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집 앞에는 항상 다른 사람이 서 있다
다른 사람이 기다리다가
너처럼 들어간다
너의 변기에 잠깐 앉아서 잡지를 들춰보고
네 침대에 누워 이불에 깊게 밴 너의 냄새를 맡는다
베개가 너인 줄도 모르고 눈을 감는다
너의 집은 쉽게 다른 사람의 집이 된다
도넛 가게가 된다
동그랗고 달콤한 도넛들이 둥둥 떠다니다가
다른 사람의 입속에 들어가고
너의 침을 꿀꺽 삼킨다
구멍이 너인 줄도 모르고 커피를 홀짝인다
블라인드를 내린다
어둠이 너인 줄도 모르고
다른 사람은 은밀하고 부끄러운 곳에 손을 댄다
정말 근사해진다
네가 다시 태어나는 줄도 모르고
그게 너인 줄도 모르고
아 오늘 햇살이 정말 끝내준다고 말하는 입술
네가 낮과 밤에 대해
살아 있는 것과 죽어가는 것들에 대해
낙관하는 사이
다른 사람이 잠깐 죽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너는 의자를 끌어당기고
온몸에 빛을 한줌 흘려 넣는다
너는 오래 즐겁다 다른 사람처럼
네가 깜빡 잊은 게 있다는 듯이
영원히 잊고 싶다는 듯이
까르르르 흐르르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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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미믹 버스 (이근화)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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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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