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하고 평화로운 땅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마을에 은실이네 식구가 살고 있다.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금실이 언니, 은실이, 인국이, 홍이까지 살림은 넉넉치 않지만 아무 걱정 없이 다복하게 살아가고 있을 때 전쟁이 일어난다. 곧 미군들이 들이닥쳐 빨리 피난가야 한다며 강제적으로 마을 주민들 모두를 데리고 안전하게 피난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한다. 이때는 미군들이 북한군들에 의해 밀리고 있을 무렵이었고, 대구나 부산까지만 가면 괜찮다면서 정든 고향을 두고 모두 떠나게 된다. 하지만 안전하게 지켜준다는 미군들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갑자기 하늘에는 전투기가 날아와 총알을 쏴대고 그 바람에 피난행렬이 모두 깨져서 가족들이 서로 이별하게 된다. 은실이네도 갑자기 떨어지는 폭탄에 순식간에 금실이 언니와 언니가 업고 있던 홍이, 그리고 인국이를 잃어버리고 만다. 노근리 마을 쌍굴다리에 다다랐을 때, 미군들은 피난민들을 굴다리 속에 몰아놓고 무차별 총격을 가하며 살인만행을 저지른다. 이 억울하고 천인공노할 만한 사건에 주민들은 모두 겁에 질리고 인간 같지 않은 시간을 꼬박 사흘동안 그 속에서 보내게 된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무참히 총격을 가하는 미군들 앞에서 그 더운 날에 쥐죽은 듯이 이불을 덮어쓰고 가만히 있어야 했으며, 물이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고 굴다리속에 고여있는 물에는 핏물이 흥건한데 살아있는 목숨이라도 부지하려고 그 핏물을 마셔야 했고, 시체 썩는 냄새에. 그 시체에서 생겨나는 구더기까지... 그 암흑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노근리 사람들은 반드시 살아서 지금 어이없게 당하고 있는 이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야 한다고 다짐을 한다. 그 와중에도 집안에 남자(씨)는 살아야 한다면서 할머니는 억지로 아버지를 야밤에 몰래 도망가게 한다. 엄마도 결국 총맞아 죽고 은실이는 슬프고 지친상태에서 현실에 눈을 뜨게 된다. 엄마의 죽음에 은실이는 말을 잃어버리고 나중에는 금실이 언니가 집으로 돌아오지만 언니는 미쳐있었다. 갓난쟁이 홍이를 잃어버리고 정신을 놔 버린 것이다. 피난길에서 얼핏 본 죽어있는 인국이의 모습이 제발 사실이 아니길 바랬지만 기어이 인국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미군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 때문에 소중한 가족과 소중한 우리 강토가 짓밟히고 죽어간다.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한 미국의 치떨린 행위들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노근리― 얼마나 울었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역사 속에 묻혀, 우리의 기억속에 잊혀, 지금까지 이 가슴아픈 역사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의 슬프고 치욕스러운 역사를 하나하나 바르게 새겨나가야 할 것이다. 이 일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고민해본다.
책소개 : 황순기(2006.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