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레네 사람 시몬과 그의 아내
신약시대 경건한 유대인들은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일 년에 한차례는 예루살렘을 방문하였습니다.
유월절 기간에 속죄 제물로 자신을 내어주시려고 예루살렘에 올라 가셨던 예수님은
여론에 이끌려 십자가를 지시고 영문 밖의 길을 힘없이 한 발자욱 두 발자욱 옮기셔야 했었습니다.
머리에는 가시관, 몸에는 피로 얼룩진 붉은 옷을 걸치신 예수님은 군병들의 조롱과 희롱속에
십자가에 못 박히려고 끌려 나가시다가 만나게 된 사람이 구레네 사람 시몬입니다.
신약성경은 흥미로운 증언을 하고 있는데 3년 동안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제자로 수행했던
베드로와 그의 동료들은 스승이 가장 고통스럽고 힘겨운 자리를 이탈했다는 사실입니다.
"옥에도 죽는데도 함께 하겠다"며 큰 소리 뻥뻥 치던 배짱과 호기는 눈 녹듯 사라지고
일신의 보전만을 꾀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성경은 여과없이 전해주고 있음에서
신앙과 삶은 호언이나 장담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장 괴롭고 고단한 순간에 주님의 십자가를 얼떨결에 지게 된 이를 마가는 이렇게 증언합니다.
21. 마침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인 구레네 사람 시몬이 시골로부터 와서 지나가는데
그들이 그를 억지로 같이 가게 하여 예수의 십자가를 지우고
22.예수를 끌고 골고다라 하는 곳(번역하면 해골의 곳)에 이르러
구레네는 북아프리카의 이집트 서쪽에 있는 섬으로 된 지역으로서 구레나이가의 수도라 합니다.
흩어진 유대인들이 이곳에도 살았기에 시몬 역시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을 방문했다가
억지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는 날벼락을 맞았던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성경에는 더 이상 구레네 시몬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고 골고다까지 갔던 시몬에 대한 성경 기록은 더 이상 나오지 않지만,
골고다 언덕 위에서 그가 경험했던 특별하고도 생경한 체험이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연이었고
나아가 필연이 되었습니다.
마가복음은 시몬을 소개하며 루포의 아버지 구레네 사람 시몬이라 합니다.
그런데 구레네 시몬이 이후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했을 개연성이 높음을 추정하게 해 주는
사도 바울의 표현이 로마서 16장에 등장합니다.
주 안에서 택하심을 입은 루포와 그의 어머니에게 문안하라 그의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니라 (롬16;13)
아쉽게도 루포와 그의 어머니 곧 시몬의 아내가 어떻게 복음을 받아들였고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는가를
성경은 더 이상 소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추정을 할 수 있는 근거는, 사도행전에 안디옥 교회 설립의 주역들 가운데
구레네 사람 루기오가 있었고, 또 헬라인들에게 주 예수를 전파했던 이들 중에는
구레네 사람들이 존재했다는 점입니다.(행11:19-20)
사도 바울로 하여금 어머니의 정을 느끼도록 해 주었던 여인, 섬김과 희생을 온 몸으로 보여주었던 여성이
루포의 어머니였고, 루포의 아버지는 구레네 사람 시몬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생각하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맺게 되는 인연의 소중함을 음미하게 해 줍니다.
“인연의 씨앗은 하늘이 만들어 주지만 이 씨앗을 잘 키워서 뿌리내리게 하는 것은
온전히 사람에게 달려 있다.”헤르만 헤세의 말이라 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십자가를 대신 졌지만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어 가족 구원의 길로 승화시키고,
사도 바울과의 특별한 연으로 성경 기록에 등장되는 루포의 부모들에 대한 말씀을 묵상하며,
삶의 순간순간을 아름답게 물들여 가야 하는 몫은 오롯이 나 자신임을 재인식하게 합니다.
“이 시대는 악합니다. 그러니 여러분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리십시오.”
(엡5:16, 공동번역)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