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산책>
‘어제의 성공’이 오늘도 이어질까
‘과거의 영광’은 과거에서 끝내라
이스라엘, 6일전쟁서 독특한 전법인 ‘올 탱크 어택’ 전술로 승리
6년후 이집트·시리아가 설욕전 나설때 같은 전법으로 대응한 이스라엘 대패
전 세계 필름카메라 시장 석권한 ‘코닥’ 과거 성공 전략만 고집…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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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허실 편에 ‘기전승불복(其戰勝不復)’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 번 써먹은 성공한 전략은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실제 역사에 있었던 사례를 소개한다.
1967년 6월 5일, ‘6일 전쟁’이 터졌다. 이스라엘의 선공으로 단 6일 만에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 등을 뺏어낸, 그래서 국토를 3~4배 넓힌 그런 전쟁이었다. 탱크가 갈 때 보병들이 같이 따라 걷거나 아니면 트럭을 타고 같이 이동하는 보전 협동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탱크 하나하나가 각개 전투하는, 보병의 일원처럼 서로가 협조 기동을 하면서 적을 부수어 나가는 아주 독특한 전법을 썼다.
이 전법을 창안한 사람은 이스라엘의 탈(Tal)이라고 하는 전차부대장이었다. 이 사람은 전차끼리의 협조 기동, 장거리 포격 등등으로 보병 없이도 싸울 수 있는 전술을 개발했다. 이게 바로 ‘올 탱크 어택’이라는 전술인데 6일 전쟁이 터지자마자 이 전법을 써서 시나이 반도를 향해 파죽지세로 돌격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전법에 당황한 이집트 군대는 패주하기 시작했다. 변변한 반격 한 번 못해보고 그대로 당해버린 것이다.6일 전쟁이 끝난 후 세계의 전술 연구가들과 세계의 군대는 전사를 다시 써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의 새 전법을 굉장히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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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6년 후인 1973년 10월, 몇 년 동안 대비책을 세운 이집트·시리아가 설욕전에 나섰다. 당시 소련에서 최신식 대전차 미사일(AT-3)을 대거 들여오고, RPG-7 같은 대전차 로켓도 보병 사이사이에 촘촘하게 깔아 놓았다.
전투가 벌어지자 이스라엘 탱크 부대는 다시 한 번 올 탱크 어택을 시도했다. 하지만 전황이 이전과는 다르게 돌아갔다.
풀밭에서 ‘슉슉’ 소리와 함께 대전차 미사일이 발사되기 시작하면서 이스라엘 전차부대의 주요 전력이 속속 파괴됐다. 개전 첫날 암논 레세프 대령이 이끄는 제14기갑여단은 전차 56대 중 42대를 잃었고, 개전 48시간 후에는 시나이 반도에 배치된 700대의 이스라엘 전차 중 3분의 1 이상이 사라졌다.
사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전 세계 필름 카메라 시장은 ‘코닥’이 석권했다. 1970년대 코닥의 세계 필름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했다.
이 회사는 1880년 조지 이스트먼이라는 사람이 설립했다. 1900년에 브라운이라고 하는 필름식 카메라를 처음 내놨는데 당시 이 카메라를 단돈 1달러에 출시했다. 이들은 카메라는 싸게 팔아놓고 여기에 필요한 인화지, 필름, 소모품을 팔아서 이익을 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계획은 대성공이었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던 코닥은 1935년 일반인들도 쉽게 쓸 수 있는 ‘코닥크롬’이라고 하는 혁신적인 컬러 필름도 개발해 시판했다. 이것도 대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곧 커다란 문제를 만났다. 1900년대 말에 들어와서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 물론 그 당시 디지털 카메라는 별로 성능이 좋지 않아 필름 카메라에 훨씬 못 미치는 화질이 나왔다. 하지만 인터넷과 PC가 보급되면서 당시 CEO는 디지털화에 대응하면서 필름도 살릴 수 있는 일종의 짬뽕 솔루션을 내놓았다. 바로 ‘포토CD’다. 필름으로 찍은 사진을 일종의 스캐너로 스캔해서 CD에 담아주는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 카메라가 무척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1000만 화소가 일반적이 됐을 때 코닥은 뒤늦게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미 니콘, 캐논은 물론 심지어 소니의 적수도 되지 않았다. 결국, 재무 상태가 갈수록 악화돼 2012년 상장폐지와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역사의 한 장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 세계에서 제일 먼저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한 회사가 코닥이라는 사실이다. 1975년, 로버트 새슨이라고 하는 코닥의 엔지니어가 1만 화소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다. 그런데 코닥의 경영진은 이걸 보고도 “우리의 필름 비즈니스를 위협할 수 있는 물건”이라며 더 이상 발전시키지 말 것을 지시했다. 일종의 교만이자 대단한 오판이었다.
코닥의 사례도 ‘기전승불복’이다. 필름이라는, 100년 이상 코닥을 지탱시켜줬던 성공적인 전략을 경영진은 계속 고집했던 것이다. 상황 변화에 따라 이미 과거에 썼던 전략을 용도폐기하거나 대폭 바꿔야 할 시점을 놓치고 오판한 결과는 참혹했다. 기전승불복, 과거의 성공한 전략을 무턱대고 반복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김 경 원 교수 세종대학교 경영대학원
추억의 영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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