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년전만 하더라도, 한국 최대 결혼정보회사 선우에는 이혼한
고객은 없었다. 이혼한 사람이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막상 이혼한
사람들도 뿌리깊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고독한 생활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이혼율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급등하면서 이혼 고객들이 선
우 회원의 15%를 차지한다. 다른 결혼정보업체들처럼 선우 역시 대규
모 별도 카테고리를 통해 이혼 회원들을 관리한다.
이웅진(38세) 선우사장은 "한국은 변혁기에 있다"면서 "이혼이 늘고
있으며 아마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
리는 전통적 가치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혼에 대한 급격한 인식변화는 - 결혼과 출산, 동거 등 다른 문제
들에 대한 인식 변화 역시 - 한국이 사회적 변화의 과도기에 있음을
보여준다.
가족제도와 가부장제라는 유교적 가치에 여전히 뿌리를 내리고 있
는 한국은 현재 세계 최고의 초고속인터넷 보급과 최근 좌우의 금기를
깨는 대중문화, 점차 개인적 만족에 초점을 두는 생활 방식 등을 가진
개방적인 서구화사회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한국 사회학자들은 서구와 일본에서 수십년 걸린 사회적 변화가 한
국에서는 몇 년만에 진행되고 있다고 곧잘 지적한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이혼율은 여성들의 지위상승과 더불어 250%
나 급증했다. 하지만 이혼율은 대규모 실업을 양산하고 사회와 가정에
서 남성들의 기본적 지위를 뒤흔들었던 1997년 경제위기 이후 더욱 증
가했다고 통계청 황희봉 부국장이 말했다.
지난 1998년 남편과의 성격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
이혼을 신청했던 이윤정(33세)은 "5년전과 비교할 때 개인적으로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과거엔 사람들이 '네가 어떻게 이혼하니?
너는 절대로 못해"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이젠 '결혼생활이 좋지 못
하다면 꼭 함께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고 언급했다.
해운회사에 다니는 그는 "나는 일도 있고 돈도 있다"면서 "좋은 사
람이 있다면 재혼하고 싶다. 하지만 (다시) 나쁜 상황에 빠지고 싶진
않다"고 덧붙였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율은 1,000명 당 3쌍이었다. 1997년
에는 2쌍이었다.
지난 2001년에는 2.8쌍이었는데 그것은 미국의 4쌍보다는 낮았지만
유럽연합과 일본의 각각 1.8쌍과 2.3쌍보다 높은 수치다.
황 부국장은 "전반적인 이혼 추세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한, 미국보다 낮고 유럽이나 일본보단 높은 결혼비율도 감소세를
보인다. 만혼이 늘고 자녀수는 줄어든다. 지난해 출생률은 여성 1인당
1.17명으로 일본의 1.32명에 비해 크게 낮았다.
더욱이 동거에 대한 인식도 젊은이들 사이에 많이 바뀌고 있다. 비
록 대다수 동거커플이 부모나 동료들에게 숨기고 있긴 하지만.
최근 TV드라마 "옥탑방 고양이"가 동거문제를 다뤄 커다란 인기를
끌었던 데서 보듯, 동거가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아마도 8=70년대 미국과 마찬가지로 금기를 떨
쳐내는 프로그램들로 넘쳐난다.
한국판 "섹스 앤 시티"라 불리는 또 다른 TV프로그램도 30대 세 여
성의 결혼과 불륜에 초점을 맞췄다. 사회비평가들이 이 드라마가 남편
들의 불륜을 말없이 참아내던 시대로부터의 급격한 이탈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장수 프로그램 "사랑과 전쟁"은 4년 전 이혼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드라마로서 시청률 상위 10위안에 항상 들고 있다.
이 프로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스토리를 재구성한 뒤 시청자들에
게 이혼 여부를 묻는다.(시청자들은 80%의 사례들에 대해 이혼해야 한
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성환(46세) 수석PD는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이혼이 급증하면서
사랑과 전쟁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장 PD는 "이혼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공개적으로 결코 논의
되지 않는 문제들을 TV로 가져오려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사랑과 전쟁이 오히려 문제를 부각시켜 이
혼을 조장한다고 비판한다고 장 PD가 전했다.
그러나 이 프로는 사회 변화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사실에 기
반을 둔 프로이긴 하지만 배우들만이 등장할 뿐이기 때문이다.
장 PD는 "실제 부부를 출연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길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엔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이혼사례가 한국이 농업사회에서 도
시 사회로 변모했던 70년부터 처음으로 눈에 띄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
였다고 한국가족관계법률지원센터소장 겸 이혼문제 전문가 곽배희가
지적했다.
더 이상 시집식구들과 함께 살지 않게 된 아파트 거주 부부들이 이
혼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부담이 느끼게 되었다.
곽 소장은 그 동안 여성들을 차별해왔던 이혼관련법도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90년대의 이혼 급증은 여성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직업
을 갖는 여성들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그가 덧붙였다. 곽 소장은
이제는 여성들이 개인적 행복을 추구할 자격이 있다는 인식을 더욱 갖
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이혼은 여성들이 제기하며 성격차가 가
장 자주 거론되는 이혼사유다.
곽 소장은 "남성들은 정치 및 경제적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면서
도 가정은 적어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한국사
회 모든 제도가 변화를 맞고 있다. 아마도 가족이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제도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토목기사 이지용(38세)은 10년 전 결혼
했다. 노스웨스트항공사 승무원인 아내는 결혼 이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쪽을 택했다. 그들 부부는 두 딸을 두었다.
"시작부터 갈등이 있었다. 나는 퇴근하면 집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뜨거운 음식을 준비하는 아내를 원했다. 하지만 아내는 일을 원했다"고
그가 말했다.
부인이 이혼을 요구했다고 그가 설명했다. 그는 부모님과 논의한 뒤
동의했다. 지난해 이혼한 뒤 그는 선우 재혼서비스에 가입했고 이혼한
여성과 약혼했다.
이혼인구가 증가하면서 재혼 기회가 늘고 있다. 여전히 남아 있는
편견 때문에 대부분 이혼을 경험한 사람들로 선택이 제한되긴 하지만.
선우 이 사장은 단기적으로 결혼정보회사들이 대체로 이혼한 사람
들끼리 엮어주는 일을 계속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이 어린 여성
에 집착하는 한국적 풍토에서 32세 이상의 여성들은 현재 선우에서 이
혼남 소개 상대가 되어 있긴 하지만.)
유해옥(44세)은 10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두 자녀를 혼자 키우면서
자신이 재혼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5년 동안 피에리란 결혼정보회사에서 재혼담당자로 일해 온
그녀는 지난해 이혼남과 결혼, 행복하게 살고 있다. 두 자녀는 장성해
서 현재 대학에 다닌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사회가 이혼 여성들을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술
잘 마시는 여자 정도의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
다.
유씨는 "모임에서 행동할 때 각별히 조심한다"면서 "내가 실수를 하
면 사람들이 '그러니까 이혼 당했지'라고 말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토로
했다.
이혼에 대한 공개적 언급은 지금도 여전히 한국인들이 꺼리는 부분
이다. 유씨는 그 말을 하면서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전 남편은 가정에 무책임했다. 그가 변하길 바랬다. 어찌됐듯 아이
들 아버지가 아닌가"라면서.
"사회가 많이 변했다. 과거엔 남자들이 불륜을 저지르거나 가정에
소홀히 해도 우리 어머니들과 할머니들은 그냥 참아냈다. 하지만 지금
여자들은 결코 참으려 하지 않는다"고 그가 덧붙였다.
첫댓글 그렇지.......여자도 이제 자신만의 일을 하는 당당한 인격체인것을 ....무시하니......쯥....이혼이다 뭐다 하는 것도....서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생기는 으흑 안타깝구료
거의다 맞는 말인듯....한국인기자가 쓴 글인 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