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오디오든 카오디오든, 가장 많이 팔린 알맹이는 스캔스픽의 8545(K)가 아닌가 생각한다.
경기 탓인지 한물 갔는지 요새는 다소 주춤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1주일에 한번은 반드시 이 8545(K)를 위한 패시브를 땜빵해야 했었다. 어떤 날은 똑같은 걸 3조씩 땜빵했던 적도 있다. 어디선가 말했는데, 우리나라는 스캔스픽의 이 8545(K)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경험을 갖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통 알미늄 인클로저, 고무나무 집성목, 자작나무 합판, 늘상의 MDF, 어떨 때는 아크릴, 삐뚤한 곡면형, 와트&퍼피 같은 통, 무한 배플 비슷한 거... 정말이지 나는 수없이 다양한 통에 이 알맹이가 박혀 있는 것을 보았다. 마디사운드 등을 통해 유입된 LEAP 타입 설계도 50종류를 넘게 보았고, 그를 기준해 이리저리 부품을 교체하는 선수들 또한 셀 수 없이 보았다.
8545(K)는 전화문의보다 메일문의가 많았다. 그 중 50% 이상이었는데, 허만선 사장의 회로대로 땜빵하면 비용이 어떻게 되냐 하는 문의를 해왔다. 당연히 그 회로가 첨부되어왔고, 기억컨대 작년부터 지금까지 대략 50명은 이에 맞춰 땜빵해갔다.
우리나라에는 오디오를 만드는 사람이 오디오를 사는 사람만큼이나 많다고 한다.
여타의 파는 사람이나 만드는 사람들과 특별히 술 한번 먹어보지 않은 나는 오디오판 업자들이 그렇게나 많은가 실감을 잘 못하겠다. 하지만 그 말을 십여 차례 틈틈이 들었는데,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그 업자들은 뭘 먹고 사나 싶다.
하여튼 많은 모양이다. 그 중 우리 허만선 사장은 참으로 돋보이는 존재다. 만드는 사람이 만명이 되든 10만명이 되든, 그 명수와 상관없이 계속 그럴 것 같다. 서울대를 나왔다, 평론가 출신이다, 뭐다뭐다, 하여튼 세간에 알려진 펌프용 이력이 많다. 하지만 내가 보는 관점은 약간 다른데, 허사장은 그런 신입사원 입사 때나 필요한 건조한 펌프자료 이외에, 참으로 의미있는 기록을 갖고 있다.
한국의 메이커나 자작인은 미국이나 유럽 제품을 카피한다. 물론 미국도 유럽을 카피하고, 유럽도 미국을 카피한다.
하지만 그 카피들의 경우, 한국과는 매우 다른 일면이 있다. 미국의 메이커나 자작인은 미국의 메이커를 카피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즉 자기네 나라 사람들끼리도 카피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천만원이 넘는 단품들이 꽤 된다. 저항과 콘덴서의 몇몇 앰프들, 실버웰드의 프리앰프, 여타의 특주품들, 하여튼 10가지는 되는 걸로 알고 있다. 분명 대단한 정성을 들인 훌륭한 제품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 제품들을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카피하겠다는 사람들을 나는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자디스를 카피하고, 미국사람들이 아발론을 카피하는 것과 매우 다른 현상이다.
나는 한 나라의 제품이 그 나라의 사람들에 의해 카피되는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그 나라는 오디오강국으로 자리잡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로, 이 카피가 이뤄질 수 있으려면 표면에 드러나는 것 이외에 참으로 많은 사항들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물론 이 많은 사항들에 대해서는 오늘 이 자리에서 말할 필요가 없고, 단지 부언하면 오디오강국에서만 이러한 자국내 카피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만 얘기한다.
비록 많은 횟수는 아니지만 나는 부품을 팔면서 여러 차례 확인했다. 판매가 4백 얼마지 싶은데, 그 카시오페아의 3way를 몇몇 자작인이 카피한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것이 오늘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의미있는 기록이다. 그러니까 허사장은 바로 이런 기록을 세운 사람이다! 거꾸로 말해, 그는 우리나라 오디오 역사상 최초로 오디오 매니아의 심보에 지독한 영향을 갖는 하이엔드 제품을 만든 사람이다. 그 지독함이 어느 정도냐 하면 돈 모자라는 매니아가 카피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 정도의 지독함이다.
수량이 적다 해도 그 의미마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알맹이며 공심코일 등, 나는 그때 그 카피품을 위한 부품들을 팔면서 엄청 기분이 좋았었다. 나는 카시오페아라는 브랜드가 이러한 기록들을 더 자주 더 굳게 다져갔으면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브랜드가 서너 개 더 생겨났으면 한다. 솔직히 말해, 그래야 우리집 부품 매출도 늘어난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나는 가까운 장래에 우리나라가 오디오강국으로 자리잡을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때, 그 시발점은 카시오페아에 대한 예의 그 카피였음을 본 자료실을 방문한 분들은 기억해주시기 바란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우리집은 어차피 부품가게인데, 지금부터는 부품값 얘기나 하자. 그러니까 본론이다.
거듭 말하지만, 8545K와 9900을 위한 허만선 사장의 공개 회로는 여러 자작인과 카오디오 장착점들이 활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2000Hz이다.
8545K의 피크를 제어하기 위한 LCR 필터는 약 700Hz를 중심으로 600Hz에서 900Hz까지를 평탄하게 만들고 있다.
8545K는 1000Hz에서 2000Hz 사이에 상대적인 Depth가 있는데, 9900과의 포인트를 2000Hz 근처에 설정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이 골짜기를 활용하고 있다.
외국의 많은 하이엔드 메이커 또한 이 8545K라는 알맹이를 이해했다면 허사장의 이러한 접근법과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설사 차이가 있더라도 더하기빼기 10% 미만의 미미한 차이만이 가능할 뿐이다. 예를 들어 포인트를 2300Hz 쯤으로 올리면서, 동시에, LCR 필터가 작용하는 중심점을 위쪽으로 약간 이동시킨다거나 하는 식만이 있을 뿐이다.
허사장은 본 회로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한 조언을 별도로 하고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주의점과 주요 튜닝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음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소자는 3.6uF, 1.8mH, 8Ω입니다. (신호라인입니다.) 따라서 이곳에는 뮤지캡이나 리츠 코일 등의 고급소자를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솔렌은 추천해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2. 20uF에는 솔렌 정도, 33uF에는 일반 Bennic 정도를 사용하셔도 무방합니다.
3. 고역의 음압 조절은 8Ω 값을 변경하시기 바랍니다. 이 8Ω이 작아지면 고역의 에너지가 늘어납니다. (조정은 1~2옴 정도씩만...)
4. 20uF의 값을 변경하면 귀에 민감한 2~3KHz 대역의 에너지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작은 값을 사용하면 에너지가 늘어납니다. (역시 1~2uF정도씩만 조정하시길...)
5. 입력 Post도 음질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가급적 구리재질의 제품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해서, 이에 입각하여 부품값을 계산해보면,
1) 3.6uF : 오디오파일러 2.7uF + 호블랜드 1uF : 24,100원
2) 20uF : 솔렌 20uF : 9,500원
3) 33uF : 문도르프 바이폴라 33uF : 2,000원
4) 1.8mH : CFC14 1.8mH : 42,000원
5) 0.75mH : 마디사운드 0.75mH : 4,500원
6) 2.0mH : 마디사운드 2.0mH : 8,000원
7) 8옴 : 캐드독 8옴 : 12,000원
8) 9옴 : 8.2옴 또는 10옴 : 2,000원
9) 기판(대) : 12,000원
합계 (1조) : 232,200원
여기에서 약간의 사치를 더하면,
2)의 솔렌 20uF에다 실버/오일 0.1uF를 덧붙이고 (취향에 따라 실버/오일 1uF를 덧붙일 수도 있고)
3)의 바이폴라 33uF를 오디오파일러 33uF로 교체하고,
하면, 1조에 74,000원이 추가된다.
이 사치에서 사치를 더 더하면
1)의 3.6uF를 "슈프림 3.3uF + 실버/오일 0.33uF" 교체하고.
3)의 오디오파일러 33uF에다 슈프림 0.1uF를 덧붙인다.
하면, 1조에 74,800원이 또 추가된다.
이쯤을 투입해도 맘에 안 들면, 스캔스픽은 귀하의 귀와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거나,
이제는 스캔스픽을 졸업하고 스카닝이나 아큐톤 학교로 입학해야 한다는 신호다.
[사운드포럼에서 펌]
첫댓글 이제 부터 본게임 이군요.
개념잡고 공부하고 청음하다 보면 좋은소리 나와줄꺼라 믿어요. ^^
매우 어려운 걸 시작 하시네요 -_-;; ... 건투를 빕니다.!!!!
ㅎㅎㅎ 문제는 요 이론이 어느 시스템에나 다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음. 나도 오늘 다시 트윗 크로스오버 포인트를 재 설정 했다는 헤드부터 엠프 그리고 선재들 전기등등 모든것을 고려해서 발란스를 잡아야 하기에
더 더욱 힘들다는...
8년전 페시브뻘짓거리때 보던글귀네~~~,,ㅎㅎ
난 이 이론대로면 맞지 않네 지금 주파수 컷팅을 2.7K 정도로 올렸음.. 아무튼 소리 만들기 무지 힘듬... 예전의 막귀가 그립다는.... 아무튼 소리는 조금씩 완성 되어 가는 느낌인데... 과연 요게 정답인지는 모르겠다는 아무튼 8545가 참 거시기한 스피커인것은 확실하다고 생각이 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