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편과 나는 서울로 간다.
딸로부터 오실 수 있냐는 부탁이 있었기에 가는 것이다...
딸네는 12월 중에 경기도 가평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제주도 속초 등 다른 후보지들도 있었으나 가평으로 결정한 거지.
가평으로 결정한 큰 이유는 경기도 다른 지역에 비해 전세값이 싸기 때문일 것이다.
이젠 교회 사택이 아니라 자신들이 스스로 집을 얻어야 했다.
포항에 있는 동안 딸은 많지 않았던 남편 봉급을 무척 아끼고
기회가 되는 대로 일을 해서 종자돈을 꽤(?) 모았다.
몇 권의 번역, 대구 외삼촌 학원에 파트타임 강사로, 과외, 식당에 나가 써빙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살림을 규모있게 정갈하게 하였고 자녀 양육에 노력을 많이 하였다.
또 교회에서 부목사 사모로서 해야할 일을 충실하게 잘 해서 성도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었다.
딸이 이렇게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물론 자신의 노력이 컸지만
친정부모가 곁에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과 내가 어린애를 많이 봐주었고 종종 음식을 해주고 정신적으로도 힘이 되었을 것이다.
딸도 친정부모를 위해 애쓴 것이 많았었지.
우리 부부도 이래저래 딸 덕을 많이 보며 살았었다.
이러나 저러나 그런 건 다 지나간 얘기가 되었고, 이제 딸과 사위는 교회에서 나와 새로운 일을 하게 된다.
딸이 얻은 신축 아파트 전세집은, 초등학교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나도 지난 번에 가봤는데 근처에 시립 체육관과 시립 도서관도 있고
주변 경관이 무척 아름답고 젊은이들과 아이들이 많아서 딸네가 살기에 괜찮은 지역일 것 같다.
딸은 자기 아파트에서 공부방을 부업으로 하려고 한다.
그 사업을 위해 교육을 받아야 하기에 나와 남편에게 손자를 봐달라고 부탁을 해서 올라가는 거지.
애쓰고 있는 딸도 도와주고, 보고 싶은 손자도 보고, 우리는 얼씨구나~ 하며 올라간다.
사실 딸은 번역 일을 제일 좋아한다.
마치 내가 피아노를 칠 때 즐거워하는 것처럼 번역하는 것을 정말 즐거워한다.
그런데 지금은 딸의 신경이 많이 약해져 있는 상태여서 번역을 할 수가 없다.
올해 세 군데서 번역 의뢰가 들어왔지만 아깝게도 모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번역은 좀 더 건강해진 다음에 하면 되겠다.
아무튼 딸 부부가 오래 전부터 원하고 계획하고 준비한 대로 하나하나 실행해나가고 있다.
사위도 그토록 원하던 목공을 배우게 되어 무척 기쁠 것이다.
그리고 생활비는 사위가 반을 벌고 딸이 반을 벌기로 부부가 약속을 한 모양이다.
나는 서울에서 1주일 정도 있게 될 것이다. 내려오는 날짜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내가 먹으려고 해둔 파김치, 깻잎김치와 죽도시장에서 사다놓은 가자미식혜,
유기농 직거래 장터에서 산 들깨가루 등 냉장고에 있던 식재료를 바리바리 쌌다.
굳이 무겁게 가져가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왠지 이번에는 잔뜩 들고가고 싶네.
한동안 딸네의 수입은 지금까지보다도 더 적을 것이다.
더 허리를 쫄라매야 할 딸네를 생각하니 뭐라도 싸들고 가고 싶은 에미 마음이랄까...
딸이 전세을 얻는 데 나는 한푼도 도와주지 못했다.
딸의 시어머니도 딸에게 "요즘은 자식에게 집을 얻어주는 사람도 많던데..." 라고
하시며 우시기도 하셨단다.
딸이 시어머니께, 40 넘은 자식이 부모에게 무슨 경제적인 도움을 바래요?
어머니께서 마음으로 집 한 채 사주신 것이나 다름 없어요.
어머니가 사주신 걸 제가 안받았다고 생각할게요... 라고 했다나?
글쎄 말이 되는 건지 안되는 건지 모르지만^^
시어머니도 딸도 늘 서로 말을 참 예쁘게 해가며 고운 정을 쌓아가고 있다.
언젠가는 딸네도 경제적으로 좀 부유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게 있다.
마음도 즐겁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하면 더욱 좋지 않겠나...
쉽지 않았던 서울 1년살이를 하면서 딸의 믿음이 많이 성장한 것도 감사한 일이다.
딸의 삶에 있어서 기도가 더 많아지고 깊어진 것을 느낀다.
사위와 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하나님께 대한 믿음과 사람을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든
하나님의 은혜를 흘러보내는 통로가 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첫댓글 사위가 목공을 하면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거야 좀전에 백합산악회에서 소양강 가는 길에 가평휴계소에 들렀는데
곁에 있던 인숙이가 너희 딸네가 가평에 둥지를 튼다는
글을 먼저 읽고 얘기하기에
들어와 읽어보네 잘 살아낼거야 우리들이 그랬듯이 그들도~!
잘 살아낼 거야. 우리들이 그랬듯이 그들도~! 멋진 말일세.
잘 살아가리라 믿어.
요즘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 부모님 시절보다도 우리 젊었을 때보다도 지금이 더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