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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피싱
나는 낙시를 해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실습선에서는 망중한을 활용하여 퍼서와 선장이 송어낙시를 한다. 덕분에 내 장비없이도 퍼서의 강권으로 그의 낙시대를 활용하여 난생 처음인 낙시를 해볼 수있었다. 이 곳은 물고기가 많아서인지 별도의 미끼를 끼우지 않아도 되어 초보자에게 편하다.
금속제의 가짜 미끼와 후크를 던지면서 릴스토퍼를 해제하면 후크는 멀리 날라간다. 적당한 거리에 이르면 스토퍼를 다시 적용시키고 조금씩 감아주면 가짜 미끼가 끌려오는데 마치 조그만 고기가 헤엄치는 것 같이 보인다.
5분정도 낙시를 하니 송어와 더불어 이 곳에 가장 많은 고기중의 하나인 메기가 미끼를 물었다. 자는 없지만 레터 복사용지의 긴 면과 와 비교하니 더 길다. 그러니 길이가 30센티가 넘는 셈이다. 이 고기는 운이 좋다. 집에 가져가기 어렵고 음식도 제공되기 때문에 사진을 찍고 그냥 방생했기 때문이다. 아래는 내가 선상에서 낙시로 잡은 메기(아래 선장이 잡은 작은 송어도 보인다).
5.6 보팅
아주 오래전 조선소에 근무할 때 사내 동호회에서 소형 모터보트를 몰아본 적이 있다. 그리고 10년전쯤에는 캐나다에 처음 방문하여 몬트리얼산의 호수에서 초등학교에 갖 입학한 준하를 백조보트에 태우고 페달질을 해본적도 있다. 이번에는 동호회비나 이용요금을 내지 않고 업무상 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보게 되었다.
실습 첫 주의 주요 일과가 선체도장이었다. 운항중에는 선체 내부의 하얀색 페인트를 도장하고 정박해있을 때는 외부의 파란색 페인트를 칠하는데 하루는 하부의 도장을 위해 인근 어부의 보트를 빌리고 보답으로 남은 페인트를 줬다. 보트에서 롬메이트는 롤러익스텐션을 활용하여 칠하고 나는 노젓기를 담당했다. 아래는 우리가 빌렸던 소형 보트로 모터로 이동하고 페인트중에는 노를 활용해서 롤러가 가하는 힘만큼을 반대로 작용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5.7 식사
어떤 사람들에게는 여행에서 먹는 것이 보는 것보다 중요하다. 나는 주로 저예산 배낭여행을 하기 때문에 하루 2불의 예산이 전부다보니 라면이나 쌀이 주식이고 단백질 섭취를 위해 콩밥을 만들고 사과로 섬유질을 섭취하고 깍두기를 담가 먹기도 한다.
가끔 예산이 허락하고 고기가 땡기는 경우 수퍼에서 파는 통닭을 먹는 것은 많아야 일주일에 한번하는 특식이 된다. 그런데 실습선에서는 첫 나흘간 피시튀김, 연어, 닭튀김, 비프스테이크, 포크스테이크, 오리고기 등 직접 챙겨먹는 아침을 제외하고 매끼가 특식 수준이다.
다소 채소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냉장고에 있는 과일을 씻어 먹는 수고만 하면 해결되니 거의 크루즈 탑승수준의 식사를 했다. 하지만 고기를 많이 먹게되니 양치시간을 평소보다 훨씬 늘려야 했다. 아래는 점심으로 나온 포크스테이크.
5.8 동료들
6주간 같이 선박을 운항한 동료들은 나를 포함하여 총 5명이다. 첫 멤버중 선장 톰은 60세의 대머리로 희고 긴 수염이 도사를 연상시킨다. 엔지니어 와이만은 65세인데 과묵하고 주어진 업무에 성실하다. 첫 갑판장인 스콧은 45세로 배를 탄지 18년이 되었다고 하며 21살 아들과 18살 딸이 있다고 한다.
첫 퍼서인 제이미는 39세로 8살배기 딸이 있으며 쿡을 겸한다. 식료품구매나 요금수납, 승객현황보고 등 대부분의 일을 처리해 총무역활을 한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동료들이 6주간 일하고 3주 휴가를 가는 바람에 3주차에는 퍼서와 갑판장이 다이랜과 이삭으로 교체되었다. 몸집은 엔지니어를 제외하고 모두 나의 두세배 정도 된다.
다이랜은 두번째 퍼서로 최연소인 23세인데 딸이 있고 아들이 12월에 출산예정이라고 한다. 나보다 한살 많은 이삭은 두번째 갑판장으로 어부를 했었다고 한다. 딸이 30세로 손주도 있고 아들은 다이랜과 나이가 같은데 머리가 하얀것이 외모는 최고령이지만 아직도 힘은 상당히 세다. 두번째 선장은 세실인데 최고령인 67세로 줄담배를 핀다. 아래는 나의 첫 룸메이트인 스콧.
5.9 고래
그림이나 사진으로는 봐왔지만 바다에서 육안으로 직접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개로 브릿지에서 빙산이 접근하는 것을 확인하고 있던중 화이트 베어 암에서 하얗게 파도가 부서지는 발견하고 작은 암초나 빙산같은 것으로 보아 보고하자 위에 많은 갈매기가 선회하는 것은 고래라고 한다.
데크에 나가서 자세히 보니 과연 큰 물고기가 잠시 등을 보여 바로 사진을 촬영할 준비를 했는데5분간 기다려도 다시 나오지 않아 브릿지로 돌아와 고래의 종류를 물어보았다. 이 곳에는 혹등고래와 밍크고래가 많은데 이번은 밍크고래라고 한다. 어떻게 구분하냐고 하니 혹등고래는 우선 크고 잠수할 때 큰 꼬리를 보이기 때문에 바로 구분된다고 한다.
밍크고래는 약 9미터로 10톤정도니 고래치고는 작은 편이다. 하지만 폐가 상당히 커서 2시간까지 잠수가 가능하다고 한다. 주로 플랑크톤과 오징어류 등을 먹으며 한끼에 4톤을 먹는다니 몸무게의 거의 반정도가 식후에 늘어나게 된다. 북대서양에 18만마리가 살며 사람처럼 10개월의 임신을 한다.
그런데 갈매기들이 먹이 때문에 고래주위에 모여든다는 설명은 잘 이해되지 않아 항구에 입항하여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고래가 호흡을 위해 부상하면 갈매기가 그 동안 고래 등의 피부를 집중적으로 쪼아 갈라지게되면 그 틈으로 영양분이 많은 피하지방을 먹기위해 모여든다고 한다.
특히 새끼고래가 주 공격대상인데 피부가 부드럽고 잠수기간이 짧으며 해안 근처에서 헤엄을 치기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새끼 고래의 30%는 이로 인해 폐사한다고 한다. 고래먹이와 갈매기의 먹이가 다르다는 것은 설명이 되지만 조금 안타깝다.
그래도 인간다음으로 지능이 높고 제일 큰 동물이자 바다의 왕인 고래가 조그만 새에게 당한다니… 하기는 코끼리도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조그만 쥐라고 한다. 귀로 들어가면 치명상을 입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한달에 서너번 정도 샤롯타운 인근의 대서양변에서 고래나 돌고래가 숨쉬러 해면에 올라오는 것을 볼 기회는 있었지만 사진으로 찍는 것은 계속 실패했다. 일단 발견은 해도 다음에 언제 어디로 부상할지 모르며 내 스마트폰 카메라는 발견하고 찍기에는 고래의 부상시간에 비해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째 달부터 고래 사진찍는 것은 포기했다. 아래는 위키디피아에서 검색한 밍크고래.
5.10 신선한 새우
샬롯타운항 인근에는 새우가공공장이 있다. 인구가 많지 않은 어촌이고 우리 페리를 모두 이용하기 때문에 주민들과 안면이 있다. 오늘은 정박을 하니 새우하선을 하고 있어서 신선한 새우를 조금 얻을 수 있었다.
도면확인을 하기 위해 서류를 뒤지고 있을 때 룸메이트가 가져온 새우는 껍질만 까서 날로 먹어보았는데 신선해서인지 맛이 좋았다. 그래서 한번 더 얻어서 이번에는 전자레인지로 1분정도 돌려서 익혀먹어보았는데 역시 맛있다. 아래는 회로 먹기전의 새우인데 새우알의 색갈이 어떤지 나는 처음 알게되었다.
5.11 바다낙시
세번째 선장은 생선을 좋아한다. 그런데 낙시철이 지나서 더 이상 항구에서 입질이 없어 바다운항중 승객이 없어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경우 바다낙시를 하곤 했다. 물고기가 지금 같은 여름에는 수심이 낮아서 수온이 비교적 높은 뱅크에 몰려있다고 한다.
유명한 그랜드뱅크에는 대구를 잡기위해 전세계에서온 어선이 조업했고 고래잡이를 위해 서는 레드베이에 전세계에서 포경선이 왔다고 한다. 그래서 해안에 기름과 살을 얻고 남은 고래뼈와 고래잡이 도구 들이 아직도 보존 되있어 최근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됬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도 매튜뱅크와 메인케이프뱅크에서 시도해보았는데 , 비교적 수온이 낮은 메튜뱅크에서는 입질이 없고 메인케이프뱅크에서 복어1마리와 메기3마리를 낙았다. 이곳 사람들은 복어는 독이있는 부분을 조리하지 못해 꼬리만 먹거나 버린다고 하니 첫 수확은 미약하다.
하지만 두번째 시도는 대 성공이다. 나도 선장의 권유로 첫 바다낙시를 하게되었다. 그 결과 점심을 두시가 지나서야 먹게되었지만 복어1마리와 대구5마리를 잡아서 부식향상에 기여했다. 어촌이지만 생선값이 싸지않고 냉동이나 그물태가 아닌 신선한 낙시태로 바로 포를 떠서 당일 요리해먹으므로 맛도 뛰어나다.
포를 뜬 생선 잔여물은 바로 바다에 돌려주었는데 어느 틈인지 갈매기가 모여들어 30여마리가 계속 생선머리를 가지고 다투고 있다. 낙시여부는 음파탐지기로 판단하는데 소나를 가지고 수심만 체크하는 것이 아니고 바다속 고기들이 지나가는 것도볼수 있어 흥미로웠다. 아래는 에코사운드에 보이는 해저와 물고기들의 위치사진.
6. 정리
人生無常의 뜻은 삶은 변한다는 것이다. 도덕경은 “道可道 非常道”로 시작하는데 이 것을 “도를 도라고 하면 이는 도가 아니다”라고 번역되어서 예전에는 잘 번역된 것으로 생각했지만 인터넷 접속이 제한된 배를 타기 때문에 준비한 여러 이북중 관련된 도서들을 읽어보니 “도를 도라고 명칭할 수는 있지만 도는 항상 같지않고 계속 변하므로 (예전의) 도가 (지금의) 도가 아니다”라고 내용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항상 좋은 일이 생기면 나쁜 일도 생기고 반대로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기 때문에 당장 상황이 좋다고 자만할 일도 아니지만 나쁘나고 비관할 것도 아니다. 이번 실습겸 여행이 그랬다. 남들은 다 실습선을 구했는데 실습기간이 시작되고도 구직을 못했고 늦게나마 구한 자리도 오지의 낡은 배였다.
하지만 오지로 온 덕분에 내돈 내고 휴가를 써야 볼 수 있는 몇 년전에 6천불이나 사용해서 갔던 아프리카와 비슷한 분위기의 래브라도를 별도의 비용없이 둘러 볼 수 있었고 작은 배여서 처음 실습을 하면서 감을 익히기에는 더 용이했다. 유일한 단점은 너무 잘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것뿐이었다.
물위에서의 망중한을 위해 이북은 물론 영화도 나름 준비했다. 생각보다는 인터넷을 접속할 기회가 많았지만 전혀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내가 탄 배의 선원은 일주일에 한번 5분에 한해 집에 무료통화가 가능하고 초과하는 부분은 돈을 내야 하는데 위성전화는 비용이 상당하다.
제일 재미있게 읽고 또 같은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내용은 레미제라블이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도 소설은 오랬만에 다시 감명깊게 읽었지만 영화는 생각이하였다. 빅톨위고의 책은 한글판과 영문판으로 읽고 영화도 봤지만 참 제대로 된 작품이다.
망중한중 이 책을 읽을 때가 가장 행복했는데 이 번에 느낀바는 사람은 1차적인 스스로의 즐거움에 그가 가진 한정된 자원을 쓰기보다 2차적으로 타인의 즐거움에 활용하는 것이 더 큰 효용을 준다는 것이다. 미리엘 주교와 그가 교화시킨 장발장의 삶은 타인은 물론 그들 자신에게도 크나큰 행복을 주었다. 그래서 힘든 운항도 승객의 편리를 생각하면서 행복하게 할 수있었다.
현실로 돌아와서 실습회사에서 급여를 주지는 않았지만 현지까지 교통비와 6주간의 숙식, 작업복 등 제반 물품을 제공해주었고 80시간의 조종, 106회의 향해, 214번의 무어링, 갱웨이설치 및 화물상하차, 페인트 등의 실습을 하였고 운항하는 어촌 4곳은 물론 블랑사블롱, 센바브, 그리고 레이크디어를 둘러보았고 거의 매일 빙산을, 그리고 거의 매주 고래구경도 했으며 책 47권을 읽고 영화 6편을 감상했다.
경제적으로는 학교에서 면세로 2천불의 실습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으며 회사에서 핼리팩스까지의 추가 항공을 제공해 주었고 한달분의 월세를 절감하여 결산을 해보니 경비는 없고 장학금과 월세 등 2천500불의 흑자를 내면서 6주간의 래브라도 실습겸 여행을 마쳤다. 5키로의 체중은 덤인데 나는 배만 타면 몸무게가 느는 경향이 있어 육지에서 다이어트를 하는 것과 조화를 이루니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첫댓글 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