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전같지 않고 고문하거나 그러지 않으니 안심이오” DJ비서실장 조승형 변호사
안기부의 조선로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은 149종2,339점에 달하는 물증만큼이나 명백한 간첩사건으로 밝혀졌고, 안기부는 김영삼정부 시절 수사 당시의 변호인접견기록까지 포함시킨 백서를 제작했다. 당시 변호인접견기록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인 임종인, 심규철, 김제완, 박성호, 이원재, 김창균, 이원영, 김진국, 김명한, 최은순, 조승형 변호사 등 11명의 변호사들과의 접견이 기록된 것으로서 구체적 시간, 장소, 대화내용이 그대로 적혀있다. 92년 8월 25일에서 11월 4일까지 신청자 전원에 대해 허용된 총 33회의 변호인 접견기록에서 변호인들은 피의자들에게 조선로동당 중부지역당에 가입해 활동한 사실 여부를 주로 확인하면서 가혹행위 여부에 대해 물었고, 피의자 대부분은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밥에 무슨 약을 타는지 잠을 자고 일어나도 정신이 몽롱하다(이승미)”는 주장과 “오늘은 2시간 동안 벽을 보고 서 있었다(변의숙)”는 등의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변호사접견기록은 피의자 대부분 명백한 물증과 확인된 사실 앞에서 체념하거나 당당한 이념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래는 가혹행위여부에 대한 변호사들의 질문과 이에 대한 피의자들의 대답이 나온 단락과 기타 주요 피의자의 접견기록을 기재한다.
1. 김낙중(58세, 전 민중당 공동대표) -일시·장소 92.9.9 15:30~16:00 안기부 5별관 행정과장실 -변호사 임종인 -접견상황 변호사 : 주요 진술내용은 무엇인가? 김낙중 : 북한공작원 접촉여부, 공작금 210만 달러 및 산삼 등 금품 수수관계, A-3지령수신 및 대북보고상황, 심금섭 포섭 경위 등에 대하여 진술했으며, 신문에 난 내용과 동일하다고 하자. 변호사 : 망연자실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2. 심금섭(64세, 주 청해실업 대표) -일시·장소 92. 9. 8 17:00~18:00 안기부 5별관 행정과장실 -변호사 임종인 -접견상황 변호사 : 밖에서는 안기부가 사건을 조작한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말해 달라 심금섭 : 내가 안기부에 진술한 것은 허위가 없으며 모든 게 사실이다. 예컨대 김낙중을 알게 된 경위, 포섭된 경위, 남파간첩접선경위, 강화도 드보크에서 공작금 150만 달러 발굴상황, 공작금 50만 달러 환전, 김낙중에게 3억 원 제공사실, 팔당드보크에 김낙중과 함께 무전기 권총 매몰사실 등 변호사 : 놀라며 의아스러운 표정 시현하고, 밖에서 듣던 바와 180도 달랐다. 김낙중 씨가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듣고 놀랐다. 북한이 김낙중에게 큰 비중을 둔 이유를 모르겠다.
3. 송혜숙(황인오의 처) -일시·장소 92. 9. 17 12:40~13:05 안기부 5별관 행정과장실 -변호사 심규철 -접견상황 변호사 : 불고지죄에 대해 알고 있는가. 남편 황인오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아는가 송혜숙 : 불고지죄에 대해 알고 있다. 남편이 북한방송을 청취하고 자신을 대남총책이라고 했다. 변호사 : 남편이 북한과 연계된 것을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가 송혜숙 : 90년 7월 이후 남편이 북한과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변호사 : 자금선에 대해 알고 있는가 송혜숙 : 공작금이 왔는데 공작금은 우리가 쓰려고 하는 돈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으로 생활하지 않고 생활비는 우리가 벌어서 써야 한다고 했다. 변호사 : 연행중이나 조사중 가혹행위 강제신문은 없었는가? 송혜숙 : 가혹행위나 강제신문은 없었다. 그러나 애기는 안 떨어지려고 하고 또 애가 없으면 버티기 힘들었다. 수사관한테 부탁해서 애기와 같이 있는 것이니 시아버지께 잘 이해시켜 달라.
4. 전재순(‘민가협’회원, 황인오의 모) -일시·장소 : 92. 9. 22 15:55~16:15 안기부 5별관 행정과장실 -변호사 : 박성호 -접견상황 변호사 : 블법연행이나 가혹행위는 없었는가 전재순 : 추석날·9월 11일 오후 1시경 안기부에 아들 면회하려 왔다가 연행됐다. 육체적 가혹행위는 없었고 간염, 심장병, 대장염, 관절염 등 지병이 있는데도 쉬는 시간도 제대로 안주고 만중당 창당발기인 대회때 만난 할머니에 대해서 계속 묻고 아이들도 그사람 때문에 잡혀 있는 것 같다.
5. 양홍관(동호물산 과장) -일시·장소 : 92. 9. 25 16:15~16:30 안기부 5별관 행정과장실 -변호사 : 김창균 -접견상황 변호사 : 가혹행위는 당하지 않았나 양홍관 : 지금까지는 가혹행위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6. 이철우(영남에어펌프 사원) -일시·장소 : 19:10~19:20 안기부 5별관 행정과장실 -변호사 : 김명한, 최은순 -접견상황 변호사 : 민가협에서 의뢰해서 온 민주변호사 소속 변호사들이다. 이철우 : 고맙다. 변호사 : 언제 잡혔는가요 이철우 : 추석 끝나고 9.14일 잡혔다. 변호사 : 무슨 사건인가 상부선인가 하부선인가 이철우 : 조국통일애국전선이다. 하부선이다. 이 사건으로 총 4명이 들어왔다. 이형두, 최종만, 양홍관, 한경임 등이다. 지금 더 이상 할말은 없으며 구치소에서 이야기하겠다.
7. 이근희(민주당 김대중 총재 ‘국방위’입법보조원) -일시·장소 : 92. 9. 29 12:19~12:45 안기부 5별관 행정과장실 -변호사 : 조승형(민주당 총재 비서실장) -접견상황 피의자는 변호인 조승형을 만나자 바로 “면목없습니다” 라고 하면서 사무실 바닥에 엎드려 큰 절을 한 후 이어 접견이 실시됐다. 변호사 : 고문같은 것은 없었지요 이근희 : 특별히 맞은 것은 없습니다. 황인욱이 만나면서 제가 조치를 잘해야 하는데 친구관계이고 해서… 황인욱이 그런 활동을 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변호사 : 그전같지 않고 고문을 하거나 그러지 않으니 안심이요, 고문이 있든 없든 간에 사실대로 이야기 하고 이번에 압수수색할 때 별다른 것은 없었다고 하던데… 이근희 : 예. 없었습니다. 변호사 : 그전에 안기부하면 무서웠는데 이번에 이 비서가 조사받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로 고마웠다.
8. 우진성(영지교회 전도사)
-일시·장소 92. 9. 17 13:05~13:25 안기부 5별관 행정과장실 -변호사 : 심규철 -접견상황 : 변호사 : 조사과정에서 가혹행위는 없었습니까 우진성 : 잘 대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진술내용 중 북한과 같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조직을 구성했다는 것은 본인의 의사와 다른 외 나머지 진술내용은 그대로 입니다.
9. 신동욱(우유판매업) -일시·장소 92.9.17 14:10~14:35 안기부 5별관 행정과장실 -변호사 : 심규철 -접견상황 : 변호사 : 한민전에 가입했나 신동욱 : 한민전이 노동당인줄 알고 활동했다. 변호사 : 연행중이나 조사 중 가혹행위는 없었는가 신동욱 : 선생님들이, 잘해줘서 불편한 것 없다.
10. 변의숙(무직) -일시·장소 : 92. 9. 18 15:40~16 안기부 5별관 행정과장실 -변호사 : 김제완, 박성호 -접견상황 : 변호사 : 민변입니다. 수사과정상 가혹행위는 없었나요 변의숙 :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지만 진술과정에서 조직보호를 위해 허위진술을 한 적이 있었는데 벌써 여러 조직원의 입을 통해 밝혀진 상태였었고 전혀 하지 않은 일을 자백하라고 강요하기도 했고, 오늘은 2시간 동안 벽을 보고 서 있었습니다. 변호사 : 잠은 충분히 잤나요 변의숙 : 처음 이틀 동안은 전혀 못잤고 그후 시간을 알 수 없으나 조금씩 자게 됐습니다. 변호사 : 식사는 변의숙 : 질은 좋은 편이나 제가 속이 않좋아서 3일 동안 못먹다가 그후 조금씩 먹었습니다.
11. 전달수(학생) -일시·장소 92. 9. 18 15:50~16:15 안기부 5별관 행정과장실 -변호사 : 박성호, 김제완 -접견기록 변호사 : 고문받은 사실이 있는가 전달수 : 고문받은 사실은 없으나 처음 며칠은 하루 3~5시간 가량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
12. 정언영(배성여상 교련교사)
-일시·장소 : 92.9.18 14:22~14:47 안기부 5별관 행정과장실 -변호사 : 박성호, 김제완 -접견기록 변호사 : 조사 중 가혹행위는 없었는가? 정언영 : 조사중 가혹행위는 없었다.
13. 김선태(석탑출판사 사원) -일시·장소 : 92. 9. 18 18:20~18:45 안기부 5별관 행정과장실 -변호사 : 이원재 -접견기록 변호사 : 가혹행위라든가 잠을 안재운다거나 그런 것 없습니까 김선태 : 예 전혀 그런 것은 없습니다. 변호사 : 잠은 충분히 잤어요? 김선태 : 예 장인어른이 충격이 크실건데요. 다시는 안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걱정을 하지 마시라고 전해주십시요.
14. 이영지(무직) -일시·장소 : 92. 9. 22 17:00~17:20 안기부 5별관 행정과장실 -변호사 : 김창균 -접견상황 변호사 : 변호사로부터 도움받고 싶은 것은 이영지 : 변호사의 할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 자신의 주의 사상으로 조직에 가입활동했으며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받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변호사 : 가혹행위 여부 및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이영지 : 가혹행위 여부에 대우는 좋았고 가혹행위는 없었다. 가족들 특히 엄마한테 미안하다.
15. 이승미(한울출판사 편집디자이너) -일시·장소 : 92. 9. 23 16:20~16:35 안기부 5별관 행정과장실 -변호사 : 박성호 -접견상황 변호사 : 가혹행위는 당하지 않았나요 이승미 : 특별한 것은 없고 밥에 무슨 약을 타는지 잠을 자고 일어나도 정신이 몽롱합니다.
16. 김표무(범민련 성남지부 사무국장) -일시·장소 : 92. 9. 23 17:10~17:40 안기부 5별관 행정과장실 -변호사 : 박성호 -접견상황 변호사 : 조사 중 가혹행위는 없었나요? 박성호 :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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