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야 산다, 2주간 저녁 6시 이후 3인모임 금지
정부, 12일부터 수도권 4단계 격상
공원도 폐쇄 9일 서울 송파구 방잇골공원 입구에서 구청 직원들이 출입 통제선을 설치하고 있다. 이날 송파구는 식당 밀집 지역에 있는 이곳을 비롯해 관내 공원 4곳을 폐쇄했다. 9일 0시 기준 전국 신규 확진자는 1316명으로 전날에 이어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장 많이 발생했다. 수도권 중심의 4차 대유행을 막기 위해 정부는 12일부터 가장 강력한 4단계 거리 두기를 시행키로 했다. 박영대 기자
지난해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강력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시된다. 정부가 9일 발표한 거리 두기 4단계다. 여기에 백신 접종자 혜택까지 유보되면서 실질적으로 4단계 플러스알파(+α)가 됐다. 12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적용된다.
낮에는 지금처럼 4명까지 사적 모임이 가능하다. 하지만 오후 6시가 되면 ‘3인 금지’가 시작된다. 이때부터는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퇴근 후 바로 집으로 가시고 사적 모임은 참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 완료자를 각종 인원 제한에서 빼주는 인센티브도 유보됐다.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은 지금처럼 오후 10시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3인 금지’로 식당이나 술집의 저녁 장사는 어렵게 됐다. 사실 ‘3인 금지’ 조치는 10일 먼저 실시될 것으로 보였지만 12일로 미뤄졌다. 현장의 충격과 단속 준비 상황을 고려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 대신 주말에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원래 4단계 때 오후 10시까지 영업이 가능했던 유흥시설에는 집합금지 조치가 계속된다. 4단계 격상으로 초중고교는 여름방학 이전까지 전면 원격수업이 실시된다. 거리 두기 수칙은 아니지만 수도권 은행은 자발적으로 영업시간을 1시간 줄이기로 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수도권 법원에 2주간 재판 연기를 권고했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강력한 거리 두기를 결정한 건 4차 대유행의 기세 탓이다. 9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316명.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다였던 전날(1275명)보다 많다.
신규 확진자는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휴가철을 맞아 수도권 방역의 둑이 완전히 무너질 경우 ‘전국적 대유행’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초강수를 둔 것이다.
하지만 2, 3차 유행을 볼 때 거리 두기 강화가 효과를 내려면 3, 4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조금이라도 빨리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일상의 멈춤’을 2주 만에 끝내려면 고통스럽더라도 많은 시민의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 총리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근형 기자, 이지운 기자
“더는 못버텨… 가게 내놨다” 자영업자 망연자실
[코로나 4차 유행]저녁 ‘셧다운’에 식당들 “폐업위기”
웨딩촬영 업체 등 예약취소 줄이어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이 확정된 9일 낮 12시. 경기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채모 씨는 울상으로 카운터 앞에 앉아 있었다. 4단계 시행이 사흘 남았지만 평소 손님 13, 14팀이 있을 시간에 고작 5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장사 15년 만에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며 “가게를 아예 부동산중개업소에 내놨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 인원이 2명까지만 허용되는 4단계 격상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서울 서초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이모 씨(43)는 ‘임시 휴업’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저녁 장사를 사실상 못 하게 된 상황에서 가게 문을 열면 식자재비, 냉방비 등 버리는 돈이 더 크다”며 “4단계 기간이 더 늘면 폐업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호프집을 하는 김모 씨(55)도 “저녁 장사하는 사람들은 이번 달 장사는 끝난 걸로 봐야 한다”며 “월세가 밀려서 친구에게 1000만 원을 빌렸는데 언제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직장가 인근 상인들은 기업들이 속속 재택근무를 다시 도입하는 것도 걱정거리다.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권모 씨(62)는 “인근 회사에 조식 60인분을 납품하는데 이곳이 재택근무에 돌입하면 매출 타격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4단계 격상으로 결혼식에 친족만 참석할 수 있게 되면서 서울 강남구의 한 결혼사진 촬영업체는 이날 촬영 취소 전화를 총 13건 받았다. 이 업체 대표 김모 씨(35)는 “촬영 건수대로 수입을 올리는 업계 특성상 이달 적자를 보는 업체가 수두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조응형 기자, 사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