가야 했기에 공장에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제가 이렇게 일을 추진할 수 있었던 까닭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글 사투리가 들어간 야구 모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이런 모자라면 분명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저의 야구 모자는 2012년 제1회 사투리 상품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상금으로 받은 천만 원은 모자를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종잣돈이 되어 주었습니다. 저의 입상 작품을 본 갤러리 대표로부터 갤러리 초대‧개인 전시회를 의뢰받아, 2013년 2월에는 남산의 한 갤러리에서 개인 전시도 열었습니다. 또한, ‘한글 실험 전시회’에도 초대되어 3월에는 세종문화회관 한글 갤러리에서 제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었고, 기대대로 좋은 호응을 받음으로써 상품화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 잠실야구장 매표소 앞 야구용품 매장에서 4월 한 달간 시범 판매를 한 결과, 야구장을 찾은 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현재는 상설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부산, 경남 지역 대형 매장에도 상품을 진열하기 위해 유통업체와 협의하고 있고 온라인 쪽으로도 판로를 넓힐 계획입니다. 사투리 상품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입상한 이후, 제게는 꿈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사투리 상품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이뤄진 한글 사투리 상품에 대한 경제적 가치와 가능성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일조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개인적으로 뿌듯함이 크며 사업화로도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의 일들이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도 사투리 상품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지역어를 활용한 많은 사투리 상품들이 나와 소중한 지역어 문화유산이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