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안한 샐러드다
- 강기원
투명한 보울 속에 희고 검고 파랗고 노란, 붉디 붉은 것
들이 봄날의 꽃밭처럼 담겨 있다. 겉도는, 섞이지 않는,
차디찬 것들. 뿌리 뽑힌, 잘게 썰어진, 뜯겨진 후에도 기
죽지 않는 서슬 퍼런 날것들. 정체 불명의 소스 아래 뒤
범벅되어도 각각 제 맛인, 제 멋인, 화해를 모르는 화사
한 것들. 불온했던, 불안했던, 그러나 산뜻했던 내 청
춘 같은 샐러드. 샐러드라는 이름의 매혹적인 불화 한
그릇 입 속으로, 밑 빠진 검은 위장의 그릇 속으로, 생
생히 밀려 들어온다. 나, 언제나 소화불량이다. 그 체
증의 힘으로, 산다, 나는. 여전히, 내내, 붉으락푸르
락 샐러드. 나는 불안한 샐러드다.
-『현대시학』(2012.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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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37년째인 영주문인협회에는 원년 회원도 몇 분 계시고
나머지는 함께 한 이력이 서로 달라 친분의 두께가 차이가 좀 납니다
어제 새봄맞이 윷놀이에서도 이름을 틀리게 적는 자잘한 실수도 나타났으며
윷을 통해 강한 승부욕을 드러내는 당찬 모습에 눈을 크게 떠야 했습니다 ^*^
'샐러드'는 건강식품입니다
살아있는 먹을거리들이 잘 어울려서 삶의 활력을 더해주는 식품이잖아요?
시인은 단지 그 색깔 때문에 붉으락푸르락 하고
소화불량을 일으키고 체증의 힘으로 산다고 하는데 그래서 불안하다는데...
샐러드가 '매혹적인 불화'라는 드러냄에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회원 각자의 독특함이 기존 회원들 사이를 더욱 선명하게 밀당하기 때문이지요
신구의 조화가 단체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것을 확인한 윷놀이 한 판이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