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01(바람의 산으로 능선산행을 떠날 때 꼭 알아야할 것들을 소개한다.) [MOUNTAIN=글 민은주 기자]
적설량이 많은 2월의 산에는 위험요소와 주의사항이 상고대처럼 더덕더덕 붙는다. 귀찮다고 무작정 떠났다간 고생의 태산을 오르기 십상. 특히나 바람을 피할 곳이 없는 능선산행은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물론 가장 현명한 방법은 뜨끈뜨끈한 전기장판 위에 누워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히말라야 다큐멘터리나 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기쁨도 있는 법. 가장 냉혹하고 청결한 겨울의 바람을 맞고 싶다면 능선으로 떠나자. 단, 아래의 짧은 글을 읽어보시고.
겨울의 능선산행
말 그대로 산등성이를 따라 걷는 능선산행은 계곡을 내려서거나 물을 건너지 않기 때문에 오르내림이 적고 시야가 트여 조망이 뛰어나다. 그러나 산에 따라 날카로운 칼바위와 절벽으로 이루어져 동계의 심한 바람이 위험한 경우도 있다. 산행을 떠나기 전 산과 능선의 형태를 미리 알아보고 일기예보를 확인하면 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겨울은 일조시간이 짧아 산에 어둠이 빨리 내린다. 해발 1500m 이상의 큰 산일 경우 오후3시면 하산이나 야영을 결정해야 한다. 당일산행의 경우 동쪽에서 서쪽 능선으로 방향을 잡으면 운행이 편리하다. 기온이 낮으면 배터리의 방전이 빠르므로 헤드랜턴용 여분의 건전지도 챙기는 것이 좋다.
능선은 대부분 바람이 심하고 겨울에는 특히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 방수·방풍의류는 물론 보온의류, 방한모, 보온장갑 등을 챙기고 보온병의 따뜻한 물과 칼로리가 높은 행동식을 준비하자.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체온이다. 땀을 흘리며 능선을 오른 후에는 바로 보온의류를 입어야 저체온증을 예방할 수 있다. 겨울산은 만만치 않고 준비물 중 하나라도 빠지면 크게 낭패를 볼 수 있다. 목숨을 살려줄 준비물을 빠트리진 않았는지, 산으로 떠나기 전 꼭 확인해보자.
능선산행, 이것만은 꼭!
1. 우모복
↑ 0002(하이벤트 알파카 소재로 방추습 기능이 뛰어난 구스다운 재킷. 노스페이스-히말라얀파카3)
등산에서의 대표적인 보온의류인 우모복은 오리나 거위의 솜털과 깃털을 충전재로 사용하며 솜털 함유량이 많을수록 보온력이 뛰어나다. 우모는 수분이 침투하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때문에 기본적인 방수기능이 있는 원단으로 만든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상의를 겹쳐 입은 상태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넉넉한 사이즈를 선택하고, 봉제선 사이로 털이 빠져나오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바람에 대비해 모자 탈부착과 허리 바람막이 기능이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2. 등산화
↑ 0003(외부재질은 가죽, 안감은 고어텍스로 된 동계용 등산화. 비브람 바닥창이라 제동력이 우수하고 경량이라 장기간 트레킹에도 부담이 적다. 라스포르티바-카라코람 트랙 GTX)
장기산행지가 거의 없는 국내에서는 이중화보다 가죽소재의 동계용 등산화가 적합하다. 눈을 차거나 다지는 겨울철 보행법을 위해 바닥창이 딱딱하고 발가락 부위가 구부러지지 않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1박 이상의 산행을 하는 경우에는 등산화의 눈을 털고 잘 말려두어야 한다. 침낭 안에 등산화를 넣어놓고 자면 다음날 출발이 상쾌하다.
3. 스패츠
↑ 0004(외부환경에서 바지와 신발을 보호하는 스패츠는 내구성이 강한 소재가 유리하다. 코베아-프리 트랙 골드 스패츠Ⅱ)
보온효과는 물론 눈이 바지를 적시거나 신발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스패츠는 무릎까지 오는 길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고어텍스 등 고가의 원단으로 만든 것들도 있지만 마찰에만 강하다면 기능성에서 큰 차이가 나진 않음으로 튼튼하고 편리한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동계바지 위에 착용함으로 통은 넉넉한 것이 좋고 지퍼보다는 벨크로 테이프로 된 것이 얼어붙어 고장 날 확률이 적다. 최근에는 하단에 스패cm 기능이 있는 동계용 등산바지들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
4. 보온장갑
↑ 0005(겨울 산에선 여분의 장갑을 꼭 준비하고, 방수가 되거나 젖어도 보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고디니-울트라 드라이 맥스 건틀렛Ⅳ)
손가락은 발가락과 더불어 동상에 걸리기 가장 쉬운 부위이다. 특히 젖은 장갑은 위험하다. 여분의 장갑을 준비해 젖으면 바로 갈아 끼도록 한다. 다양한 보온소재의 장갑이 있으나 눈이 많은 상황에서도 방수가 되는 제품이 유리하다. 얇은 내피장갑을 끼고 위에 두터운 동계장갑을 착용하면 취사나 촬영 등을 할 때 맨손이 드러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5. 보온모
↑ 0006(바람에서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바라클라바. 입을 가린 채 머리 부분을 쓰고 벗을 수 있어 효율적이다. 블랙다이아몬드-돔 바라클라바) ↑ 0007(바람이 많은 겨울 산에선 귀를 덮는 모자가 유용하다. 머리와 목만 보호해도 체온손실의 50%를 줄일 수 있음을 기억하자. 노스페이스-하이벤트 이어머프 캡) 체온이 떨어졌을 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부위는 손발이지만, 체온손실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부위는 머리와 목이다. 저체온증과 동상을 방지하고 싶다면 바라클라바와 보온모를 쓰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나 바람이 강한 능선에서는 안면부 전체를 가릴 수 있는 바라클라바와 귀까지 덮는 모자가 유용하다.
6. 아이젠
↑ 0008(장착이 편리하고 녹이 적어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체인형 아이젠. 코베아- 짚신5) 아이젠은 동계산행의 필수품이나 등산로를 훼손할 위험이 있으므로 눈길과 빙판에서만 착용하도록 한다. 탈착이 편하고 튼튼한 제품을 선택하고 사용 후에는 꼭 말려서 보관해야 한다. 최근에는 일체감과 제동력이 우수한 체인형의 아이젠이 주를 이루고 있다.
7. 알파인 스틱
↑ 0009(최근의 알파인 스틱은 더욱 가볍고 작아지고 있다. 겨울산행에서는 스노우 바스켓이 유용하다. 블랙다이아몬드- 울트라 마운틴 FL Z폴) 산행에서 스틱을 사용하면 다리의 운동하중을 20~30% 줄일 수 있고 보행속도도 약 15% 향상된다. 특히 겨울철 얼어붙은 비탈을 걸을 때면 스틱이 큰 도움이 된다.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등산용 스틱은 과거 알루미늄이 주로 쓰였으나 최근에는 좀더 가볍고 강한 티타늄이나 카본 화이버 등이 사용된다. 스틱은 반드시 2개를 함께 써야하며, 똑바로 섰을 때 팔꿈치 각도가 90도가 되도록 길이를 조절해서 사용한다. 겨울철에는 스노우용으로 넓게 제작된 바스켓을 갖추는 것이 편리하다.
안전하고 즐겁게 능선의 바람을 맞자!
추위와 눈은 겨울등산의 친구이자 주적이다. 혹독한 겨울능선을 견딜 수 있는 의류와 운행장비는 필수. 또한 오르기 전에 산의 기상상태를 확인하고 체력적으로 무리가 없는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 만에 하나 폭설을 만나 고립된다면 눈이 그친 후 반나절 이상 기다렸다고 출발하는 것이 눈사태의 위험을 줄여준다. 만일 오르막에서 땀을 많이 흘린다면 저체온증과 동상의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절대 무리해서 속도를 내지 말고 수분을 조절해야 한다. 산행코스의 일반적인 소요시간보다 넉넉하게 예상하고, 체온조절이 편하도록 옷은 겹쳐 입는 것이 좋다. 눈이 쌓인 겨울산은 평소보다 보행이 어렵고 체력소모도 심하다. 불필요한 동작을 자제하고 여분의 옷가지나 운행장비는 꺼내기 쉽도록 수납한다.
겨울은 산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상고대, 설화, 특히나 능선에서 맞는 겨울바람은 정신이 번쩍 드는, 혹독하고도 오래 추억할 경험이 된다. 모든 준비를 끝냈다면 이제 떠나자.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일상을 잠시 잊고, 바람의 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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