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대기 100명, 다른곳 갔더니 300명”…서울 확진 급증에 검사시스템 마비 직전
하루 7만명… 보건소마다 긴 줄
검사키트 모자라 한때 멈춘 곳도
동선 추적할 역학조사관도 부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75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다를 기록하며 4차 대유행 위기에 놓인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다. 2021.7.8/뉴스1
“그렇게 긴 줄은 처음 봤어요. 정말 큰일이 난 줄 알았어요.”
대학 연구실 인턴으로 일하는 구모 씨(21)는 8일 버스로 출근하면서 서울 관악구청 앞에 수백 명이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전날에도 구청 앞에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구불구불 줄을 서 있었다. 알고 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를 찾은 구민들이었다. 구 씨는 “코로나19 확산이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받고 싶은데 검사소 앞에 수백 명이 있어서 오히려 감염될까 봐 망설여진다”고 했다.
8일 0시 기준 서울시 신규 확진자는 전날보다 33명 줄어든 550명이다. 서울에서만 이틀 연속으로 하루 5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오면서 서울시내 선별검사소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고 있다. 군 복무 중인 진모 씨(25)는 백신 접종을 앞두고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휴가 중 선별검사소를 찾았다가 2시간 넘게 땡볕에서 기다려야 했다. 진 씨는 “집 근처 보건소에 100명 넘게 줄을 서 있어서 다른 검사소로 갔더니 거기엔 최소 300명 정도가 와 있었다. 오전 9시부터 2시간을 기다려 겨우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코로나19 검사 시스템은 ‘마비’ 직전이다. 7일 하루 동안 서울에서만 약 7만6223명이 검사를 받았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확산 이래 가장 많은 인원이다. 이날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선 검사키트가 부족해 검사가 1시간 30분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상 2일치 분량의 검사 키트를 비축하고 있으나 이날은 수요가 갑자기 폭증했다”며 “8일부터는 검사에 차질이 없도록 충분한 키트를 준비했다”고 했다.
서울시는 보건소당 임시 선별검사소를 1곳씩 추가로 설치해 현재 26곳에서 51곳으로 2배가량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확진자의 동선 등을 조사하는 역학조사관도 부족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 소속 역학조사관은 현재 75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각 자치구의 역학조사관은 모두 93명이다. 서울시는 중대본에 역학조사요원 300여 명을 추가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소정 기자, 김윤이 기자, 박창규 기자
정은경 “국민들 단합된 멈춤 절실”… 4단계 가도 확진 감소엔 한달
정부, 수도권 4단계 적용 가닥
전문가 “4차 유행, 더 세고 길것 7월 모임 포기가 유일한 방법”
백신 접종 내달에야 본격 재개…고령층 166만명 아직 접종 못해
확산세 못 꺾으면 병상 부족까지
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 주점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시민이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부분 마스크도 벗은 상태다. 이날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단합된 거리 두기가 간절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박영대 기자
“이번 유행은 더 세고, 더 길 것입니다. 최소한 7월은 만남을 포기하는 게 감염병 유행을 가라앉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많은 1275명의 감염자가 쏟아진 8일. 정부와 전문가들은 ‘인내’와 ‘거리 두기’를 말했다.
1년 반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확산에 국민 피로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소상공인 등 생계 위협에 빠진 국민도 적지 않다. 하지만 다시 늘어나는 코로나19 환자를 줄이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거리 두기 강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도권에 적용할 강력한 거리 두기(4단계+α) 방안을 9일 논의 후 결정할 계획이다.
○ 현실로 다가온 ‘2인 모임’
거리 두기 4단계는 사실상 ‘셧다운(봉쇄)’, ‘통행금지’ 수준의 강력한 조치다. 특히 오후 6시 이후 2명만 만남을 허용하는 사적 모임 제한은 빠르면 10일부터 적용될 수 있다.
이 방안대로라면 수도권 주민들의 일상은 크게 바뀐다. 2학기 전면 등교가 예고됐지만 등교는 다시 원격 수업으로 전환된다. 1인 시위를 제외한 집회, 행사는 금지된다. 유흥시설은 4단계 전환 후에 원칙적으로는 오후 10시까지 문을 열 수 있지만, 방역당국은 이들의 영업을 계속 중단시키는 논의를 하고 있다. 9일 최종 결정이 나온다.
방역당국이 이처럼 빠른 4단계 전환을 검토하는 것은 최근 확산세가 하루도 지체할 수 없을 만큼 급박하기 때문이다. 7월 한 달을 버티는 게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8월 새로이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까지 조금만 더 방역을 강화해 달라”며 “국민들의 ‘단합된 멈춤’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 “셧다운 해도 효과는 3∼4주 후에나”
정부가 4단계까지 방역 수준을 높이더라도 그 효과가 바로 나오는 게 아니다. 3차 유행 당시 정부는 지난해 11월 24일 수도권 방역 수준을 2단계로 높였다. 이후 2주 만인 12월 8일 2.5단계로 올렸다. 잇따라 방역 강도를 높이고서야 12월 25일에 하루 확진자 124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번 확산 역시 비슷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 감소까지 적어도 한 달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이 3차 유행 때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 교수는 “3차 유행 때는 유행 시작 시기에 하루 확진자 수가 140명 정도였지만 이번엔 400∼500명에서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1주일(2∼8일) 국내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901명으로 2주 전 489명과 비교하면 412명(84.3%)이 늘었다. 감염자 1명의 전파력을 뜻하는 감염재생산지수는 1.29(8일 기준)였다. 정부는 만약 이 지수가 3차 유행 때의 1.71까지 오른다면 21일 국내 하루 확진자가 214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 “의료 과부하 막으려면 확진자 줄여야”
7월은 백신 없이 방역으로만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한다. 8월에야 백신 본격 접종이 다시 시작되는 만큼 지금 확산 추세를 꺾거나, 최소한 현상 유지를 하지 못하면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올 수 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진이 방역과 이상반응 처리를 동시에 하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병상 부족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60세 이상 고령층 가운데 166만 명(약 16%)이 아직 백신을 맞지 못했다. 젊은 층에서 시작된 이번 유행이 이들에게 번지면 병상 부족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 7일 전국의 생활치료센터 병상은 2242개(34%)만 남았다. 지난해 12월 31일에는 이보다 많은 57%가 남아 있었다.
김소영 기자, 김소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