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주자에게 도루를 허용하는 책임은 포수와 투수가 반반씩 짊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포수의 어깨가 훌륭해도 투수가 주자를 묶어두지 못하면 도루를 허용할 수밖에 없다. 또 투수의 투구 동작과 견제능력이 뛰어나도 포수의 송구가 체인지업으로 들어가면 도루를 시도하는 주자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포수의 도루저지율은 쉽게 찾아볼 수 있어 특정 포수가 얼마나 주자를 잘 잡아냈는지 쉽게 알 수 있지만, 투수가 얼마나 주자를 잘 묶어뒀는지에 대해서는 자주 언급되지 않는다. '베이스 절도사건'의 또 다른 책임자, 투수의 도루저지 상황에 대해 알아봤다.
기준은 27일 현재 규정이닝 절반 이상 소화한 선수이며 자료는 야구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www.statiz.co.kr)를 참조했다.
▲빈틈 많은 투수-임찬규
주자가 도루 기회서 도루를 감행할 때 상대 포수의 어깨를 고려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투수와의 타이밍싸움에서 이겨내 빈틈을 찾아내는 것이다. 투수가 주자를 누상에 내보낸 상황 가운데 실제로 주자가 도루를 시도한 확률을 ‘피도루시도율’로 따져봤다.
올해 주자에게 가장 많은 '빈 틈'을 보인 선수는 LG 임찬규다. 임찬규는 54회의 도루기회 가운데 11번 도루시도를 허용, 2할4리의 피도루시도율을 보이고 있다. 임찬규는 퀵모션이 느린 게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실제로 지난 8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이런 허점을 노린 정원석이 홈스틸을 감행, 희대의 오심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임찬규는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앉아쏴' 조인성의 강한 어깨 덕에 11번의 도루시도 허용 중 7차례나 상대 도루를 막아냈다.
그 뒤로 넥센의 김성태가 106번의 도루기회 중 20번(허용 14회, 저지 6회)을 허용, 1할8푼9리의 피도루시도율을 보였고 두산 정재훈이 56번의 도루기회서 10번(허용 5회, 저지 5회)으로 1할7푼9리의 피도루시도율을 기록했다. 이어 넥센의 외국인투수 브랜든 나이트가 143번의 도루기회서 25번(허용 18회, 저지 7회)시도를 허용해 피도루시도율 1할7푼5리를 기록했다.
▲꽁꽁 묶은 투수-이우선
올해는 삼성 우완 이우선은 40번 도루기회 중 단 한번 도루시도(저지 성공)를 허용해 피도루시도율 2푼5리로 가장 주자를 잘 묶어둔 투수에 올랐다. 비록 이우선이 주로 승부가 갈린 상황서 투입되긴 했지만 그만큼 주자를 잘 묶었다는 의미다. 이어 SK 좌완 고효준이 76번의 도루기회 가운데 2번만 빈틈을 보여 2푼6리의 피도루시도율을 기록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 가운데는 삼성 좌완 차우찬이 눈에 띈다. 차우찬은 142번의 도루기회서 단 7차례, 4푼9리의 피도루시도율을 보였다. 그 뒤를 이어 피도루시도율 5푼6리(도루기회 144회, 시도 8회)의 LG 박현준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피도루시도율 1위를 차지했던 KIA 로페즈는 올 시즌도 6푼6리(도루기회 122회, 시도 8회)로 준수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도루 허용 100%-김광삼
흔히 도루를 허용하면 포수의 어깨를 탓할 때가 많지만 투수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꾸준한 견제로 주자의 리드 폭을 좁혔는지, 세트포지션에서 빠른 퀵모션으로 주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는지도 도루 저지에 있어서 중요한 요건이기 때문이다.
LG 김광삼은 5번의 도루시도 가운데 5번 모두 허용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더군다나 LG 주전포수 조인성의 도루저지율이 3할3푼3리임을 감안하면 김광삼의 이런 기록은 더욱 아쉽다. 이어 한화 김혁민과 KIA 손영민 둘 다 9번의 도루시도 가운데 8번을 허용, 도루허용률 8할8푼9리를 기록하고 있다.
대체로 한화 투수들의 도루허용률이 나빴다. 안승민과 유원상이 모두 8번의 상대 도루시도 가운데 7번을 허용, 8할7푼5리의 도루허용률을 보였다. 또한 장민제 역시 6번의 도루시도 가운데 저지는 단 1번에 그쳐 8할3푼3리의 도루허용률을 기록했다. 이는 한화의 주전포수 신경현(도루저지율 1할)과 백업포수 이희근(도루저지율 1할6푼3리)의 도루저지율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도루잡는 투수-김선우
주자가 뛰었지만 모두 잡아낸 투수가 두 명 있다. 삼성 이우선은 단 한 명이 뛰었지만 잡아냈고, LG 심수창은 세 명이 베이스를 훔치려 들었지만 역시 모두 막았다. SK 정우람과 송은범은 둘 다 다섯 번의 도루 시도를 허용했지만 나란히 4번씩 잡아내며 2할의 도루허용률을 보였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는 두산 김선우가 두드러진다. 9번의 상대 도루시도 가운데 6번을 잡아내 3할3푼3리의 도루허용률을 기록했다. 그 뒤를 도루허용률 4할1푼7리(12번 시도, 7번 저지)의 롯데 장원준과 공동으로 4할2푼9리(7번 시도, 4번 저지)의 도루저지율을 보인 삼성 차우찬과 롯데 송승준, 고원준 등이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