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청소년들은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유비쿼터스 세대로, 인터넷, 게임, 채팅 등을 통해 지식·정보를 소통하는 ‘사이버 문화’와, 연예인 및 유명인을 우상시하는 ‘팬텀 문화’ 등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가치관으로 자신들만의 고유문화를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기준에 조금이라도 맞지 않을 경우 망설임 없이 밀어내는 자기중심적인 이들은, 외로움과 미래에 대한 꿈을 잃어버린 채 ‘그냥’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대 청소년의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교회 내 청소년들은 신앙적 딜레마에 빠지기 쉽고 이것은 결국 교회를 떠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함께 모이고 머무를 수 있는 편안한 공간과, 그들을 한없이 이해해주고 때로는 그들이 닮을 수 있는 롤 모델을 간절히 원했다. 이러한 우리 청소년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책은 바로 ‘교회 내 청소년 시설의 활성화’이다.
자연권과 생활권으로 나누어져 있는 청소년 시설은 많은 청소년들이 한꺼번에 모일 수 있는 거대한 공간이자, 그들과 유대 관계를 높일 수 있는 필수 여건이다. 또한 다양한 신앙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청소년 운영위원회, 동아리 등 청소년 자치 활동을 지원하면서 교회 안팎의 청소년들을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청소년들은 연령, 취미 등을 구심점으로 또래 집단을 시작하지만, 또래 집단 안에 또래 집단이 만들어지는 ‘자율적 또래 집단’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과 쉼터를 제공한다면 많은 청소년들이 모일 수 있는 여건 마련은 물론, 다양한 소공동체가 만들어져 신앙생활 활성화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과 교구의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행사를 주관할 수 있는 중앙 센터의 역할과 끊임없는 새로운 신앙 아이템 생산, 그리고 교회 내 청소년 지도자 산실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여름 신앙캠프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은 컴퓨터는 커녕 TV조차 없고 그저 대자연이 놀이 공간인 청소년 시설에 들어서면 당장 어떻게 놀아야 할 지 모르는 대혼란을 겪게 된다. 또한 다른 사람과 협동심이 필요한 신앙캠프 프로그램들은 그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자극하지도 않고, 인터넷 게임 등과 같이 오감을 자극하는 짜릿한 ‘재미’도 없기에 적응하기 힘들어 한다. 하지만 많은 청소년들이 신앙 캠프가 끝날 즈음에는 큰 변화를 보인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대자연 안에서 함께 어울리는 방법을 체득하고, 기도하고 묵상하며 마음껏 소리치고 뛰는 동안 잠시나마 집과 학교, 사회가 주는 다양한 압박감을 벗어던진 채 인생의 롤 모델이 될 예수님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혼자가 아닌 어울림의 참된 의미인 공동체 의식이 함양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표정은 환한 미소와 함께 여유로움과 행복이 묻어난다.
청소년 시기에 만난 하느님은 그들의 영성에 지워지지 않는 소중한 경험이 되어 삶의 방향과 가치관 결정에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교회 청소년들의 신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먼저 그들이 머무를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살아있는 하느님의 모습으로 두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활짝 열어 그들과 함께 숨을 쉬고 그들의 롤 모델이 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