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월드컵 유치 결정이 9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국제축구연맹·FIFA부회장)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투표를 전후해 현지에 직접 가서 지원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정 전 대표는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들이 조금만 더 성원해주면 2022년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며 "FIFA 실사단 조사와 유치위원회 계획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현재 미국 과 아시아 네 나라(한국, 일본 , 카타르 , 호주 ) 간의 대결 구도"라면서도 "(우리가) 선정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2002년 월드컵의 성공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그해 대선에서 강력한 후보로 부상한 적이 있다. 이런 기억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 전 대표가 이번 월드컵 유치를 통해 다시 한 번 '꿈'을 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이런 시선에 대해 "(제가) 월드컵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개인 플레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런 얘기가 나온다는 자체가 우리 정치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이번 월드컵 유치에는 이 대통령과 정 전 대표를 중심으로 복잡한 국내 정치적 관계가 얽혀 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호주와 일본 등 경쟁국 정상들이 현지로 가는 사실을 들며 "이 대통령께서 적극적으로 (현지 지원을) 검토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국가원수가 나서는 것이 꼭 도움이 된다는 법이 없으며, 예산안 처리와 내년도 업무보고 등 할 일도 많다"고 했다. 청와대로선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작년 오바마 미 대통령이 각각 동·하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직접 나섰다가 패배한 뒤 정치적으로 입은 타격도 신경이 쓰인다. 청와대 일부 참모는 "정 전 대표가 실패할 때의 부담을 대통령에게 전가하기 위해 동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경우 정 전 대표와 경쟁 관계에 있는 차기(次期) 후보들 진영에선 '불공정' '특정인 밀어주기' 시비가 일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에는 "국가적 대사(大事)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비난이 신경 쓰인다. 이런 점들 때문에 지금까지 이 대통령은 유치 관련 활동을 해오면서도 모두 비공개로 진행했다. 정 전 대표와 경쟁 관계에 있는 여권의 차기 후보들이나 야당 역시 이 대통령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월드컵 개최지는 내달 2일 스위스 취리히 에서 24명 FIFA 집행위원 중 '뇌물 파문'으로 자격정지를 당한 2명을 뺀 22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경쟁국들은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 간 나오토 일본 총리,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 등이 현지에서 유치 활동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