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떨기 같은 우리 동무들
아직 눈도 안 떠지는데 궁금해할 친구들을 위해 글짓기를 시작한다.
글이 될지 모르겠다.
소풍가기 전날처럼 오랜만의 친구들과의 나들이라 생각하니
잠자리가 평상치 같지 않은 게 뒤채이다 깨고 말았다.
그래, 중년이 되면 친구가 애인이련가!
나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설레임으로 지난 주말에 미리 사둔
하얀 운동화와 검은 반짝이모자, 주황색 바지와 하늘색 티
그리고 흰색 가디건으로 한껏 멋을 부리고 (이만하면 의상 컨셉 죽이지 않니?
한 가지 문제점은 고놈의 몸매가 에스자 아닌 것이
문제인데 그거야 새삼스러울 것 없이 오십평생 일자이니 일단 뒤로 젖혀두기로 함)
노안맛이 흠뻑 나는 녹두설기떡을 해서 머리에 이고
뒤뚱거리며 상무지구 이마트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더니 웬걸?
한 시간이나 빨리 도착해서 주차장 앞에서 한 시간을 내쳐 기다렸다.
역시 애인은 기다려야 오는가보다! 쉽지 않은 사랑의 기로...
삼십 여명의 애인들을 반갑게 해후하고 드디어 관광버스에 올랐다.
시절은 오월의 초하로 싱그러운 신록들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우리들의 새 사이짱 정윤이가 아직 차에 오르기 전
전 사이짱 조 모양의 정윤버젼 환영인사가 있었다.
밤새 준비하였다고 하더니 역시 조 모양의 재주는 하늘을 찌를 듯...
우리를 초짜부터 즐겁게 해주었다.
이 물건 아무리 보아도 광주에서 보기는 아깝단 말이야.
지구촌 여성계를 대표할 우리의 조짱
아직도 남은 세월 많이 있으니 아시아태평양으로 남지 말고
전 지구촌으로 영역을 넓히시길...
(이 말을 요해할려면 일단 버스에 반드시 착석해 있어야 함.
궁금한 사람은 전화로 물어볼 일)
기사님이 나 같은 뚱아줌마를 배려해서 아직은 선선한 아침이었지만 에어컨을 트셨겠다.
금방 터져나오는 비명소리
기사님, 무릎 시려워요!
안돼요, 그대로 두셔요. 심장이 벌떡거리니 에어컨 바람에라도 식혀야...
바로 그것이 문제일세.
전국구 종합병원 갱년기를 아무리 용감한 아줌마부대라도 쉽게 넘어갈 수는 없는 모양일세.
친구들 이름은 회장단에서 일일이 호명할 터이니
나는 경기도에서 먼 길 쫓아온 정순이만 불러줘야겠네.
정순 선생님, 고맙고 너무 반가웠어.
그리고 십대들하고 화장실 같이 쓴다고 너무 재지 마시게나.
(역시 버스 안에 없었으면 이해하시기 쬐끔 어려우시겠지만
원조거시기는 아니니 오해 없으시도록 ㅎ ㅎ ㅎ )
우리들의 영원한 미스 사이회 진영이는 비례대표제 일번으로
영암군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 출사표를 던져 못 왔다는데
영 섭섭하구만 잉...
그밖에 올만한 친구들이 안 보여서 곱빼기로 섭섭하고
집에 와서 들으니 (우리 집 아바이가 사이회 소식통이라)
지영순이는 시어머니 상 당했다는데 문상도 못 가불고 어쩐디야.
삼가 어르신의 명복을 비나이다. 영순아, 정말 미안하다.
그래도 하던 말은 끝을 내야하니 섭섭함은 잠시 밀쳐두기로 하고요.
함박꽃 아카시아, 찔레꽃이 지천으로 피어서
어디에 눈을 맞추어야 할지 모르는 자연 속으로 우리는 빨려들어갔다.
세월을 비켜가는 경신이의 고운 목소리 선창에 따라
찔레꽃등을 부르며 아련한 그 시절로 꿈꾸듯 돌아가는데
영광 어귀에서 혜경 부부가 마중 나와 있었다.
혜경이 남편이 작년보다 너무 머시기 해져서 조짱이 몰라보고
정숙이와 5000원 빵으로 그 남잔가 아닌가 내기를 하였다는데.
혜경이 왈, 그 남자하고 유치원부터 같이 다닌 지 옆구리 맞다는구만.
지는 재주가 없어서 같은 사람하고만 내리닫이로 쭈욱 지금까지 동거한다는디...
그거 오십대에 애인 있으면 가문의 영광이라는데... 내 팔자에 무슨...
아마 하이모 어쩌고가 사람 인물을 베려놓은 모양이라는데...
정숙아, 5000원 받았냐?
혜경이가 역시 짠(?) 여자라 우리들에게 소금 한 가마니씩
택배로 붙여주기로 했는데 역시 섭섭하시겠지만
버스 속의 여사님들께만 해당된다는 디...
역시 참여정신은 위대한 밥상인 것 같아)
드디어 백수야.
마파도 촬영지며 카페며 들를만한 추억의 장소도 번듯하고
백수는 사백이라 하여 네 가지 흰 것이 유명했다는데
눈, 쌀, 소금, 누에고치라네.
아쉽게도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쌀뿐이라는 구만.
방금 잡은 펄펄 뛰는 병치회로 바다맛을 만끽하고
정숙이가 가져온 산머루 와인으로 건배!
무등장례식장에서 경숙이가 보내준 김치, 돼지고기, 홍어무침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네.
해당화 흐드러진 백수 해변길에는 해당화 붉은 향기가 눈물겹게 분분한데
그 향기에 취해 계단을 끝없이 내려가다보니 어느새 바닷가...
우리를 반기는 듯 밀물져오는 파도가 춤을 추고 사진으로 추억의 도장들 찍었지.
백수해변을 떠나기가 아쉬우니
정윤이가 일몰 때 다시 와서 멋진 해넘이를 보자고 꼬드기는데
김정숙이가 우리가 황혼인디 무슨 해넘이냐
노을 보기 싫어야.
안정숙 왈... 지금 우리는 중천이여...
맞습니다. 맞고요. 중년잉께 중천 맞제. 정숙아, 무슨 황혼이고...?
그리고 또 황혼의 노을도 얼마나 멋진데...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가다 보면
우리의 황혼도 분명 멋지게 노을이 들 거야.
포복절도할 Y담도
재기 넘치는 위트도 없는 어쩌면 담담한 하루 나들이였지만
누가 불러도 흥얼거리며 따라할 수 있는 레파토리
시린 무릎, 벌떡거리는 가슴, 달아오르는 얼굴...
같은 세대의 눈금을 걸어간다는 것
얼마나 가슴 찡하도록 짠하게 아리는 감동인지...
어느 날 문득 낯선 혹성에 떨어지는 그런 재앙은 없기를...
동무들이 있어서 좋아라.
고생한 임원들,
아낌없는 후원을 해준 많은 친구들 고맙구나!
다시 만날 때까지
오늘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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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 꽃길
맑음 전숙
백수해변에 흐드러진 해당화
붉은 향기 분분하여
지나가는 벌꿀들
너나없이 님을 찾아 노니는데
어머니 정성껏 차려주신 밥상
맛있게 먹는 게 최대의 보답이듯이
꽃마다 가득 찬 가슴을 열어 반기니
꿀벌 총각 한 알의 꽃가루도 놓칠 새
해당화 넓은 품을 헤매이는가
한해를 공들여 피워낸 눈물이여
가슴 뛰며 칠보단장
이제저제 기다리는 그리운 님이여
몸 바쳐서 내어주는 낭자 정성에
날개가 꺾이도록 낭자 사랑 나누리니
자연의 오묘한 눈물이여
애틋한 사랑의 향기여
첫댓글 눈앞에 훠언하다 ㅋㅋ 좋은날 ^*^
시인이 써준 후기담 그 상황들이 첨부터 쫙 펼쳐진다. 해당화!! 경신이는 동요'해당화가곱~게핀'을부르고 누군가는 이미자 '해~당화곱게피-는 섬마을을~에"를 부리는 우리였지^**^
근데요~~전숙님~~~~까만 반짝이모자는 안보이는데요?~~~
워매 내옆 후배 여선생님이 날부러버 하더니 자기역시 멀없이 사라진다네 난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려 말을 못하겟네
정순아 ~~~ 잘 갔구나. 멋져진 모습 만나서 무척 반가웠다. ^^
처음 본 해당화 꽃길, 조용한 어촌, 청보리밭의 아름다운 여인들~~~ 살면서 그리운 추억일레라... 숙아 ~~! 어쩜 글도 일 잘쓰냐. 아무튼 행복했던 세미나가 또 그리워진다.
아이고, ,내가 잠결에 '하늘이시여'한혜숙이름과 착각혔너벼. 바로 수정들어감.
어제는 정말 뿌듯한 하루였어..반가운 친구들과의 야유회,그리고 저녁의 콘서트도 좋았지..아직 정신이 안차려지는거 같네..
생생한 글....과연 전숙시인님이시군요....문장가!!..잘 읽었습니다
"역시 참여정신은 위대한 밥상인 것 같아"---시인의 단어들은 참신해! 글도 잘쓰네, 숙이.
맛깔난다. 어제의 그 시간들도... 숙이의 후기담도...
제목부터 우리를 유혹하는 숙아,하도 오랫만에 만나처음엔 어색하더니만 자주보니 옛정이 나오지?너의 화려한 패션을 떠올리며 네글을 읽으니 봄바람에 또 마실 나가고 싶다.
못 참여한 경하, 글만 읽어도 비됴, 오됴가 충분쿠나...만나서 기쁜날~~그 길목 삼삼하다..
영광을 빛나게 신령스럽게 해당화노래를 한 전숙 고맙다. 이시 영광군 홈 페이지에 올릴께 괜찮지
영광무지+법성포굴비
귀여운 전숙이..
풍성한 몸만큼 넉넉하고 여유로운 숙이글을 읽으니 새삼 어제의 즐거움이 새록새록하네 ...칭구들 즐거웠고 임원진들 늦은시간까지 수고하셨네 감사감사....
늙었나봐..골목길도 없었는디..하루내 잤네..근디 또 가고 잡다..
말로 아무리 얘기한들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은 그 맘 알 길 없으리라~~!!
해당화 잎술을 닮은 너라고 생각했는데 숙이는 멋쟁이야...어제 너무나 많은선물들 더구나 밤의 열기까지...^*^
김정윤의 댓글옮김:참석자=강미숙,김정순,김연자,박경신,황인미,문옥희,윤숙희.윤정란, 김남숙,김정숙,이정남, 양현, 안정숙,정성복, 김은자, 전숙, 조혜심, 김광숙, 고애란, 김예란, 조성자, 유선경, 김상현, 오주연, 성시애, 임해숙, 정명희, 서봉옥, 이미라, 정수옥,김 혜경46.김정윤.
고마워 *^^*
댓글형식은 보기가 좋지 않아..새로 글을 올리는게 차라리 낫지. 꼬리말로 달든가.
꼭 가고싶었는데~ 갑자기~! 미안
난 12시를 넘기고 목포 내려왔는데... 또 또 가고잡다. 반갑다 친구야 !!!
재주꾼 전수기 !!!!!!!! 기억력이 좋아야 시인 된갑다잉 아님 언제 메모했냐? 나중에 읽으면 또 새시로 간 기분 나겄어야 ㅎㅎ
늘 따뜻한 친구들...참 고맙고 또 고맙다.아직도 청보리..밭..그푸른길.
안간사람도 한눈에 보는것 처럼 이쁜숙이 어쩜그리글도잘쓰누,ㅎㅎㅎ참 즐거운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