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한달여전의 어느 술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야 마라톤 함 띠야지..라는 말로 시작해서 어제의 엽기적 주행을 하게 된 본인으로선. 참 별난경험이 아닐 수 없었던.. 마라톤.. 이었지만.
암튼.. 전반적으로.. 재미있었기에 적어올립니다.
08:00 잠실도착.
아침에 무리하지 않기 위해 퍼즐 작업실에서 푹쉬고 일찍 잠실운동장으로 가려는 계획은 니로하 감독의 엄청난 엠프파워와 내 도색 탐구력에 휘말려 새벽 3시까지 뜬눈으로 컴에 매진하는 양상을 보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작업실에서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잠실운동장으로 나옴.
08:30 동료접선
어디선가 "만화가 정모군 아픈다리를 이끌고 마라톤 참가"란 정보를 알아냈는지.. 엠비씨를 비롯한 여러 취재차량이 접선지역에 .
대여점 반대 글귀를 등에 붙이고 뛰려는 당초에 계획이 제대로 못뛰면 아니한만 못한 경우가 걱정되어 그만둔 상황(믿거나 말거나)에서 그래도 존심이 있어.. 부천만화축제 만화인 한마당 축구복으로 몸을 도색한 본인을 발견치 못한 보도진들에게 그래 아직 나의 은둔술은 녹슬지 않았다라는 것을 확인함. 간단하게 베지밀 한병을 먹어주자마자 설사증세. 역시 한참 잘 시간에 운동을 한다는 것은 뼈를 깎는 고통임을 실감.
09:30 주경기장 이동.
대기실에서 옷과 짐을 맞기고. 운동복으로 쌀쌀한 날씨를 달래기 위해 대회측에서 나누어준 비닐포대를 둘러쓰고(원래 그러라고 나누어 주는 비닐옷임. 밖에 무슨무슨 싸우나 . 해수탕, 등등의 글귀가 써있음) 친구들과 함께.. 하프코스와 5킬로 주자들이 출발선으로 나가는 것을 구경함.
10:00 하프코스 , 5킬로 출발.
마라톤이긴 하지만. 축제같은 분위기에서 유모차에 생후 100일된 아이가 참가선수 배번호를 배에 붙이고 있는 것을 발견 ! 최연소 참가자라는 것을 확인함. 두 부모의 결의에 찬 표정에 기가 약간 꺽임. 어느 모 일식집 식구들이 주방장복장으로 일식집 회(배처럼 만든 멋진 모듬회판)을 손에 들고 결의에 찬 모습으로 이번광고가 막장이다. 튀어야 산다란 의지로 전투레이스에 임함. (나도 대여점 할껄..이란 생각이 다시 듬.)
10:15분 출발
10킬로 코스 참가자인 나는 친구들과 함께 다리 인대를 살펴가며 뛰어볼참으로 선선히 달리자.. (모든 친구들이 날 버림) ..최초 내 계획이었던 200미터 무통증 레이스에 갑자기 적신호 발생, 채 100미터도 달리기 전 통증이 시작, 길한쪽으로 자리를 내어줌.
10:45분 교통통제에 시달리며 역주
30분 간의 잠실 - 롯데월드 구간의 교통통제가 풀려가는 시점에서 나는 제일 끝 후미그룹의 웅진코웨이 정수기 아줌마군단 과.. 장애인 군단 .. 그리고 그들을 보디가드하는 인라인 구조대, 싸이클 위생병등과 함께 후미그룹에서 경찰의 교통통제 해지 신호에 초일기로 맞춰가며 힘든 역주를 함.
11:00 드뎌 교통통제구간에 따라잡힘.
서울 교통을 1시간 이상 통제한다란 것이 말이 안되는양.. 바로 통제해제.. 되어서 도로에서 쫏겨나와.. 인도로 달리기 시작함. 체중을 한쪽다리에 실어내지 못하는 나로선.. 두발이 동시에 땅에서 떨어지는 주행(즉 뛰기)를 하지 못하고 한쪽발이 항상 땅을 지지하는 형태로 달림. 통제가 해제되어서.. 우리 아줌마 군단과 휠체어.. 장애인들에 끼어서 .. 그들의 고통을 함께함.
11:20분 물지급 코스
물지급 코스에 도착 망연자실.. 런너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5키로 구간마다 설치된 물지급 코스에 물이 없고,, 대신.. 바닥에 널브러진 정수통들과 그것을 분주히 치우는 아르바이트 걸들의 모습이 .. 흑 늦게 뛰는 것들에겐 물도 못 준단 말인가.. (이때까지 백차에 타라는 안전요원의 요청을.. 5번이나 들었음.)
12:00 꼴인
한불럭을 뛰면 파란 신호등이 나올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계속 연출하면서도.. 몇몇 장애인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길 하면서 꼴인. 20킬로 주자들과 동시에 꼴인하는 바람에.. 처음시작할때와 끝날때만 교통통제를 받음. (정말 서러운 마라톤코스.. 다음엔 죽어도 통제되는 중앙선에서 경찰에 안쫏기면서 달리리라!!)
잠실 주경기장을 마지막에 한바퀴 돌아야 함. 잠실 경기장 스테이디움을 밟는것도 신기했지만. 바닥이 우래탄으로 발을 통통 밀어내는 탄력에 경악을 금치못함. 사람들의 박수소리를 들으며 10킬로 주자 꼴지로 천천히.. 결승선을 밟음.
물품들을 반납하고 완주메달과..기념품등과 간식. (초코파이 2개 , 바나나 한개. 포카리스웨트) 을 받음.
구경나온 대학교 친구들에게 완주자만 먹을 수 잇는 이 간식을 한개씩 나누어주면서 잘난척을 하다 몰매맞음.
대충 왕삼겹살집에서 허비한 체력을 보충한후 영화한판 때려주고 (아멜리에.. 내내 극장에서 자다가 나옴. 그래도 10킬로는 버거운것인가봄.)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