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그가 작곡하여 홍당무 이문세의 히트곡으로
최근 여러 가수에 의해 리메이크 되고 있는 이영훈의 광화문 연가
그 언덕밑 정동길에 눈을 덮어쓰지는 않았지만
단풍색 잔잎사귀의 수다 너머로 교회당의 십자탑이 보인다.
프란치스코 회관 2층 교육관
통로까지 가득 메운 뒷켠에 계속되던 촛불집회에 이어
지리산에서 계룡산까지 오체투지로 온몸이 너덜거리는 느낌이 든다는
도법스님과 수경스님, 한신대 김경재 목사님이 나란히 자리해 계셨다.
일본인 단체 관광객에 밀려 줄서 있다가 점저로 먹은 명동칼국수
입에 맞아 욕심 부린 김치 두접시 때문의 갈증인가
재활용 왕컵에 둥글레차 가득채워 앉자 황대권씨('야생초 편지' 저자)의 사회로
법륜스님이 소개되며 즉문즉설이 시작되었다.
앞쪽에 삼십대 중반쯤 됐을까
곱상한 여인네의 첫 질문.
"지옥과 천당 극락세계가 있나요?"
두부를 자르듯 얼음장 같은 대답이 장내를 긴장 시켰다.
"나는 모릅니다.
그것들이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어떻습니까.
극락이나 지옥을 의식하는 일상생활 이라면 연극이지, 그게 어디 정상적인 삶입니까.
삶이 온통 쑈가 될게 뻔하지 않습니까."
의외의 냉엄에 짐짓 찔끔했지만 준비한 질문지를 접수했다.
즉문 1
어느날 문득 깨우침을 얻음이 돈오라면 점수는 무엇이며 우열이 있는지?
즉문 2
창세기 이래 정치와 종교는 온갖 명분과 구실로 민중을 압박하고 탄압 하였다.
더구나 즈음에 종교가 파생시키는 분란과 경제, 정치의 부재하에서
민중의 슬기로운 대처에 가르침을 주신다면?
즉문 3
출가 전 연애경험, 출가 후 유혹이나 이성과의 연정을 느낀 경험은?
즉설 1
몸이 아파 병원엘 갔는데 의사가 진찰을 해보니 운동부족이라
환자에게 적당한 운동을 처방하였다. 이 환자가 평소 축구를 좋아 했다면 축구를
야구를 좋아했다면 야구를 농구, 볼링, 줄넘기등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 되는거 아닌가.
이것이 돈오요 점수다. 뭬에 우열 이랄게 있겠는가 같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즉설 2
자기자리에서 열심히 그리고 차분하게 맡은바를 다하자.
지금은 민중이 들고 날 때가 아니다 위기를 넘긴 다음 마음을 가다듬어
촛불을 들던지 화염병을 들던지 그때 결심을 얻도록 하자.
종교도 중생이 주체요, 나라의 주인도 민중 아닌가.
때가 문제였지 종국엔 백성 이기는 정부와 종교는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질문자와 같은 사람이 있어 혁명보다 어렵다는 개혁이
항상 현재 진행형이 아닌가 싶다 혼자 너무 많은 짐을 지려말고 나눠 지도록 하자.
욕심도 많다 지구를 혼자 지키려 하는가 지구 수비대도 독수리 5형제 였다.
즉설 3
출가전 두세번의 연애를 해봤다.
항상 불편과 불행이 따랐다. 출가하여 나를 구했다고 할까.
스님을 이성으로 보는 여인이 있다면 이는 정신병자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여인에게 무슨 연정을 느낄 수 있겠는가.
대단한 내공의 스님과 즉문즉설이라는
새로운 페러다임의 소통도 나를 환장하게 했지만
불교라는 아티스트의 작품세계를 편하게 감상한 느낌이었다.
한양 발품팔이로 마련한 세 시간! 내 영혼의 진화를 위한 값진 투자였다.
불교에는 실로 다양한 교리와 수준 높은 사상이 있지만
그것이 대상으로 삼는 것은 역시 중생의 마음일 것이고
그것이 목적하는 바가 마음을 깨우쳐 진실된 생활을 영위하는데 있을 것이니
지옥과 극락세계가 있고 없는 논쟁은 부질없음일 것이다.
질문과 답변이 끝나고 호통을 당했던 여인네를 세분스님의 찻자리에 초대 하였고
이 자리에서 김경재 목사께서
"부인! 지금 이곳이 천국입니다."
라고 말하여 폭소를 자아냈다는 후문을 들었다.
묘희원 봉사활동 한답시고 시 건방을 떨지는 않았는지
숫자에 불과하다 하면서도 나이 많음을 핑계하여 볼썽사나운 행동거지는 없었는지
4자리수 회원의 적잖은 까페 마당에서 유별스레 잘난 척하지는 않았는지
절박한 이웃을 나 몰라라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백년도 못살면서 천년의 근심을 품는건 아닌지
분별을 활용 할 줄 아는 예지 또한 해탈의 길이 아닐까
나를 호되게 흔들어 본다.
“간지러웠을까 통유리 이편에서 꽃잠을 자던 아이가 기지개를 켜자
내 엄지발가락 하나가 채 들어갈까 말까한 아이의 보행기 ‘신발’에 봄물이 진다
한때 내 죄가 저리 가벼운 때가 있었다“는
시인 김병호의 싯귀가 반성문처럼 나를 질책한다.
새롭게 꾸려질 운영진과 함께
적게 말하고 많이 들으며 있는 듯 없는 듯 잔잔한 참여를 다짐 해본다.
경황없다 바삐 보낸 한해가 또 한번 나를 정제케 한다.
2010 . 1 . 2 . 양말주인
첫댓글 어제 성도재일 철야 기도를 밤이 하얗게 지새우고 ^^ 내친김에 고산스님 법문까지 듣고 조금전에 들어와 법우님 글을 대합니다.. 눈이 스멀스멀 감기는데..그냥..무조건 ..반가운 마음이 덥썩 들었다면..법우님은 잘 살아낸겁니다. 저만이 아니라 우리 불가사 법우들도 이 같을테니...^.~
도법 수경 법륜... 현재의 내노라는 큰스님들께 질문한다는 것... 결코 간단치 않은 강심장 이십니다^^
*^^*
"지극한 도는 어려움이 없다. 오직 간택(분별)하지 않으면 된다"는 조주선사의 가르침이 생각납니다. 나무 아미타불... ..()..
포행중인 도법 스님을 지리산 옛길에서 뵈었습니다.그저 안부만 물었지 그 보살님 같은 질문은 못 물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