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만든 '보수 우위' 美연방대법원 "애리조나 투표권 제한 정당"
기사입력 2021.07.02. 오후 7:21 기사원문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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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법관 "투표 자체 막는 것 아니라 정당"
9명 중 진보 성향 대법관 3명만 반대표 던져
지난해 11월 두 어린이가 미국 대선 투표 장소를 알리는 애리조나주 에본데일의 표지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에본데일=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애리조나주(州)의 투표권 제한법을 인정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이후 공화당 우세 주에서 사전·우편 투표를 까다롭게 만드는 법이 통과됐는데, 이들 중 대법원이 옳다고 판결한 첫 사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전 관례를 깨고 연방대법관을 추가 임명하며 대법원을 보수 우위 구도로 만든 게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미 연방대법원은 1일(현지시간) 애리조나의 투표권 제한 법안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관 9명 중 보수 성향 6명 전부가 찬성표를 던졌고, 진보 성향 3명은 모두 반대했다. 보수 대법관들은 투표 행위 자체를 차단하는 수준이 돼야 1965년 투표권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애리조나의 법이 유색 인종의 투표를 불편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선거 참여 자체를 불허하지는 않는다는 논리다. 다수 의견을 집필한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투표 조작은 접전인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사기를 막는 게 더 중요하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연방대법원 판결은 민주당 손을 들어 준 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올 3월 통과된 애리조나의 투표 제한법은 잘못된 선거구에서 이뤄진 투표는 무효처리하고 제3자의 사전투표 수거를 불허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이 ‘선거에서 인종적 차별을 금지한다’는 투표권법을 위반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전·우편 투표율이 높은 유색인종이나 소수자의 참정권이 침해당한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비상이 걸렸다. 이번 결정이 다른 주의 비슷한 법안에 대해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투표권법을 약화시키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깊이 실망했다”고 했다. 소수 의견을 대표 작성한 진보 성향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은 “비극적인 판결”이라고 했다.
투표권 제한 법안은 줄줄이 대기 중이다. 미 뉴욕대 브레넌정의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 미국 50개 주 중 48개 주에서 투표권 제한 법안이 발의됐고, 22개 법안은 이미 제정된 상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투표권 제한을 막으려는 민주당의 시도가 성공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판결은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작품이다. 지난해 9월 진보 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사망하자 그가 대선이 열리는 해에 대법관을 지명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민주당의 반발에도 보수 성향 에이미 배럿 임명을 밀어붙였고, 5대 4였던 보수 대 진보 구도가 6대 3으로 변했다. 연방대법관이 종신제여서 바이든 대통령이 당장 구도를 깨뜨릴 방법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