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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색 크레파스
02
" 생일 축하해, 언니 "
중학교 2학년. 열 다섯번째 생일을 맞이한 서지에게 동생 수진이 수줍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학교 수업이 먼저 끝나 여지껏 정문에서 언니를 기다린 동생의 한마디가 서지에겐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 이거 "
서지가 신나게 달려와 자신의 코 앞에 서자, 뒤로 감췄던 조그만한 손을 앞으로 쭉 내민다.
그렇게 크진 않지만 예쁜 유리병 안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종이학들.
" 언니가 좋아하는 예쁜 곰인형 사주고 싶었는데 내 용돈으로는 턱 없이 부족해서… 그,그래도 이거 100마리야! 내가 다 세봤어. 그리고 내가 혼자 다 접은거… "
와락! 너무 기쁜 마음에 수진이를 꽉 안아버렸다.
" 아우, 귀여워! 너무 고마워 수진아! "
" 어,언니 숨막…혀. 켁켁… "
" 누구 닮아서 이렇게 이뻐? 응? 우리 수진이 언니 닮았나? "
다른 자매들보다 더 유별나게 사이가 좋은 서지와 수진이는 이미 학교에서도 우애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서지는 자기와 같은 중학교로 입학한지 얼마 안된 신입생인 수진이를 잘 부탁한다며 보이는 선생님마다 인사를 꾸벅꾸벅 하고 다녔고 또 수진이가 새로 사귄 친구라도 있으면 사이좋게 지내라며 맛있는 걸 사주기 일쑤였다. 본인이 혼자 다 쓰기에도 모자란 용돈으로 말이다.
서지의 품 안에서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수진이는 사실 자신의 선물에 언니가 실망하지 않을까 엄청나게 소심해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트를 가서 같은 물건을 골라도 꼭 비싼 것을 택했던 서지에게 줄 선물인데 학생들에게 인기만점인 문구용품도 아니고, 예쁜 인형도 아닌 고작 학종이 100마리였으니까…. 또 손재주가 좋은 편도 아니고 열심히 접어도 모자랄 판에 시간에 쫓겨 마구잡이 식으로 접은 게 영 마음에 걸렸다. 한 편으론 100마리라도 채웠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막상 주려니 소심함 앞에 몸이 작아지다 못해 아주 땅을 파고 들어갈 지경이였다.
그랬었는데 언니가 이렇게나 기뻐해주다니…. 오히려 저렇게 유리병을 꼭 안고 좋아해주는 언니한테 고마움을 느꼈다. 아침밥을 먹을 때 학교가 끝나면 언니랑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라는 엄마의 말에 하교하던 학생들이 다 없어질 때까지 그녀들은 자신들을 데리러 올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닐 닮았으면 내가 언니 딸이냐고 툴툴거리는 어린 동생이 언니의 품을 드디어 빠져나왔을 때, 바로 앞 길에서 엄마의 차가 도착을 알리는 크락션을 울렸다. '와, 엄마다' 하면서 냅다 뛰어가 다정하게 차 뒷자석에 오르자마자 서지는 보란듯이 엄마에게 선물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 엄마, 엄마. 이것 봐! 수진이가 나 선물 준거야, 이쁘지? "
" 어머, 정말? 진짜 수진이가 다 접은거야, 혼자서? "
당연하지! 하고 으쓱해진 수진이를 백미러를 통해 본 엄마는 괜히 장난기가 발동하여 차를 다시 출발하면서 어린 둘째 딸을 놀리기 시작했다.
" 참, 수진이 너 엄마한테 용돈 조금만 더 달라고 했었지? 뭐사려고 그랬다고? "
어깨에 힘이 한껏 들어갔던 수진이 엄마의 말에 급속도로 웃음이 사라졌다. 재빨리 언니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웃음지어 보인다. 손은 급하게 운전석으로 뻗어 엄마에게 연신 말하지 말라는 제스처를 내보이며.
" 아,아니야. 엄마 나 이제 필요없어… "
" 필요없어? 정말? 나중에 꼭 갚을테니까 빌려달라며? "
" 돈? 수진이 너 돈 필요해? "
이게 무슨 말이냐며 어리둥절하게 대화에 낀 언니의 말에 더 어떡해야 할지를 몰라 수진이는 진땀이 났다. 에이씨, 엄마는 갑자기 왜 그런 말을 꺼내는거야…! 이 대화의 의미를 알리가 없는 서지는 옆자리에서 오히려 언니가 빌려줄까? 하고 있다. 아, 이게 아닌데…
" 아니야, 언니. 다 해결됐어! "
" 해결되? 뭐가? …너! 너 친구한테 돈 빌렸었어? "
이게 아닌데… 아, 진짜 이건 아닌데…
이대로 가면 점점 대화의 분위기는…
" 너 언니가 친구한테 돈 같은거 빌리지 말랬지! 그리고! 벌써부터 돈 빌리고 다닐래? "
" 아니야! 그런게 아니라…! "
" 푸하하하하! "
원하던 결말이 나왔는지 엄마는 혼자서 박장대소하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엄마의 웃음에 서지는 계속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어리둥절해 있었고, 수진이는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이미 귀까지 빨개져 버린 귀여운 둘째 딸.
" 엄마! 그걸 말하면 어떡해! "
" 푸하하하, 아유 재밌어. 사실은 서지야, 수진이가 너 선물사준다고 엄마한테 계속 돈 빌려달라고 졸랐었어. "
" 아, 왜 또 그것까지 말해! "
굳이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말할 것 없이도 성공적이였는데 대체 왜 창피하게 말해버리는 거야…! 정말 엄마는 도움이 안돼…. 생각치도 못한 엄마의 배신(?)에 으쓱해했던 수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시들어버린 동생을 보자 아, 알겠다 라는 표정을 지은 서지가 동생의 기를 다시 살려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 에이, 난 그래도 인형보다 이게 좋아 "
그 말에 수진의 한 귀가 쫑긋.
" 인형 그런 건 어차피 다 돈이잖아. 이 종이학들은 내 동생이 하나하나 정성껏 접어서 만들어 준건데? "
나머지 한 쪽 귀도 쫑긋.
" 내일 친구들한테 자랑할꺼야. 너네는 이런 동생 있냐고. 그럼 친구들이 다 나 부럽다고 하겠지, 엄마? "
" 후훗, 그럼! 당연히 부러워하지. 엄마도 인형보다 수진이가 직접 접어 준 종이학이 훨씬 더 좋은 선물인 거 같아! 수진이, 엄마가 장난쳐서 미안해~ "
언니와 엄마의 사과에 울 것같은 표정에서 바로 베시시 웃어버리는 수진이. 빨개졌던 귀도 이내 자기 색으로 돌아온지 오래였다.
나이는 14살이지만 참 쉽게 삐지고 쉽게 풀리는 모습에 둘째 딸 수진은 아직도 초등학생같이 어려보이기만 했다. 언니 따라서 자기도 교복입고 싶다고, 초등학교를 교복입고 가겠다고 말도 안되게 떼 쓸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언니와 나란히 같은 교복을 입고 있다니… 또 첫째 딸 서지는 그런 동생을 참 이뻐하는게 요즘 애들 같지가 않았다. 다른 집 딸들은 옷 하나 가지고도 서로 입겠다고 맨날 싸우고 울고 한다는데. 난 참 자식 복도 좋아.
신호를 받아 천천히 브레이크를 밟은 엄마는 항상 서지와 수진을 보면 더 없이 행복했다. 그런 표정의 엄마를 알 리 없는 사이좋은 자매들은 아까 받았던 선물에 대해 이야길 나누고 있었다.
" 언니. 사실은 천마리를 접고 싶었는데 혼자서 다 접기엔 정말 양이 이따~만큼 많더라고.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으면 훨씬 전부터 접고 있을걸 그랬어! "
" 푸핫. 백마리도 겨우 접어놓고 어떻게 너 혼자 천마리를 다 접어? 바보야 "
" 에씨, 아니거든? 시간만 많았어도 천마리 다 접었을꺼야! "
" 풉…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근데 왜 천마리를 접고 싶었는데? "
" 이건 내가 친구한테 들은건데. 종이학 천마리를 접어서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대! "
사실은 서지도 알고 있었다, 그 천마리의 전설을. 더 솔직히 말하자면 수진이의 선물이 종이학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매일 밤마다 혼자서 자기 무섭다고 언니 방에 와서 함께 잠이 들던 아이가 며칠 전부터 잠이 안온다는 둥, 갑자기 할 일이 생겼다는 둥, 티 팍팍 나는 거짓말을 하는데 도저히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하루는 수상해서 수진의 방문을 몰래 살짝 열어봤더니 인기척에 둔한 어린 동생은 룰루랄라 콧노래까지 부르며 열심히 종이접기를 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당장 놀리고 장난치고 싶었지만 서툴러도 무언갈 해주고 싶어하는 마음과 노력이 가상해서 여태까지 서지는 모른 척 해주었다. 그래도 정말 기뻤으니까!
그러다 그녀는 문득 어딜 향해 가고 있는 건가 궁금해졌다.
아, 혹시 내가 그렇게 가자고 졸랐던 새로 생긴 동물원을 가는건가? 드디어?
친구들로부터 전해들은 새로 개장된 동물원은 지방 사는 사람들에게도 '견학장소 1위' 로 꼽힌다는 서울의 63빌딩도 가뿐히 제친 인기 최고의 장소였다. 아주 그냥 신세계라던데….
" 엄마, 우리 지금 어디 가? 동물원 가는거지? "
하지만 기대감으로 잔뜩 부풀어 올라 있던 생일 주인공은 동생과 얘기할 때보다 더 큰 목소리로 물었지만 돌아온 엄마의 대답에 크게 실망해 버렸다.
" 지금? 맛있는 거 먹으러 아빠랑 예약한 식당 가는데? 갑자기 동물원을 왜 가? "
맛있는 식당을 간다는 것 까진 좋았다. 하지만 동물원을 왜 가냐니…? 왜 가냐니!
이미 주변에는 안 가 본 친구보다 가 본 친구들이 더 많아 질리도록 들은 탓에 조금만 더 얘길 들어도 짜증이 났다. 하도 자랑들을 하길래 이번 생일에는 나도 갈꺼라며 큰 소리 뻥뻥 쳐 놓은 상태였고, 뿐만 아니라 분명히 부모님한테도 생일 날 가자고 약속을 받아냈는데 정말… 이렇게나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니…
서지는 그런 엄마의 발언에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오늘은 내 생일인데. 분명히 오늘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거 다 해주겠다고 약속했으면서!
" 동물원을 왜 가냐니! 가기로 했잖아, 내 생일날 가기로 약속했잖아! "
순식간에 변해버린 서지의 표정을 보고 엄마는 앗차…! 싶었다. 기분 상하지 않게 좋게 좋게 말해야지…
" 근데 서지야. 벌써 6시 넘었어. 거기 가려면 여기서 1시간은 더 걸리는데 저녁 먹고 언제 가서 언제 놀다 와? "
" 그럼 저녁을 거기 가서 먹어. 예약 취소하면 되잖아 "
" 아빠가 얼마나 알아보고 고민해서 예약한건데 그렇게 쉽게 취소해. 그 말 들으면 아빠 서운하시겠다. 그냥 다음에 가자, 응? "
맨날 이런 식이다, 맨날 이런 식. 당사자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맨날 엄마 아빠 멋대로!
누가 거기 가고 싶댔어? 난 동물원이 가고 싶다고!
" 아, 왜 맨날 엄마 아빠 맘대로야? 누가 거기 가고 싶대? 누가 거기 가고 싶댔냐고! "
" 뭐? 윤서지! "
" 왜 거짓말 쳐, 왜! 그럼 간다고 하질 말던가! 난 실컷 기대하고 있었는데… 왜 맨날 엄마 아빠 맘대로야! "
서지의 외침 속에 엄마는 큰 딸이 상당히 실망해하고 서운해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겠지… 화가 나겠지.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내일 아침에 아주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통에 평소에 잘 챙겨주지 못해 늘 미안함 마음을 가지고 있던 그녀도 물론 서지가 그렇게 가고 싶다던 동물원을 알아봤었다. 무심결에 나와버린 동물원을 왜 가냐는 말은 정말 말 그대로 실수였다. 사실 왠만하면 무리해서라도 스케줄을 맞추어 다녀올 심산이였는데 도저히…. 그래서 저녁이라도 거하게 먹이려고 큰 맘 먹고 1인에 3~4만원 한다는 식당을 예약했던 것인데 그런 부모 맘도 몰라주고 짜증만 내는 딸에게 그녀 역시 서운했다. 하지만 똑같이 짜증내고 화내면 그게 어른인가… 싶어서 잘 타이르기 위해 그녀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 서지야, 봐봐. 내일 너도 그렇고 수진이도 그렇고 학교 가야되잖아. 엄마 아빠도 내일 출근해야 되. "
" 그래도 괜찮아! 안 늦게 올 수 있어! "
" 어떻게 안 늦게 와, 지금 출발하는 것부터가 늦은건데. 그리고 오늘 가봤자 얼마 못 놀아. 동물원도 이제 곧 문 닫을 시간이야. 그니까 다음에 시간 많을 때 가서 실컷 놀다오자, 응? "
어차피 지금 최대한 빨리 가봤자 곧 문을 닫을꺼라는 엄마의 말에는 서지도 공감했다. 이미 차안에 부착된 시계는 7시를 향해 숫자가 변하고 있었으니까. 따져서 생각할 때 오늘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출발했더라도 그리 많이 놀 수 있는 시간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서지는 화가 났다. 그래도 오늘은 내가 주인공인데! 얼마 놀지 못해도 내가 그렇게 가고 싶다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냐고!
어느 새 분위기가 확 달라져 버린 언니의 눈치를 보던 수진이도 언니가 조용해지자 슬쩍 엄마의 말을 거들었다.
" 그래, 언니… 우리 그냥 다음에 가자. 지금은 동물들도 다 잘 시간… "
" 윤수진! 왜 너까지 그래? "
" 아니, 난 … "
" 됐어! 이게 무슨 내 생일이야? 나 내릴래! "
마침 신호가 빨간불이라 차가 정차되어 있었다. 그 틈을 타 시내 사거리의 큰 3차선 도로에 위치하고 있던 차 뒷자석 문을 확 열어 제낀 서지가 순식간에 그대로 내려버렸다. 딸의 돌발행동에 미처 말려 보지도 못한 엄마가 놀래서 반대쪽 창문을 열고 소리를 고래고래 쳤다.
" 윤서지! 너 미쳤어? 빨리 안 타? "
" 싫어! 어차피 차들 다 멈춰있는데 뭐! 나 그냥 집에 갈꺼야! "
" 저게 진짜 혼나고 싶어서! 신호 바뀌기 전에 얼른 타! "
엄마의 목소리도 들은체 만체 하고 인도쪽을 향해 걸어가려던 서지의 머릿 속에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내일은 학교에서 오후 수업이 없다고 했다! 조회 시간에 졸은 탓에 정확한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같은 반 친구 미나가 내일은 점심만 먹고 전부 집에 간다고 좋아하던 게 생각이 났다. 아싸, 그럼 내일 놀러 가자고 해야지! 그럼 실컷 놀 수 있어!
" 아! 그럼 엄마! 우리 내일 놀러 가자. 내일 우리 학교 전부 오후 수업밖에 안 한대. 점심먹고 끝나니까 바로 동물원 가자! "
" 뭐? 내일은 엄마 일 때문에… "
" 아, 진짜! 그것 봐! 맨날 일 일 일! 그럼 도대체 언제 가는데! "
" 아, 알겠으니까! 일단 빨리 타! "
서로 소리를 치고 있지만 그래도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 엄마를 보고 움찔하여 차문 손잡이를 열었다. 서지가 차문을 열음과 동시에 신호등의 빨간색이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신호등따위에 전혀 신경쓰고 있지 않은 서지는,
가만 …. 아니야. 오늘 또 이렇게 말해놓고 내일 되면 말이 달라질 수도 있어. 여기서 확실히 약속을 받아내야 해.
쾅.
반 정도 열린 조수석 차 문을 더 활짝 여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닫아버렸다.
" 윤서지!! "
A black pastel crayon
" 너 정말 엄마 말 안 들을래? "
아직까지는 괜찮다. 이제 막 출발하기 시작한 차들이라 속도가 그리 빠르진 않다. 3차선은 다행히 우리가 맨 앞 차라 뒤에서 빵빵거리며 욕하는 거 빼고, 서지를 빨리 차 안에 태운다면 생각처럼 위험한 상황은 없으리라…
" 간다고 했잖아, 간다고! "
" 언니, 얼른 타! "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조용히 뒤에서 긴장된 얼굴로 지켜보던 수진이도 불안했는지 엄마를 따라 언니를 보채는데 막상 도로 한 가운데에 우두커니 서 있는 서지는 진짜냐며 되묻기 바쁘다. 맨 앞에 그녀들의 차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 그 뒤에 있던 3차선 차들이 2차선으로 차선 변경을 하고 본격적으로 엑셀을 밟기 전 서지네에게 욕을 하며 지나갔다. 이젠 그 차들도 거의 다 빠져나가 신호등이 또 다시 깜빡깜빡 파란색 점멸을 알리고 있었다.
이젠 아주 목숨을 담보로 엄마랑 계약을 하자는 거야, 뭐야? 넌 오늘 생일이다 뭐다 좋은 날 끝났어. 차 타서 식당에 도착하기만 해봐. 진짜 가만 안 둘 줄 알아… !
" 정말 간다고, 가! 너 당장 차에 안 타면 영원히 못 가는 줄 알어! "
" 진짜지? "
" 언니…! "
" 정말이지? "
" 야 !!! "
결국 분노에 차 옥타브 몇 개를 건너 뛴 엄마의 목소리가 나오자 그제서야 서지도 재빨리 조수석 문을 열고 자리에 앉았다.
" 아싸! 내일 진짜로 간다! 완전 약속한… 거야. "
눈치없게도.
무척이나 좋아하던 서지가 차 안에 흐르는 냉기류때문에 드디어 긴장감을 알아차렸다. 운전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어린 수진마저 온 몸으로 위험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차에 타자마자 엄마한테 어마어마하게 혼 날꺼라 생각했던 그녀는 오히려 엄마가 아무 말이 없자 그제서야 자신이 방금 어떤 행동을 했는지 더 깨닫게 되었다.
전방의 신호는 서지가 조수석에 탄 시점과 비슷하게 노란색으로 바뀌었었다. 급한 마음에 서지의 엄마는 얼른 엑셀을 밟았지만 점멸시간이 야속하게도 참 짧았다. 차가 교차되는 도로의 중간지점에 도달하기도 전에 노란색은 결국 빨간색으로 바뀌어 버렸다.
동시에 옆 도로에서 오는 차들의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었고 그들이 서서히 출발하는데….
결국 얼마 가지 않아…
…악! 끼이익! 쿵! 쨍그랑!
엄마의 비명소리. 커다란 차와 부딪히는 소리. 유리가 깨지는 소리… 가 차례대로 들린 후.
서지는 무언가와 세게 부딪히는 충격을 받으며 동시에 자신의 몸이 붕 뜨는 것을 느꼈다.
털썩.
뭘까. 눈이 감겼지만 정신을 잃은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
" 미안하다. 아픈 부분인데 이것저것 물어봐서 "
" … … "
" 이제 내 반 학생이 되는데 담임으로서 최소한… 너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이해하지? "
" … 네 "
" 그래…, 이제 가도 돼. 내일부터 3반으로 나오면 되고. 그럼 내일 보자. "
가봐도 좋다는 말에 자리에서 스르륵 일어났다.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조용히 교무실 밖으로 나왔다.
드르륵. 교무실 미닫이 문이 닫히고나서도 서지는 한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텅 빈 복도에 홀로. 쿵쿵 뛰어대는 심장 쪽을 꾹 부여잡은 채.
… 엄마. 수진아.
나 이제… 눈물이 안나. 울지 않겠다고 다짐은 했지만,
눈물이 아예 안 나는 거랑 눈물이 나는데 참는거랑은 다른거잖아.
…나한텐 더이상 참을 눈물도 없나 봐.
그 대신에 가슴이 너무 아프다. 뭔가로 쿡쿡 찌르는 것처럼 너무 너무 아프다….
너무 아파서…, 숨을 못 쉬겠어….
제이 美
에구... 원래 2편을 바로 올려드릴려고 했는데 그만 저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키를 잘못 누르는 바람에 몽땅 날라가 버렸지 뭡니까.... 흑흑 ㅜㅜ
복구하고 복구하다 보니 벌써 4시네요...... ㅜ.ㅜ !!!!
첫 편에 댓글 달아주신
쭈닝 님, 조는여자 님, 윤두츤데레 님 ♥ 너무너무 감사드리구요!
이번 편은 회상편이라 서지 부분 밖에 없지만 3편에서는 다시 태형님 (두준님!) 나오십니당!
그럼 모두들 이미 주무시고 있겠지만 그래도 Good Night 입니당 ^.^*
업쪽은 크레용
첫댓글 잘잘읽을께요! 저거보다보믄 애가....나혼자살아야징☞☜
美 안되요! 혼자서 사시면! 두준님과 함께....☞☜ ㅎㅎㅎ 댓글감사드려요!
서지가 죄책감을 느끼고 살듯하네요
美 조는여자님, 또 댓글달아주셨네요! 감사합니다ㅎㅎ 열심히쓸게요!