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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옆에 서서 다른 이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빈소로 들어가 유족과 목례를 나눈 뒤, 분향을 하거나 국화가 놓여 있으면 제단에 꽃을 올린다. 다음은 고인의 영정에 절을 올리고 상주와도 맞절을 한 다음 짧은 조의를 표하고 빈소를 나오는 순서다. 종교에 따라 절 대신 묵념과 목례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한번 도식이 생긴 다음에는 같은 상황에서 같은 도식을 작동시키면 된다. 도식의 사용은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고 경우와 상황에 맞는 언행을 하도록 해 준다. 그러나 장례식장 예절처럼 한 번 배워놓으면 계속해서 사용하는 도식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그럴 때는 기존 도식을 바꾸거나 새 도식을 만들어야 한다.
멍멍이
피아제는 그러한 과정을 동화(assimilation)와 조절(accomodation)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동화는 기존의 도식, 즉 내가 알던 지식으로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다. 처음 강아지를 본 어린아이가 강아지를 ‘멍멍이’라고 부른다는 도식을 배우고, 나중에 보게 되는 모든 동물들을 ‘멍멍이’로 부른다. 이 단계가 동화다.
아이가 본 동물이 강아지일 때는 ‘멍멍이’라는 도식이 맞지만 그렇지 않을 때, 도식은 수정되어야 한다. 이 과정이 조절이다. 아이는 멍멍이와 비슷하지만 울음소리가 야옹~하고 나는 동물을 ‘야옹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몸집이 크고 줄무늬가 있으며 어흥~하고 우는 동물은 ‘호랑이’, 코가 길며 뿌우~하는 소리를 내는 동물은 ‘코끼리’라는 식이다.
멍멍이?
피아제는 사람의 인지가 도식을 적용하고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발달한다고 보았다. 도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다가(正), 그것으로 이해되지 않는 새로운 현상을 만나면(反), 새로운 현상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도식으로 기존 도식을 수정하는 것이다(合). 이른바 변증법적 발달이다.
우리는 인지발달이 대개 유아청소년기에 완선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용하던 도식을 바꾸거나 정리하고 새 도식을 만드는 일은 성인기 이후에도 매우 중요하다. 사용하던 도식이 더 이상 새로운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는데도 기존 도식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도식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 이들은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환갑 넘은 양반의 액션
나의 도식을 새것으로 유지하려면, 첫째, 항상 새로운 것들을 보고 들으려고 해야 한다. 내가 알고 있던 것들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을 접했다면 최대한 그 사건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그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아깝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둘째, 오랫동안 옳다고 믿어왔던 도식들도 틀렸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오랫동안 유지된 도식은 그만한 효능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옛 도식이 잘못되었다는 증거들이 계속 쌓이는데도 그것을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다. 태도를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새로운 도식이 가져다줄 이점을 생각하면 용기를 낼 가치가 있다.
유튜브 스타 박막례 여사
마지막으로, 후배나 어린 사람에게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해서는 안된다. 배움에는 위아래가 없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스마트폰이 있고 검색엔진을 쓰는 방법도 있지만 때로는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나이 어린 사람에게 물어보기가 창피하다고 가만히 있으면 옛 도식을 업데이트할 기회는 영영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