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법과 술, 제왕의 도구

질문하는 사람이 말하였다.
“신불해申不害와 공손앙(公孫鞅, 상앙), 이 두 학파의 학설 중에 어느 쪽이 나라에 절실합니까?”
[한비가] 그 말에 대답하여 말하였다.
“이는 잴 수가 없다. 사람은 열흘만 먹지 않아도 죽으며 큰 추위가 매서울 때 옷을 입지 않아도 죽게 된다. 옷과 먹을 것 중 어느 쪽이 사람에게 절실하다고 일컫는다면, 이는 한 가지도 없을 수 없으니 모두 삶을 기르는 물건들이다. 지금 신불해는 술術을 말하고 공손앙은 법法을 일삼고 있다. 술이란 능력에 따라 관직을 주고 명분에 따라 실적을 추궁하며 죽이고 살리는 칼자루를 쥐고 여러 신하들의 능력을 점수 매기는 것이니, 이것은 군주가 잡고 있어야 하는 바이다. 법이란 공포된 법령이 관청에 드러나 있고 형과 벌은 반드시 백성의 마음속에 새겨져 있어서 상은 법을 삼가는 자에게 존재하며 벌은 명령을 어기는 자에게 가해지는 것이니, 이는 신하 된 자가 받들어야 하는 바이다. 군주에게 술이 없으면 윗자리에서 [눈과 귀가] 가려지고, 신하에게 법이 없으면 아래에서 어지럽게 된다. 이 둘은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될 것이므로 모두 제왕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이다.”
*한비자(韓非子, 기원전 280~?, 성은 한韓, 이름은 비非인데, 한비라는 이름을 높여 한비자라 부른다)는 춘추전국시대의 유명한 법가사상가로 그가 지은 책이 ‘한비자’인데, ‘한비자’는 군주론과 제왕학의 고전으로 유명하며 제갈량이 오장원에서 죽으면서 어리석기로 알려진 후주의 유선에게 읽도록 한 책이 ‘한비자’였다고 합니다.
*한비자는 유학자인 순자의 문하에서 이사와 함께 학문을 배웠으나, 이사는 자신의 능력이 한비자만 못하다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고, ‘한비자’가 세상에 나온 뒤 진나라 시황제가 우연히 이 책을 읽고 감동하여 한비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말하여 한비자가 진시황을 만나게 되었는데, 객경 벼슬에 오른 이사는 동문수학한 친구 한비자가 진시황의 총애를 받는 것을 꺼려 그를 모함하여 진시황은 이사의 말을 듣고 한비자를 죽인 후 많이 후회하였다고 전해지고, 한비자는 본래 신하가 군주에게 유세하기 어렵다는 점을 터득하고 난언難言, 세난說難 등 여러 편에서 진언의 방법을 자세하게 말했지만 정작 자신은 죽임을 당하는 화를 피하지 못하였습니다.
*위 내용은 문학박사이신 김원중 교수님이 옮기신 ‘한비자’ 권17 제43편 정법(定法 : 법도를 확정하다) 중 ‘법과 술, 제왕의 도구’를 옮겨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