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만 보고 질주하는 세라토 오너 에디터 Y가 타고 쓴 시승기입니다. 친절한 김장원 기자의 코멘터리와 함께 하면 공부가 된답니다.
"우리 대학 가면 살 바짝 빼서 비키니 입고 오픈카 빌려서 바다 가자!"
꿈 많던 고3 시절 친구들과의 대화를 떠올려본다. 그래서 소원성취했냐고? 흠흠… 변명을 하자면 한명의 친구는 멀리 떠나버렸고, 한명은 면허를 땄지만 20km/h 이상으로는 달릴 줄 몰랐고, 또 한 명은 음주생활과 함께 다이어트와 이별을 고했고, 그리고 에디터는 면허도 따고 살도 꽤 뺐지만(당시에는) 놀 줄을 몰랐달까.
그로부터 꼭 10년이 지났다. 촌스럽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이번에 내 생에 처음으로 오픈카를 타봤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승할 시트로엥 DS3 카브리오를 만나러 가는 길. 카브리오, 컨버터블, 오픈카? 뭐 이렇게 이름이 많은 거지? 아무튼, 코너를 돌자마자 수줍게 뚜껑을 열고 있던 DS3는 실물이 훨씬 예쁘더라. 모든 걸 떠나서 디자인 하나만 보고도 내 것으로 삼고 싶은 생김새다. 프랑스에서 왔다더니 과연 남다른 감성이다.
김장원 기자 :
오픈카? 컨버터블? 카브리오? 어디서 한번씩은 다 들어봤는데 뭐가 다른 걸까요? 사실 오픈카, 컨버터블(Convertible), 카브리오(Cabrio), 카브리올레(Cabriolet) 등은 모두 지붕이 열리고 닫히는 쿠페형 자동차를 말합니다. 그중에서 오픈카는 잘못 표현된 콩글리쉬고 컨버터블은 대개 미국식 표현, 카브리올레는 유럽식 표현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브랜드가 선호하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름을 짓기도 합니다. 참고로 시트로엥 DS3 카브리오(Cabrio)는 유럽식 표현인 카브리올레(Cabriolet)를 줄인 표현입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꺅. 시트도 파란 가죽으로 되어 있잖아. 젊어 보이면서도 싸보이진 않는다. 직접 앉아보니 편안하면서 위화감 없이 몸에 착 감기더라. 소형 해치백이니 차가 넓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다른 소형차처럼 답답하거나 목이 움츠러들만큼 좁진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2도어 5인승은 편할 수가 없었다. 일단 오르내리는 게 불편하니 딱 둘이서 타는 게 가장 좋겠다. 앞좌석이 꽤 넉넉한 것에 비하면 뒷좌석은 조금 답답한 편이었다. 게다가 루프가 닫힐 때는 루프에 머리나 목이 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괜시리 자라 목을 하게 됐달까. 이 차는 트렁크 입구가 조금 좁은 편이니 뒷좌석은 그냥 적재공간으로 쓰는 게 낫겠다.
대시보드는 번쩍번쩍한 것이 매끈하게 잘 빠져있었다. 뭐랄까 이태리의 커피머신이 연상되는 고급스러운 매끈함이다. 계기판이나 여러 조작버튼들은 낯선 느낌이 전혀 없었다. 예전에 미니를 한 번 타봤는데 그 땐 뭘 어떻게 만져야 할지 몰라 난감했더랬다. DS3는 내 상식 선에서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한 수준. 계기판의 바늘은 아날로그적인 감성까지 담겨 있다. 에어컨 옆에는 뭔가가 톡 튀어나와 있는데 향수 카트리지란다. 그러니까 에어컨이나 히터를 키면 차량 전체에 향기가 좌악 퍼진다는 얘기. 오호라.
그런데 운전도 할 줄 모르는 H가 옆에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차는 너무 예쁜데, 타고 보니 물 건 둘 데가 없다나? 환경을 사랑하는 여자 코스프레를 하며 일본에서 산 스타벅스 사쿠라 텀블러를 가방에서 꺼낸 그녀가 당황했다. 그 흔한 컵홀더가 없다니! 음료수를 달고 사는 나도 적잖이 당황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유난히 짧은 팔을 가진 H는 안전벨트를 차고 나니 글로브 박스에 손이 닿지 않았던 것. 글로브 박스가 동굴처럼 깊은 것도 그녀에겐 조금 힘들어 보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 센터페시아 밑의 수납공간에 디올 컴팩트가 절묘하게 쏙 들어가더라. 여자들은 자질구레한 짐이 많은 법이다. 천상 여자인 H는 타자마자 이것저것 소품을 늘어놓더니 딜레마에 빠졌다. "예쁜데… 나 물건 어디다 놔?"
반면에 전체적인 디자인이 아기자기하다 보니 시트는 여자들에게 더 안정감을 주는 건 사실이다. 앉을 때의 높이나 느낌이 더할 나위 없이 편했다. 시트를 앞 뒤로 움직일 때도 레버만 잡아당기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부드럽게 스르륵 조절이 가능했다.
김장원 기자:
DS3 카브리오의 인테리어는 동급 소형차에 비해 월등히 고급스러운게 사실입니다. 사실 시트로엥 DS 라인업 모두가 프리미엄을 표방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겠죠. 그래서 트림 소재나 시트 품질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아주 직관적인 버튼 배치 덕분에 조작도 쉽고 빠르죠. 한마디로 시트로엥 DS는 우아하면서도 아주 실용적인 프랑스 감성이 그대로 녹아있다고나 할까요?
날씨도 선선해졌겠다, 뚜껑 활짝 열고 달려볼까? 캔버스로 된 지붕을 한껏 열고 올림픽대로를 내달렸다. 일단 환해서 좋았다. 이 날은 비가 올 듯 말 듯 찌뿌둥한 하늘이라 햇빛이 쨍쨍하진 않았는데 뚜껑을 열어 놓으니 구름 사이로 한 꺼풀 꺾여 내려오는 해가 밝게 비췄다. 뙤약볕이라면 뜨거웠겠지? 달리는 동안에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데 신기하게도 머리카락은 그닥 휘날리지 않더라. 바람에 휘날릴 걸 예상하고 스카프까지 둘러맸는데 생각보다 바람은 얌전했다. 내가 생각했던 그림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다만 귀에서 전해지는 바람 소리는 상당하더라.
촌스러운 나더러 컨버터블을 처음 타 본 느낌을 설명하라고 한다면 내가 떠오르는 건 트럭 뒷좌석 뿐. 매일 뚜껑을 열고 타긴 힘들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DS3의 루프 방식이 덮여 있던 천장의 면이 스르륵 접히는 소프트탑 방식이라 어쩐지 파노라마 선루프와 비슷한 감흥을 가져다줬다는 것. 보기에는 트랜스포머처럼 바디 프레임이 접히는 하드탑이 더 멋지긴 하더란 얘기다. 남들의 지나친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이라면 소프트탑이 낫겠지만 에디터는 여자이기에… 하긴 DS3는 디자인 자체가 독특해서 굳이 뚜껑을 열지 않아도 한 번씩은 다 쳐다 보긴 했다. 점심을 먹으러 간 곳에 주차를 하고나니 나이를 지긋하게 드신 아저씨들도 DS3로 몰려들더라니까.
그보다도 천장이 캔버스로 되어 있으니 비가 오면 샌다던지, 찢어진다던지 하진 않을 지 걱정이 되더라. 마침 에디터가 DS3를 타던 날은 흐릿흐릿했는데 결국 비가 왔다. 얼른 뚜껑을 닫았다. 어둡긴 해도 금세 조용해진 걸 보면 비도 잘 막아주겠거니 싶었다. 당연히 비는 새지 않았다.
김장원 기자:
시트로엥 DS3는 본래 카브리올레 개발 계획조차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트로엥 DS 라인업의 프리미엄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DS3 카브리오’가 탄생하게 된 거죠. 따라서 트렁크 안으로 루프가 접혀 들어가는 방식이 아닌 특유의 캔버스 탑 방식을 채택 했습니다. 덕분에 DS3의 독특한 디자인을 지키면서 차체 강성도 유지하고 컨버터블 못지 않은 개방감도 얻었습니다. 국내에서 출시한 DS3 카브리오는 모델에 따라 깔끔한 블랙 컬러와 상큼한 인피니티 블루 컬러로 나뉩니다. 캔버스 탑은 3층 구조의 캔버스와 차음재를 적용해 소음에도 확실히 효과적이고, 120km/h 이하의 속도에선 자유롭게 열고 닫을 수 있어요. 덕분에 굳이 정차할 필요 없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에도 언제든지 열어 젖힐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독특한 건 주행 방식이었다. 기어 모양은 분명 자동 변속기인데 내 엉덩이에선 자꾸 수동 변속기 특유의 진동이 느껴진다. 기어엔 P-R-N-D 대신 R-N-A가 써있길래 "오~ 프랑스식인가?"이러고 넘겼다. 솔직히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엑셀도 더 깊게 밟아야 속도가 나는 것 같았고 브레이크는 민감해 몸이 꿀렁꿀렁 댔으니까. 에디터는 앞만 보고 달리는 스타일이라 신호대기 후엔 옆 차를 추월해 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DS3는 차근차근 단계대로 변속하다 보니 순간 가속도가 붙는 데 시간이 꽤 걸리더라. 그런데 핸들 옆에 달린 이건 뭘까. 누구 차에서 본 기억은 나는데 뭐에 쓰는 물건이지?
김장원 기자:
시트로엥 DS3 카브리오의 기어가 R-N-A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독특한 EGS 변속기 때문입니다. 이 변속기는 말 그대로 수동 기반의 자동 변속기라서 매우 직관적인 반응이 특징인데요. 사실 수동 변속기에 익숙한 프랑스 스타일이라 이질감이 없진 않아요. 하지만 조금만 친해지면 가속도 잘 하고 연비 주행도 척척 해낼 수 있어요. 참! 스티어링 휠(핸들) 옆에 달린 건 ‘패들 시프트'라는 건데요. 손가락 하나로 수동 변속을 간편하게 하면서 본격적인 스포츠 주행에서도 참 편리한 기능입니다.
중간중간 신호대기를 하고 있노라면 차가 지나치게 조용하고 진동이 없어서 혹시 시동이 꺼진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 시동이 꺼진 게 맞았다. 스탑&스타트 시스템이라고 정차 시에는 시동을 자동으로 끄고 움직이면 다시 주행을 시작하는 시스템. 연비를 좋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란다. 그래서일까. 달리면서 계속 시동을 다시 걸다 보니 예전에 트럭으로 면허를 따던 시절에 느꼈던 불안한 진동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러다 언덕에 잘못 걸리면 시동이 꺼져서 뒤로 밀려내려가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도 했다. 물론 그런 걱정은 기우였지만.
김장원 기자:
스탑&스타트 시스템을 제대로 경험해 보셨네요. 본래 정차 시에 시동을 끄고, 브레이크 페달을 발에서 떼면 다시 시동이 켜진 답니다. DS3에 탑재된 3세대 스탑&스타트 시스템은 i-StARS 불리는 시스템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발전기가…아 너무 어려울 필요 없겠네요. 아무튼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0.4초만에 부드럽게 시동이 걸립니다. 그래서 아마 눈치 채기도 힘들 만큼 빠르고 매끄럽게 주행할 수 있어요. 그리고 언덕에선 뒤로 밀리지 않도록 ‘힐 어시스트’ 기능도 있으니 안심하고 운전만 하면 됩니다.
디젤 차량이기까지 하니 연비는 더 높아지겠지. 근데 가솔린과 디젤이 무슨 차인지 아냐고? 글쎄… 어쨌든 주유소에 갈 때마다 '디젤은 싸서 좋겠다'를 연발했던 기억은 난다.
김장원 기자: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은 연료가 다른 만큼 방식도 다르고 특징도 조금 다릅니다. 가솔린 엔진은 조용히 부드럽게 돌아가고, 디젤 엔진은 연비와 힘이 좋죠. 최근엔 디젤 승용차가 인기가 높은데요. 아무래도 배기량도 작고 연비도 좋아서 자동차 세금 및 차량 유류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DS3 카브리오 역시 배기량이 1.6L 밖에 되질 않아요. 하지만 힘도 야무지고 공인 연비도 19km/l를 자랑합니다.
DS3 카브리오의 가격은 3300~3600만원대. 지붕이 열리는 수입차치고는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오픈카라면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 가격은 수긍할 만 한 가격. 3000만원대 차들 중 뭘 살까 고민하고 있었다면 DS3 카브리오도 후보에 올리기엔 적당한 차다. 색상도 블랙, 그레이, 브라운, 옐로우, 레드, 화이트… 헥헥, 이렇듯 다양하다. 하지만 역시 화이트와 인피니티 블루 캔버스의 조합이 진리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희소성이다. 에디터는 원래 남들이 가진 물건과 내 물건이 겹치는 걸 제일 싫어하는데 이 차를 끌고 다니면 그럴 일은 없겠더군. 게다가 이 디자인은 여자를 겨냥한 게 분명하다. 어쩐지 얼굴도 고양이 상인 것 같고. 주행은 글쎄. 운전을 잘하는 여자가 아닌다면 좀 말리고 싶긴 하네. 남자가 타면 어떨까도 생각해 보니 미니보단 괜찮을 것 같다. 패션을 사랑하는 스타일리시한 남자가 탄다면 거부감이 들 일은 없겠다.
김장원 기자:
늘 운송 수단으로만 생각했던 자동차에게 컨버터블 루프를 선물하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리기 마련입니다. 이 기분은 경험하지 못하면 절대 알 수 없어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컨버터블은 부담스러운 존재로 치부 되는데요. DS3 카브리오는 오픈 에어링의 매력을 부담 없이 입문하기엔 최고의 차 같아요. 무엇보다 기존 해치백 모델과 200만원 밖에 차이가 없으니 이왕이면 멋스런 캔버스 탑으로 해야 하지 않겠어요? 한번 패션카 타기로 했으면 끝을 봐야죠. 암~!
- 촬영협조
더 라스트 드롭(THE LAST DROP) | 경기도 하남시 교산동 2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