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시간에 소개해 드릴 모델은 토요타가 새롭게 선보인 벤자입니다. 벤자는 2008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차로 토요타가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한 크로스오버 모델입니다. 미국을 위해 디자인되고 미국인을 위해 설계되었으며 생산 역시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이루어집니다. 철저하게 미국인 취향에 맞춰진 차인만큼 미국에서는 연간 3만대 이상이 팔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벤자를 수입 판매한다고 합니다.
벤자는 SUV와 세단을 조합한 크로스오버 모델입니다. 벤자는 세단의 편안함과 SUV의 실용성을 취합하되 공간 활용에 제약이 따르는 세단과 타고 내리기가 불편한 SUV의 단점을 개선한 모델로 '올인원'이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설계되었다고 합니다.(토요타는 다양한 차종의 장점을 하나로 집약했다고 거창하게 설명합니다만) 간단히 세단보다는 높고 SUV보다는 낮은 중간 형태의 변종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벤자의 외형 디자인을 담당한 사람은 한국인 디자이너 이정우씨라고 하는군요.
벤자의 디자인 컨셉은 '볼드 앤 다이나믹'이라고 합니다. '대담하면서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뭐 이정도로 이해됩니다. 토요타는 벤자를 일반 크로스오버에서 세단에 더 가까운 크로스오버로 분류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사이즈만 놓고 보면 그리 날렵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습니다. 벤자의 외형 사이즈는 길이 4,800mm, 폭 1,910mm, 높이 1,610mm이며 휠베이스 2,775mm, 공차 무게는 1,920kg(3.5리터 사륜 구동 모델 기준)입니다. 컨셉은 다르지만 BMW GT와 크기를 비교해 보면 길이는 198mm 더 짧고(휠베이스는 BMW GT에 비해 295mm 정도 짧습니다.) 폭은 9mm 넓으며 높이는 51mm 더 높습니다. 판매 가격은 2.7리터 가솔린 전륜 구동 모델이 4,700만원, 3.5리터 상시 사륜 구동 모델이 5,200만원입니다.
유독 일본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은 신차종 디자인을 설명할 때마다 넘처나는 모티브 해설 및 개발 비화들을 나열하여 정신을 사납게 만드는데요, 사실 이건 자신들을 위한 연말 시상식(?) 때나 풀어내기 적당한 내용들이죠. 제조사, 개발자들의 개인 철학이 담긴 내용들은 다 집어치우고 일반 소비자들이 보는 관점(오토기어 시승기 스타일)에서 외형 디자인을 살펴보시겠습니다.
토요타는 벤자를 새로운 장르의 모델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벤자의 외형 디자인은 아주 새롭거나 파격적인 느낌을 주지는 않습니다. 벤자의 외형은 흡사 렉서스의 SUV인 RX를 약간 납작하게 눌러 놓은듯한 실루엣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넓은 라디에이터 그릴 및 세부 디테일의 차이는 분명하지만 기본적인 형태는 RX 시리즈의 차고를 좀 더 낮춰(RX의 제원 4,770mm x 1,885mm x 1,685mm, 휠베이스 2,740mm) SUV보다는 웨건 스타일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을 줍니다.
벤자는 6세대 캠리를 베이스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6세대 캠리 디자인이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역동적인 날개 형상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대표적입니다. 캠리의 경우 4줄 구성이었지만 벤자는 굵은 선을 강조한 3줄 타입으로 변경하고 차체 사이즈에 맞게 좌우 폭을 넓혀 보다 명확한 인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캠리를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캠리의 전고를 높인 정도의 단순한 변형 모델은 아닙니다. 벤자는 BMW GT에 비해 휠베이스가 295mm나 짧습니다만, 실내 공간은 BMW GT보다 좀 더 여유롭습니다. BMW GT와 달리 전륜 구동 기반의 AWD라는 장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엔진 후드 부분이 짧아 승객석이 일반 세단 대비 앞쪽으로 약 300mm 정도 당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휠베이스는 중형 세단에 불과하지만 내부 공간은 대형 세단 못지 않게 넓고 쾌적합니다.
세단에 비해 전고가 높지만 좌우 펜더와 범퍼 하단의 폭을 넓혀 와이드한 느낌을 살렸고 엔진 후드에서 A 필러로 연결되는 선도 SUV보다는 해치백에 더 가까운 형상이며 후면부 역시 웨건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을 줍니다.
세단과 SUV의 장점을 취합했다고는 합니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어중간한 디자인이 벤자의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즉 세단처럼 날렵하지도 않고 SUV처럼 당당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형태의 변종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세부 디테일에서 스포티함과 역동성을 살리기 위해 애썼지만 세단에 비해 두툼하면서 둔택해 보이는 실루엣은 '날렵함'. '다이나믹'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어 보입니다.
세단에 비해 당당해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정통 SUV와 비교하면 해치백 또는 웨건에 가까운 형태로 외형에서 느껴지는 인상적인 느낌 또한 강하지 않습니다. 상반되는 두 개의 컨셉을 취합할 때 얻어지는 장점이 있는가하면 잃는 부분도 있기 마련입니다.
헤드 램프의 모습입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함께 벤자의 외형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ㄱ자 형태의 얇은 LED 데이라이트를 넣어 포인트를 주었으며 아래에서 측면으로 이어지는 날렵한 선이 꽤 인상적입니다.
벤자의 측면부 디자인입니다. 소형 해치백을 준대형 사이즈에 맞게 부풀려 놓은듯한 모습입니다. 세단에 비해 짧은 전면부와 완만한 곡선으로 마무리된 후면부, 두툼한 좌우 펜더 등에서 일반 SUV와는 구별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 브랜드에서는 보기 드문 구성인 20인치 순정휠입니다. 20인치 휠은 실용성과 경제성을 우선시하는 일본 브랜드에서는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운 구성으로 휠 사이즈에 민감한 미국 소비자들을 감안한 부분입니다.
다만 휠디자인이 그리 고급스럽지는 않습니다. 5스포크 타입으로 림과 연결되는 부분에 입체감을 살렸으나 구성력 있어보이지는 않습니다. 순정휠 디자인을 잘하는 브랜드의 경우 원래의 사이즈보다 커보이게 하는 재주를 부리는가하면 큰 사이즈의 휠을 넣고도 한 단계 작은 사이즈처럼 보이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아쉽게도 벤자는 후자의 경우에 해당합니다.
후면부의 디자인입니다. 해치 도어 구조의 후면부는 SUV를 약간 납작하게 눌러놓은 형태로 특별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기하학적 형태의 테일램프와 역삼각형 엣지 부분이 시각적인 포인트가 되기는 합니다만 세단과 SUV의 중간 형태인 크로스오버에서 기대되는 수준 이상의 개성을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화살표 모양의 역동적인 테일램프입니다. 얇고 날카로운 느낌의 헤드 램프와 잘 어울리는 형태로 현대적인 느낌을 잘 표현했다고 보여집니다.
머플러팁은 타원형으로 좌우 듀얼 구성으로 평범합니다. 역동적인 테일 램프 디자인에 맞는 좀 더 파격적인 구성이 아쉽군요.
사이드 미러의 모습입니다. 렉서스 모델에 사용되는 형태를 약간 변형한 디자인으로 외형과 무난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이드 리피터를 포함하고 있으며 스마트키를 소지한 상태에서 다가가면 사이드미러 하단의 조명이 자동 점등됩니다.
내부 인테리어를 살펴보겠습니다. 벤자의 내부 역시 효율성과 편리함에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특별히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캠리나 라브4보다는 좋은 질감을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5,200만원에 걸맞는 수준은 아닙니다.
센터페시아는 식스티식스티 컨셉으로 디자인되었다고 합니다. 즉 운전석 공간과 동승석 공간의 각도를 60도로 겹쳐지게 설계(모니터 상단으로는 운전석을 기준, 데시보드 하단으로는 동승석을 기준으로 곡선이 겹쳐지는 형태)하여 두 좌석이 단절된 느낌 없이 센터페시아 장치들을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했다고 토요타는 설명합니다.
식스티식스티 컨셉이라는 설명을 듣고나니 그런가보다 싶지만, 언뜻 보기에는 일반 T자형 센터페시아 구조와 크게 다를바는 없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패널 각도를 높여 변속기 노브 포지션이 상단으로 이동되어 있고 에어컨디셔너 패널부의 위치나 형태가 독특하며 1열 좌석 사이의 콘솔 박스 부분이 후륜 구동 기반의 AWD 모델처럼 구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센터페시아 패널부의 모습입니다. 세단을 베이스로 한 크로스오버로서는 독특한 배치입니다만, 세단과 미니밴의 센터페시아의 장점을 적절히 섞은 형태로 보시면 됩니다. 상단에는 6세대 캠리의 작은 디지털 시계를 확대하여 트립 컴퓨터 창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그 밑으로 모니터와 에어컨디셔너 통풍구가 배치됩니다. 모니터 아래로는 작은 사각형 타입의 에어컨디셔너 조작 패널과 변속기 노브가 배치되며 그 옆으로 열선 시트 조작 다이얼, 스마트폰 거치대가 위치합니다.
네비게이션을 포함한 7인치 AV 모니터가 기본 탑재되어 있습니다. 토요타의 AV 유닛은 슬라이딩 방식으로 광학 미디어 슬롯은 패널 안쪽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네비게이션은 자체 전자지도 대신 국내 에프터마켓용(아틀란맵) 제품을 사용합니다. 수입차의 경우 자체 전자지도를 사용해도 문제, 에프터마켓용 네비게이션을 사용해도 문제입니다.
자체 제작한 전자지도의 경우 너무 부실한 데이터와 국내 실정을 반영하지 않은 불편한 인터페이스가 문제이고 에프터마켓용 네비게이션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따로 논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10%에 불과한 점유율을 나눠 먹는 국내 수입차 시장의 열악한 환경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국내 소비자들의 욕구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수입차 브랜드의 안이한 행태'가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를 키우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입니다.(장기적 안목을 갖지 못하고 투입된 비용을 당장 거두어 들이는데 급급하다면 '보따리 장사꾼'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오디오는 13개 스피커를 탑재한 JBL시스템이 기본 제공됩니다. 오디오 성능은 일반 소비자 기준에서 충분히 만족할만한 성능을 낸다고 보여집니다. 최대 출력, 우퍼 음압, 해상력 등에서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스티어링휠의 모습입니다. 3스포크 타입으로 하단에 실버 트림을 넣어 포인트를 주었으며 적당한 그립감을 제공합니다. 좌우 스포크에 십자키를 포함한 두 개의 리모트 버튼부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틸트, 텔레스코픽은 수동 방식으로 조절되는데요, 차 가격대를 감안하면 불만스러운 부분입니다.
리모트 버튼 구성이 그리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좌측 버튼은 십자키를 네 개의 버튼이 빼곡하게 두르고 있는 반면 우측 버튼은 십자키 네 방향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복잡해 보이는 좌측 버튼부도 실제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은 몇 가지 되지 않습니다. 좀 더 효율적이면서 단순한 구성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스티어링휠 좌측 하단에 배치되어 있는 버튼부입니다. 사이드 미러 조작부가 이곳에 위치하는데요, 운전석에 정자세로 앉은 상태에서 사이드 미러 조작 버튼을 조작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사이드 미러는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는 자세를 기준으로 각도를 맞출 수 있어야 하는데, 벤자의 경우 시트 포지션에 맞춰 정자세로 앉은 상태에서 사이드 미러 조작 버튼부를 편하게 작동하기에는 거리가 다소 멀게 느껴졌습니다. 몸을 약간 앞으로 숙여야 버튼 조작이 수월해지는데요, 팔길이가 긴 미국인 기준에 맞는 배치인지는 몰라도 국내 소비자들 기준으로는 개선을 필요로 하는 부분입니다.
버튼부 아래로 작은 수납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수납함 옆쪽으로 동전을 넣을 수 있는 세 개의 홈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미국 시장을 위한 모델 답게 동전 규격 역시 5센트(nickel), 25센트(Quarter), 10센트(DIme) 크기를 기준으로 합니다.
계기판 구성입니다. 중앙의 속도계를 중심으로 좌측에는 엔진 회전수 게이지, 우측에는 연료 잔량, 온도계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하단의 작은 LCD 창에는 누적, 트립 정보만 간단하게 표시됩니다. 단순한 형태라 시인성은 좋습니다만, 첨단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구성입니다. 게이지 디자인도 보급형 모델에 어울리는 수준이고 정보 표시 면에서도 만족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트립 컴퓨터의 세부 정보는 데시보드 상단의 서브 LCD에 표시됩니다. 서브 LCD의 위치가 주행중에도 시야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 편리하기는 합니다만, 굳이 계기판에 넣어도 될 정보를 이원화하여 정보 검색 과정을 번거롭게 한 이유를 모르겠군요.
센터페시아 패널부 가운데 요긴한 장치가 하나 보입니다. 바로 스마트폰 거치대입니다. 커버를 열면 스마트폰을 잡아주는 푸싱 타입의 고정 장치가 보이며 이 부분에 스마트폰을 끼워 넣으면 위와 같이 안정적인 스마트폰 거치대로 활용됩니다. 최근 스마트폰은 전화 기능 외에도 네비게이션, 오디오 소스 재생기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거치대를 구입하여 설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를 감안하여 스마트폰을 깔끔하고 안정적으로 거치할 수 있는 장치를 내부에 배치했다는 점은 좋은 시도라 하겠습니다.
그 아래로는 두 개의 컵홀더와 지갑과 같은 얇은 소지품을 거치할 수 있는 작은 수납함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전륜 구동 기반의 AWD 모델이면서 1열 콘솔 박스 부분을 후륜 구동 기반의 AWD 모델처럼 높여 놓았기 때문에 공간 활용을 잘못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만, 실상은 다릅니다. 벤자의 실내 구성의 묘미는 동급 모델 가운데 가장 넓은 수납 공간을 실내에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센터 콘솔 박스 전면을 열면 사진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크고 깊은 수납 공간(4.5리터)이 나옵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암레스트 안쪽 수납 공간은 3.5리터 크기이고 그 아래로는 5.7리터에 해당하는 넓고 깊은 수납함이 추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콘솔 박스 커버를 덮어 놓으면 후륜 구동 기반의 AWD 실내처럼 운전자를 아늑하게 감싸주지만 커버를 열면 승합차 못지 않은 공간 활용성을 제공해주는데요, 벤자의 실내 구성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실내등과 선루프 조작 버튼, 선그래스 수납함의 모습입니다. 실용성을 강조한 구성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기 때문에 일본 내수 시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파노라마 선루프도 기본 장착되어 있습니다. 2열 선루프를 넓힌 형태로 가로대가 두껍고 1열 선루프가 일반 선루프보다 좁은게 흠입니다만 2열 시트에 앉았을 때 시원한 개방감을 제공합니다.
1열 시트는 두 좌석 모두 전동 방식(운전석 8웨이, 동승석 4웨이)이며 넉넉한 사이즈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시트 디자인이나 질감이 아주 훌륭하지는 않습니다만 적당한 쿠션감과 지지력을 갖추고 있어 장시간 운전시 불편한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의외로 시트 포지션은 높은 편입니다. 좌석을 최대한 낮춰도 헤드룸이 넉넉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시승자의 앉은키가 큰 탓일수도..)
2열 시트 구성입니다. 보기에도 넉넉한 공간입니다. 6:4 비율로 폴딩되며 각도 조절도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운전석을 시승자의 포지션(181cm, 86kg)에 맞춰 놓은 상태에서 2열 시트에 앉아보았습니다. 6세대 캠리를 베이스로 설계되어 있습니다만 2열 시트 공간은 캠리에 비해 한단계 넓고 쾌적합니다. 이는 A 필러가 시작되는 부분이 세단보다 앞 부분에 위치하여 실내 공간 활용성을 높였기 때문입니다. 벤자의 휠베이스가 중형차 수준이지만 실재 실내 공간은 대형 세단과 비슷한 수준을 제공하는 비결입니다. 벤자의 2열 시트는 성인 남성 3인이 장시간 탑승해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넉넉한 공간을 제공합니다. 암레스트 구성을 비롯하여 2열 탑승자를 위한 기능적인 배려(에어컨디셔너 통풍구만 제공)는 부족합니다.
도어 안쪽의 마감입니다. 고급스러움보다는 편안하면서 실용적인 구성입니다.
트렁크 활용도 역시 훌륭합니다. 기본 트렁크 공간도 넓은 편이지만 2열 시트를 폴딩하면 중형 냉장고도 넣을 수 있을만큼 넓은 공간이 확보됩니다.
트렁크 벽면에 2열 시트를 접을 수 있는 레버를 배치하였습니다. 이 레버를 당기면 2열 시트가 앞으로 접힙니다. 반자동 방식으로 펼 때는 손으로 올려야 합니다.
트렁크 바닥 안쪽에는 간이 형태의 예비 타이어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외형 디자인과 인테리어 구성을 살펴보았으니
성능 부분을 점검해볼 차례입니다. 국내 정식 출시된 벤자는 2.7리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전륜 구동 모델과 3.5리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상시 사륜 구동 모델 2종입니다. 시승차는 3.5리터 V6 DOHC 24 밸브 듀얼 VVT-i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최고 272마력을 6,200rpm에서 발휘하고 최대 35.1kgm 토크를 4,700rpm에서 냅니다.
일단 경쟁사들의 최신 3.5리터 가솔린 엔진들이 300마력을 넘기고 있는 시점에서 벤자의 엔진 출력은 평범한 수준에 해당합니다. 그렇다고 연비가 좋은 것도 아닙니다. 벤자의 공인 연비는 8.5km/l(고속도로 10.3, 도심 7.5)로 3.5리터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최신 모델 가운데서는 하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동력 성능은 빠르게 치고나가는 역동성보다는 편안하면서 부드러운 특성에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초반 응답성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영역에서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가용 영역에서 출력을 최대한 쉽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캠리 특유의 느낌과 비슷한 셋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넉넉한 배기량과 부족하지 않은 출력을 바탕으로 리미트가 걸려 있는 180km/h(GPS 기준)까지 막힘 없이 꾸준하게 속도를 높여줍니다. 등을 떠미는듯한 힘찬 움직임은 아니지만 출력 부족으로 답답한 느낌도 주지 않는, 토요타 특유의 '적당함'이 느껴지는 성능이라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벤자의 속도 제한 패턴은 다소 독특한데요, 속도 제한에 걸리면 연료가 차단되면서 제한 속도로 유지되는 패턴과 달리 잠시 주춤거리면서 속도가 떨어졌다가 다시 탄력을 받는 식으로 셋팅되어 있습니다.
벤자에는 수동 모드를 지원(6000rpm 부근에서 강제 변속)하는 6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저단에서 간헐적인 변속 충격이 감지되기는 하였습니다만 전반적으로 무난한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서스펜션은 6세대 캠리와 마찬가지로 전륜에 맥퍼슨 스트릿, 후륜에 듀얼 링크 스트럿 방식을 사용합니다. 세단에 비해 댐핑 스트로크가 길고 댐퍼 압력이 부드럽게 셋팅되어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안락하고 편안한 승차감이 느껴집니다. 승차감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단단한 하체 특성은 약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속 코너링, 급 차선 변경시 부드러운 하체 특성에 맞는 롤과 쏠림이 여지 없이 발생합니다.
간혹 '부드럽고 안락한 승차감을 갖추고 있지만 고속에서 급격한 스티어링 조작에도 단단함을 유지하는 하체 성능이 일품이다'라는 해괴한 평가들이 눈에 띄기도 하는데요, 이런 서스펜션은 현재의 기술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상적인 시내 주행시 적당한 답력으로 안정감을 주면서 부드럽고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만 편안함과 과격한 주행을 받아내는 탄탄한 하체 성능은 아직까지 동거(?)가 허락되지 않습니다.
핸들링 역시 날카로움과는 거리가 먼 셋팅으로 편안한 조작감을 특징으로 합니다. 시승차의 경우 상시 사륜 구동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는데요, 액티브토크컨트롤 시스템이 적용된 상시 사륜 구동 장치는 도로 상황에 따라 전륜과 후륜이 최적의 토크를 자동 배분, 보다 안정감 있는 주행을 가능케 한다고 도요타는 설명합니다.
고속 주행시 안정감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베이스 모델인 캠리의 경우 150km/h를 넘기면서 다소 뜨는듯한 느낌을 주었으며 180km/h 정도의 속도에서 급제동을 걸면 차체가 좌우로 불안하게 흔들리면서 콘트롤을 상실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벤자는 제한 속도인 180km/h에서도 차체가 뜨는듯한 불안감을 주지 않고 노면을 따라 편안한 크루징이 가능하였습니다. 빠른 속도로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미국 시장 특성에 맞춘 모델임이 실감되는 부분입니다.
실제 연비는 어떨까요? 시승 기간동안 약 530km 정도의 거리를 주행하였고 오토기어 시승 매뉴얼에 따라 시내, 시외 5:5 비율로 시승이 이루어졌습니다. 3번의 제로백 테스트, 3번의 최고속 테스트를 비롯하여 특별히 연비 주행 없이 편안한 상태에서 주행해본 결과 트립 컴퓨터상에 표시되는 누적 연비는 6.8km/l 정도를 표시했고 실제 소비된 연료를 기준으로 보면 리터당 6km 내외를 나타냈습니다. 시승 환경보다 편하게 이루어지는 일반 운전자를 기준으로 보면 리터당 7km 내외의 실연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중량 대비 출력, 배기량 등을 감안해 볼 때 그리 만족스러운 수치는 못됩니다.
제동 성능 부분에서는 별다른 불만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페달 응답력이 반템포 늦는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을 제외하면 제동 유지력을 비롯하여 급그레이크시 좌우 밸런스, 밀림 현상 등에서 무난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총평
대형 세단처럼 편안하면서 가솔린 엔진의 장점인 정숙함과 부드러움을 한껏 느낄 수 있고 적당히 고급스러운 실내와 다양한 편의 장치, SUV가 부럽지 않은 공간 활용도 및 고속 주행시 높은 안정감 등을 두루 갖춘 벤자는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으면서 크로스오버 특유의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갖춘 차입니다.하지만 문제는 연비와 애매한 가격 조건입니다. 벤자는 좋은 승차감과 우수한 고속 안정성, 편안한 조작감을 특징으로 하는 GT 성향의 중형 사이즈로 근거리를 이동 목적보다는 장거리를 편하게 이동하는 용도에 더 적합합니다. 하지만 장거리 이동 목적으로 구입할 경우 유지비 부분이 걸림돌이 될만한데요, 시승 기준 6km대를 기록하였으며 실사용 기준 7km/l 내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벤자의 연비는 최근 리터당 15km 내외의 고효율 디젤 엔진 탑재 모델 대비 연비 경쟁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V8 기통 이상의 고출력 대비기량 엔진을 탑재한 최고급형 모델들에서도 '연비'가 화두인 요즘 어중간한 출력의 3.5리터급 중형 모델에서 리터당 7km 내외의 연비는 애매한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연비를 포기할만큼 벤자의 브랜드 밸류가 높은 것도 아니고 몇 가지 특징만 보고 선택을 할만큼 개성 강한 모델도 아닌만큼 시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동력계 및 떨어지는 연비 효율은 국내 시장에서 벤자의 전망을 어둡게 합니다. 편안하고 조용한 벤자의 특징을 더욱 부각시키면서 연비 효율까지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국내에 들여왔다면 기대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았을까 싶군요.
5,200만원에 달하는 가격도 벤자의 국내 매출 전망을 어둡게 합니다. 렉서스와 달리 편안하면서 실용적인 컨셉에 관심을 나타내는 토요타의 가망 고객들 중에서 프리미엄 세단에 근접한 가격대를 감수하면서 벤자를 구입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넓은 차체 공간과 높은 활용도가 필요하다면 더 저렴한 가격의 시에나가 눈에 들어올테고 편안하면서 실용적인 컨셉이라면 곧 페이스 리프트를 앞두고 있는 라브4가 더 현실적으로 보일테니 말입니다.
브랜드 특성상 프리미엄 효과를 누리기도 어렵고 확실한 개성으로 유니크한 매력을 주는 차도 아닌데다 연비 압박도 큰 CUV 형태의 벤자는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가격 대비 애매한 모델'에 해당합니다. 개선해야 할 부분
연비 문제는 총평에서 다루었으니 생략하고, 사이드 미러 조작 버튼을 도어 윈도우 조작 패널에 배치하지 않고 유럽차의 등화 장치 다이얼 부분에 넣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이드 미러는 운전 자세를 기준으로 각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벤자의 사이드 미러 조작 버튼은 팔이 길지 않은 사람의 경우 상체를 어느 정도 숙이거나 좌석으로 앞으로 당겨야 닿을 수 있는 요상한 위치입니다. 신장이 작은 사람(리치도 정비례하죠)은 사이드 미러 조절 과정이 꽤나 불편한데요, 미국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라 긴 리치의 미국인들을 염두해두고 설계한 결과일까요?
십자키에 위아래로 버튼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어 뭔가 많은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만, 실상은 몇 가지 안되는 기능들을 하나하나 펼쳐 놓은 구조인지라 보기에도 어지럽고 효율성도 떨어집니다. 특히 우측에 비해 좌측은 십자키 네 방향도 채우지 못할 정도로 단순해서 좌우 밸런스 역시 맞지 않습니다. 스티어링휠의 리모트 콘트롤 버튼을 좀 더 조작하기 편하고 밀도 있게 다듬었으면 합니다.
무게감 없고 싼티나는 디자인의 스마트키도 불만입니다. 자동차 키는 시동을 거는 목적 외에도 해당 브랜드의 차를 소유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표식인만큼 보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이 적용되었으면 합니다.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는 차일까?
자녀를 2명 이상 둔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가장들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만한 모델입니다. 평소 가족들과 함께 차를 이용하면서 장거리 이동 빈도가 높고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과 진동에 민감한 분이라면 토요타 벤자가 적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연비가 좋지 않은만큼 유류비에 민감하지 않은 분들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